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감사 때문에 시간이 좀 생겨 몇 줄 써보겠습니다.
저는 71년생...올해 39살 된 사람입니다.
인천에 살구요.
가족으로 집사람과 초등2학년짜리 딸 하나 있구요.
어릴때부터 공부랑은 거리가 멀어서 고등학교만 나왔습니다.
24살때 군제대하고 지금껏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제 직업은 대형약국 종업원입니다.
근무시간도 길고 명절때도 나와야하는 직업이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일을 안하려고하죠.
제 일은 바닥청소부터 주문,약진열, 바쁠때는 애들 시럽도 병에 따라주는 조제보조까지
이것저것 잡일 다하는 직함은 관리부장이라지만 걍 청소부겸 종업원입니다.
제 하루일과는 아침 8시에 시작됩니다.
약국셔터를 열고 먼저 바닥청소를 하고 전면유리 닦고 카운터 돌며 걸래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전중에 보통 배송이 되는 박카스같은 물약이 들어오면 지하창고에 얼른 부려놓고
전날 뽑아놓은 부족재고약품내역을 확인하고 3-4군데 도매상과 직거래하는 제약회사에 주문을 넣습니다.
바로 창고로 다시 내려가서 약국내에 필요한 물량 꺼내서 진열하고 수량 파악하고...
이러다보면 점심시간되고 바쁠때가 많아서 보통 창고에서 그냥 간단한거 시켜먹습니다.
100병들이 박카스류 물약박스의 무게가 20키로가 조금 넘는데 보통 지하창고에서 하루에 40박스가량 가지고 올라옵니다.
요즘은 무릎이 아파서 이 일이 참 힘드네요.
중간에 한번 더 재고파악해서 약주문하고 환자들이 처방전 내고 써비스로 받은 드링크 흘린 자국이나
엄마들이 아이들 시럽 먹이다 흘려서 끈적거리는 바닥을 다시 한번 물청소하고
다음날 주문해야 할 물량 체크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후딱 지나갑니다.
물론 약국규모에 따라 일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겠지만 대략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제가 일하는 약국은 밤 10시에 문을 닫고 한달에 두번만 쉽니다.
말그대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만한 여유는 없는 삶이 되어집니다.
제가 맡고있는 일들이 이것저것 과중하다보니 직원을 한사람 더 두려고 해도
와서 며칠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그마저 이젠 포기했습니다.
물론 장래성은 없습니다.
월급도 그리 후하지 않구요.
예를들어 시장에서 그릇가게 종업원으로 있으면 나중에 자기가 그릇가게를 차릴 수 있지만
약국은 약사가 아니면 개설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종업원으로 마무리해야 하거든요.
월급은 15년 경력인 제가 하루 14시간 일하며 250여만원 받습니다.
보너스는 명절, 휴가때 기십만원씩 받는거 외에는 없고 퇴직금 같은것도 없습니다.
각 제약사, 도매상 결제부터 시작해서 청소를 비롯, 온갖 잡일을 혼자 다 하는지라 이 방면에선 그래도 많이 받는 축에 속합니다.
참고로 약사의 월급은 이제 막 졸업한 신입약사라도 무조건 평균 시간당 30-40만원입니다.
(하루 10시간 일하면 월급이 300-400만원이라는 말입니다.)
변호사,세무사,회계사 등등 사짜 들어가는 직업군 아래 근무하고픈 사람들은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런 사짜 직업군은 자격자와 무자격자라는 신분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의 직급차이와는 다른... 직접 겪고 느끼지 않으면 모르는 그런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약국도 마찬가지로 그 신분차이 때문에 자존심 상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저는 단련이 되어 괜찮지만 처음 일을 시작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이 문제 때문에 더러워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이제 막 졸업한 23살짜리 여약사가 끈적거리는 시럽을 자기가 흘려놓고는
바빠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저에게
\"김씨 아저씨 뭐해요?. 이거 빨리 안닦고\"
걸래들고 가서 닦으려고 하면 흘려놓은 시럽을 밟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잡지책 보면서 발만 살짝 든다든가..ㅋ
또는 수시로 무시하는 말을 한다든지.....
어떤 약사는 제가 뒤에서 약 진열하고 있는데도 마치 들으라는 듯. 자기 아이와 통화하면서 하는 말이
\"너 그렇게 공부안하면 여기 약국청소하는 아저씨처럼 몸으로 때우며 먹고 살아야 해\" 라고 하더군요.
이런 더러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이 계통에선 일하기 힘듭니다.
의약분업 이후에 30여명의 여약사들이 들어오고 나갔는데
인성이 바르지 못한 약사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디다.
그게 서운하다기 보다는 제가 나서서 한마디 거들어 가르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할 수 없죠.
못배우고 자격증없는 제가 참아야죠.^^
물론 착하고 예의바른 약사가 더 많습니다.
이래저래 힘들지만 매일 파김치가 되어 집에가도 달려와 안기는 딸과 웃으며 맞아주는 마누라가 있어 행복하게 잘 살고있습니다.
얼마전엔 32평짜리 아파트도 하나 마련했구요.(물론 대출도 많지만요)^^
너무 힘들어하지마세요.
사는게 뭐 별다른게 있나요?^^
궁금한 점 리플 다시면 아는데까지 알려드리지요.
대학까지 나와서 부모등골이나 빼쳐먹고 사는 인간쓰레기백수들보다 백배 나으십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