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대여 서두르지 말라.

멀고도 험난한 인생길, 엎어진 김에 쉬어갈수도 있지 않은가. 백수는 젊은 날 한번쯤은 겪어야 할 황금의 터널. 백수를 경험하지 않은 젊음을 어찌 진정한 젊음이라 일컬을 수 있으랴.

차라리 나는 그대가 자랑스럽다.

 

그대는 아직 길들여진 사회적 동물로 전락하지 않았으며 그대는 아직 덜미잡힌 연봉의 노예로 전락하지 않았다. 젊은 날 아무 망설임도 없이 그저 입에 풀칠이나 한다는 명분으로 취직부터 하고 보는 젊음은 싱그러울수도 없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

성급한 결정 한번으로 꺾어진 젊음, 어쩌면 한 평생 날밤을 세우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어쩌면 한평생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아부를 떨어야할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가.

 

그런데도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보라. 그토록 중차대한 직업을 너무나 쉽사리 결정하고 너무나 쉽사리 얻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재력있는 회사에 끗발 좋은 직책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만심은 비대해진다. 그러나 갈수록 타성에 젖어들어 젊은 날의 포부는 순식간의 퇴락하고 오로지 진급만이 희망이요, 오로지 출세만이 행복이 된다.

 

양심같은 건 얼마든지 팔다리를 분질러 버릴수 있고, 도덕같은 건 얼마든지 모가지를 비틀어버릴수있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 철저하게 포섭되어 자기의 영혼이 죽고 자신의 인생이 부패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한다.

자알 먹고 자알 살아라. 양심과 도덕을 폭행하고 영혼과 인생을 살해한 장본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축복의 말이다. 그들이 그것을 원했으므로.

 

그대여.

나는 그대가 아무 생각 없이 동물가족들의 하수인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망치는 일에 일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대는 지금까지 가슴에 양심을 촛불처럼 밝히고 때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예언하노니 머지 않은 장래에 반드시 그대의 역량에 걸맞는 존귀하고도 보람있는 직업을 만나게 될것이다. 존귀하고 보람있는 직업에 평생을 바치는 인생은 또한 얼마나 눈물겹고 아름다운가.

 

-이외수의 청춘불패중-


대체 돈을 얼마나 벌어야 행복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