본인 재수하고 외대갔는데, 한학기 다니고 군대가서

전역하자마자 복학 안 하고 자퇴 때렸었다.


멘토가 없어서 딱히 대학의 중요성도 못느꼈었고, 늦바람 불어서 엄청 놀고는 싶은데

돈이 없다보니 학교가는 시간에 그냥 알바를 해서 그 돈으로 놀았다.


그러다 20대 중반 꺾이고, 딱 그때 YOLO니 지랄이니 유행 퍼졌었는데,

나도 그거에 동조해가지고 한 번 뿐인 20대에 경험쌓겠다는 명목으로 제주살이니, 워킹홀리데이니 개지랄 육갑 부리면서

세월이랑 돈 다 낭비하고 그렇게 20대 후반에 들어섰다.


20대 후반 들어서고, 어느 날 알바 끝나고 집에서 잠 때리려는데 숨이 갑자기 턱 막히더라.

그냥 갑자기 숨이 존나 막히면서 어떤 공포영화 볼 때보다도 더 무서운 감정이 난데없이 몰아닥쳤다.

20대 때는 20대의 패기로 YOLO짓 했지, 30대에 들어서면 뭐할건데? 계속 알바할거야?

노가다,공장 살이로 남은 50년 보낼거야?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고 자리 잡으니까 잠도 못자고 밤새 식은땀만 흘리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내 진로에 대해 성찰하는 밤을 보냈다.


그 때가 계기가 돼서,

알바하는 시간 빼고 휴일이고 평일이고 싹 다 자기계발에 몰두했다.

남들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시작이었기에, 더 다급했고 초조했고, 급했다.


당장 내가 뭘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서, 그래도 수능 볼 때 공부좀 해뒀었고, 우선 배워두면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는 영어를 먼저 건드렸다.


다행히 고3때랑 재수했을 때 공부했던 습관이 아직 몸에 베어 있었어서 그런지 공부가 어렵진 않았다.


스펙이라곤 토익 915점 딱 하나만 들고 사람인 드르륵 내려보는데

무역 관련 회사가 꽤 많이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냥 중소 수출입업체에 이력서 넣어봤는데 어떻게 면접 보게되고 합격까지 다이렉트로 돼가지고,

무역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게 일을 해보니까 또 재밌더라.

그래서 무역쪽으로 아예 진로를 잡고 이쪽 관련해서 자격증 등을 알아보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집-회사간 거리가 왕복 2시간 반정도 되는데,

그 시간 전부 자격증 공부하는데 쓰고, 집에 와서도 2시간 정도씩 추가로 공부했다.

주말에도 약속 있는 날 빼고 하루정도는 무조건 6시간 이상 공부에 할애했다.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도 벌써 3년이 가까워 오는데,

입사 전에 영어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 40개월의 시간을 여자 한 번을 안 만나고,

여행 한 번 안 가고 늦깎이 공부에만 보낸거 같다.


그동안 딴 자격증이

국제무역사 1급, 무역영어 1급, 외환전문역 2종, CDCS 인데,

국무사 공부하니까 무역영어는 따로 공부 없이 1+1으로 딸려온 느낌이고, 외환전문역도 한 일주일 더 공부하니까 땄던거 같다.

시간 걸렸던건 CDCS였음. 한 방에 합격하는거 목표로 6개월 정도 다른거 안건들고 CDCS만 건든거 같다.


그리고 어학쪽은

1년 전에 본 토익 950, 토플 레벨 7, JLPT 1급 이렇게 따뒀음.

JLPT는 일본어 완전 노베이스였는데, 그냥 딱 자격증 따는것만 목표로 공부해서 회화 씹창임.

일본인이랑 대화 단 한 마디도 안 나눠봤다. N2나 N3보다 회화 못할거다 아마.


아무튼,

이렇게 개같이 스펙 쌓아놓은 결과가 뭔지 아냐?


"연봉 3,200만 원"


그냥 씨발.

영어고 일본어고 자격증이고 다 필요없이,

그냥 대학교 자퇴 안하고 학점만 좀 신경쓰면서 졸업하고 바로 중견 이상급으로 취업해서 실무 경력만 쌓았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기업에서 연봉도 많이 받고 경력도 쌓아두지 않았겠냐.


그래서 좆같아서.

사이버대 이번에 원서넣고 학기 시작했다.

졸업하면 36살이고, 거기에 대학원까지 4학기만에 스트레잇으로 조진다쳐도 38살은 돼야

고졸딱지 벗을 수 있다는거임.


이제 슬슬 이직 마려워서 사람인 다시 뒤적거리고 있는데

고졸 신분으로는 스펙 열심히 쌓아뒀어도, "4년제 졸업 이상" 걸려 있으면 입구에서부터 컷돼 ㅇㅇ

평생 대졸자랑 같은 급여 못받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