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갤에 있는 형들이 이 글을 다 읽을지는 모르지만 여튼 시작해볼게.

난 어릴적부터 게임을 좋아했어. 말 그대로 게임에 미친 놈이었지. 그 왜 가끔가다보면 교실에서 게임이야기로 시작해서 게임이야기로 대화가 끝나는 애들 있잖아. 그런 놈이었다고.
그러다가 우연찮게 수능 점수가 생각보단 잘 나와서 지방 국립대를 들어갔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혼자계신 아버지한테 죄송스러울 따름인데 처음엔 멋도 모르고 자유다..라는 생각에 놀기 시작했지. 생각해봐. 집에서 그렇게 규제를 해도 게임을 즐기던 녀석이 집에서 부쳐주는 돈 받아가며 혼자 살면서 뭘 했을까. 들어가야될 수업도, 시험도 안봐가면서 게임에 매달렸지. 결국 과 조교가 아버지에게 전화가 했대. 학생이 도통 학교에 나오는걸 못봤는데 실종된거 아니냐..라는 말을 했더래.

아버지도 이제 다 큰놈 때려서 말을 들어먹겠냐며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셨지. 난 그렇게 도망치듯이 군대를 갔고 얼마간은 진짜 마음잡게 되더라. 그런데 전역하고 나서 경찰 시험이라도 보려고 학원을 다니던 중에 또 남는 시간을 피시방에서 보내게 되고 점점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됐지.  시험장에 들어가서 시험지를 받으면 뭐해. 말 그대로 하얀건 종이고, 까만건 글씨더라.

다시 학교 복학을 했어. 이제는 아버지도 사정이 안좋아지셔서 알바 하면서 모은 돈으로 등록금은 내고, 야간 알바를 하면서 버는 푼돈으로 먹고 자는걸 해결했지. 그렇게 휴학하고, 복학하고 반복하다가 나이는 이제 20대 후반 훌쩍넘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학교 자퇴를 했다. 그리고 게임하다가 만난 형님 소개로 공장 설비하는 곳에 들어가서 조공으로 반년 가까이 일했어. 어느정도 적응이 될때쯤에 갑자기 일거리가 없다고 쉬어야 된다는거야. 근데 눈치는 영 내가 일하는게 마음에 차지 않은 눈치였지. 

그렇게 혼자계시는 아버지에게 돌아와서 무위도식하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미치겠다. 이번에 진짜 한번 제대로 달려들어보자 싶어서 모 게임웹진에서 사람을 구한다길래 이력서를 내봤지만 토익도 한번 쳐본적 없고, 별 볼일없는 지방대학 중퇴자를 누가 뽑을까. 그래, 내가 담당자라도 \"이건 뭐야\"라고 하며 바로 지워버렸을거야.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지만 하루하루 아버지도 편찮은 곳이 많아지시는데 갑자기 돌아가신다면 정말 가시는 길 제대로 보내드릴수 있을까..라는 생각.  아버지는 지금이라도 안늦었으니까 뭐라도 해보라고는 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진짜 실망스러울 정도야.

나보다 나이 적은 형들은 제발 나처럼 되지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