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서론 몇자 적다 전부 지우고
1998년 이야기를 시작할까 하오.

1998년.
떨어질 줄 모르던 아파트들도 휘청거리던 IMF 일년차.
하지만 난 그래도 이 바닥에선 알아주는 대학의 소위 잘나가는 학과를 다니고 있다는
알량한 자부심이 있었소...

그러나 대학 졸업반의 8월이 되고 9월이 지나가건만
해마다 9,10월이면 학과 게시판에 빼곡히 나붙던
각종 대기업(이때만 해도 대기업은 각종에 포함되었소)

인턴사원 채용전단이,
-그때 인턴사원의 개념은 월급적게 주고 일 부려먹다 짜르는 지금의 인턴관 전혀 달랐소.-
내가 다니던 학과가 개설된지 25년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없었소\'
종이 쓰레기만 바람에 나뒹구는 텅빈 학과 복도벽...

어느날 텅빈 머리로 학교를 어슬렁거리고 있을때,
학과벽에 붙어 있는 딱 한장,
\'OO방송 인턴사원 채용공고-1명\'
내 전공관 좀 달라 관심이 없었지만,
\'그냥 한번 경험삼아...\'지원 했소.

면접날 아침, 소개받고 내정되어 면접보러가는 선배가 있어
더욱 부담없이 가벼웁게 2시간 거리를 지나
바닷먼지 냄새가 느껴지는 방송국에 도착했소.


, 도착직전 고가도로 오르는 버스안에서
면접때 무얼 물어볼까 잠깐 생각해 봤소.
일단은 왜왔냐 왜 선택했냐가 가장 큰 물음일 거 같아...

\'건축과 인테리어는 수십년,수개월동안 감각과 아름다움을 빛낼 수 있는 시간의 기회가 있지만,
무대는 카메라가 스쳐지나는 단 몇분, 몇초라는 짧은 시간에
다른 분야의 수십년의 긴시간을 압축해 스펙트럼처럼 보여주는 것이라고...\'

IMF 일년차,
난 이미 합격해 있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