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토익 950, 학점 3.5. 송철호씨(30,가명)의 속칭 \'스펙\'(취업에 바탕이 되는 학벌과 영어점수 등 각종 조건을 일컫는 말)은 뛰어나다. 하지만 송씨는 친구들이 회사로 출근할 때 인천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한다. 빨리 취업한 친구들은 대리를 달기 시작했지만 그는 \'백수 연차\'를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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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2007년 2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했다. 형식적으로 백수 2년차이지만 취업준비 때문에 졸업을 1년 미뤘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3년 가까이 실업자로 지내고 있다.


송씨는 지금 치열한 경쟁을 피하면서 여유가 있고 적당한 보수와 함께 공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원하고 있다.

그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방을 잡고 행정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술과 온라인게임의 유혹도 잘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통과할 줄 알았던 올해 1차 시험에서 떨어졌다.

\"나이 서른 문턱에 닿고 보니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행정고시 공부 말고도 영어에 정보처리기사 준비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부장소도 부모님 집으로 옮기고 전방위적 취업준비에 돌입했다.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원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한차례 직장경험은 그의 꿈과 거리가 멀었다. 이제 송씨는 아주 신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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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러워하는 ‘스펙’(학점, 토익 등 취업 준비요건을 이르는 말)의 소유자 강모(27·여)씨는 스스로를 ‘장미족’이라고 부른다. 우아한 이름과 달리 장미족은 ‘장기미취업 졸업생’이라는 우울한 뜻을 담고 있다. 강씨는 명문 사립대에서 영문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녀왔고 6개월간 중국 어학연수까지 다녀왔다. 토익 점수 960점에 각종 사회단체 봉사 활동 이력도 화려하다. 광고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전력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졸업한 강씨는 아직까지 첫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 장기백수 신세다.

홍보전문가가 꿈인 강씨는 줄기차게 기업체 홍보실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최종 면접에서 2~3번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하반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강씨 역시 다른 백수들처럼 우울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올해 초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었지만 졸업한 지 1년이 지났기 때문인지 서류전형 통과도 어려운 신세가 됐다.

강씨는 “행정인턴 자리는 단기 비정규직이라 애초부터 지원할 생각을 안 했다.”면서 “상반기 공채 시즌이 끝난 지금에 와서야 ‘행인(행정인턴의 준말) 모집에라도 기웃거려 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 든다.”며 우울해했다. 그는 “내년에 대학원 입시도 생각하고 있지만 석사학위가 취업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 망설여진다.”고 털어놨다.

대학졸업 후 3년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윤모(28·여)씨도 장미족에 속한다. 대학 4학년 때는 몇몇 기업 공채에서 최종합격하기도 했던 윤씨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입사를 포기했다. 그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높은 콧대가 문제였다.”며 후회했다. 시간이 갈수록 최종면접은커녕 1차 서류심사마저 줄줄이 떨어지는 형편이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처지다.

장미족 윤씨의 삶에 딴죽을 거는 건 돈뿐만 아니다. 명절 때마다 친척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서 왜 취업을 못하느냐.”며 비꼰다. “취직이 안 되면 ‘취집’(취업 대신 결혼을 택하는 것)이라도 하라.”며 진지하게 조언하는 어른들도 있다. 윤씨는 2년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솔로’로 지냈다. 3년째 백수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져 친구들이 소개팅을 권유해도 사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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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2명 중 1명 ‘지각 졸업’… 9학기 이상 수강 해마다 급증

 

서울대학교 고고미술학과 조모(25)씨는 10학기째 학교에 다니고 있다. 4학년 때 실업디자인 복수전공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9학기 20학점, 10학기 17학점을 신청했다. 조씨는 \"1년을 더 다니는 만큼 학점 관리도 하고 교육센터를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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