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H유통업체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한 최모(28)씨는 최근 회사 측으로부터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피소됐다. 최씨가 판매한 음료수 대금 5천만원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최씨와 최씨 가족들은 회사 측이 무리한 목표 매출액을 강요해 이를 맞추기 위해 빚을 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최씨와 그 가족 등에 따르면 회사 측이 영업사원별로 성수기(5~9월)에는 매달 4천만~4천500만원, 비수기인 나머지 달에는 2천만~3천만원의 매출 목표액을 정해준다는 것. 하지만 최씨는 회사 측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실제 팔리지도 않은 물건을 팔린 것처럼 허위로 보고하는 일명 \'가상판매\'를 하게 됐다. 결국 최씨는 가상판매 이후 남은 물건들을 정상가보다 싸게 처리하는 \'덤핑판매\'를 하게 됐고, 이로 인해 발생한 차액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빚이 쌓여갔다.

최씨는 \"100만원어치를 덤핑판매하면 60만원밖에 받을 수가 없어 나머지 40만원은 내 돈으로 채웠다\"며 \"덤핑판매에 따른 차액을 채우기 위해 지난 1월 2천만원을 대출받아 이 가운데 1천200만원을 회사에 냈다\"고 말했다.

전직 A음료 영업사원 김모(37)씨도 지점장의 강권과 회유에 의해 \'가상 판매\'에 내몰린 경우다. 김씨는 \"지점장이 처음에는 다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우선 장부상 3천만원을 판매했다고 보고하면, 나중에 판촉비를 더 지급해 주겠다는 식으로 구슬렸다\"면서 \"물리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한 수치이다 보니 절반 가까이 월말에 \'가판\'으로 처리해 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몇 달간 우선 장부상 가판 액수만 올리고 실제 물품은 그대로 회사에 쌓아뒀다. 결국 재고물품을 안면이 있는 영업 매장에 덤핑으로 넘기고, 나머지 차액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았다.

이처럼 유통업체의 과다한 매출 목표치 관행으로 영업직 사원들이 \'빚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실직을 우려한 유통업체 영업사원들이 업체 측의 높은 매출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덤핑판매에 내몰리면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것.

이 때문에 일부 영업사원들의 경우 입사 2~3년 만에 1억~2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체 측은 영업사원들이 빚을 견디지 못해 퇴직하면 입사 때 내세운 연대 보증인들에게 빚을 떠넘기고 있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영업사원들에게 다소 높은 매출 목표치를 정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관리를 잘못해서이지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영업사원이 직접 부담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H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 영업사원들이 식당 등에 물건을 가져다주고 수금까지 담당하다 보니 쉽게 현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빚이 생기는 것이지 회사 측에서 정해준 목표액을 맞추기 위해 빚이 지는 경우는 없다\"며 \"영업사원들이 쉽게 현금 유혹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전부터 당일 납품과 수금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박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