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후배에게 선배가 하고 싶은 이야기.
네 고민 잘 읽어보았어.
네가 하고 있는 고민이란
적당한 대학에 적당한 과를 나와 적당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다시 말해 일류대학 간판, 좋은 과, 좋은 스펙은 없지만
그렇다고 일찌감치 난 안돼라고 포기하기에는 많이 아쉬운
대부분의 서울 4년제 대학을 다닌
예비졸업생들이 하고 있는 흔한 고민일거야.
내가 무슨 고시 봐서 출세하거나 전문직이 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을 들으면 알 정도의 회사는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막상 주변 이야기 들으면 대기업은 커녕
중견기업도 들어가기 어렵다 하고,
여자들은 남자보다 더 취업하기 어렵다고도 하고.
기대와 불안이 가장 극명하게 교차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의 너 정도 시기겠지.
이럴 때 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거야.
사실 취업에 있어 네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내 생각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네가 무엇을 잘 하는지,
아니면 무엇을 잘 할 가능성이라도 있는지가
취업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야.
네가 회사를 고르는게 아니라
회사가 널 고르는 거거든.
난 이 사실을 좀 늦게 깨달아서
첫 직장을 4개월만에 그만두고
3개월 정도의 방황의 시간을 가졌었어.
난 대기업 인사과를 가고 싶은데,
가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왜 회사에선 나를 몰라줄까.
서류를 20개 정도를 몰아서 썼는데
서류전패했었어.
그리고 생각했지.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밑의 문장이야.
내가 회사를 고르는게 아니라, 회사가 나를 고르는 거다.
이렇게 마인드셋을 하고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모든게 쉬워졌어.
일단 대기업 + 인사과를 가겠다는 생각을 버렸어.
사실 중소기업의 인사과도 나에겐 쉽지 않았지.
난 경영학도가 아니잖아.
후에 회사들어와서 인사팀원에게 물어봤을 때,
그의 대답도 같았어.
일단 들어와서 나중에 보직변경을 하는 거면 모를까,
역사 전공이 처음부터 인사과로 입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인사과에 가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대기업이란 목표만 남았는데
여기서 나는 대기업을 가기 위해 영업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어.
일단 인원을 가장 많이 뽑는게 영업이고,
가장 스펙을 덜 보는 직무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학원강사를 해서 남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성실해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는(ㅋ) 내가
어드밴티지가 있는 직무가 영업이니까.
그 다음에는 가고자 하는 회사를 정했는데,
난 이미 전적이 있었기에
그 전까지 최하 여기 이상은 가야겠다는 한계선이 있었어.
여기에다 최고 여기 이상은 못가겠다란 한계선을 하나 더 그었지.
여러 회사들을 보고 조사하면서
내 나이에, 내 학벌에, 내 과에, 내 스펙에
포스코는 못가겠구나, 현대자동차, 지에스칼텍스는 못가겠구나.
비알코리아라면 갈 수 있겠다, 금호타이어, 농심,
그리고 제일제당 정도라면 잘 하면 갈 수 있겠다.
그리고 가고나서도 그리 후회는 되지 않겠다.
이렇게 범위를 최대한 좁혀놓고 취업을 준비했어.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가 포인트인데,
먼저 가고 싶은, 갈 수 있는 회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기업 이미지만 보는게 아니라
좀 더 깊이 해당 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돼.
가령 농심을 예를 들자면,
인터넷과 각종 서적,지인들(난 원래 식품기업을 다녔었으니)
을 통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단순히 농심은 라면,과자 파는 기업.
회사는 안정적인 거 같은데 이름이 왠지 구려.(ㅋ)
뭐, 이런 이미지만이 아니라
아, 이 회사는 라면, 과자 팔아서 연매출 이조 가까이 하는구나.
제일제당 다음 가는 식품기업이구나.
라면만 파는게 아니라 각종 수입사업도 하는구나.
켈로그, 캠벨주스, 카프리썬도 농심에서 파는구나.
식품영업이 힘든데 농심은 라면이 거의 독점이라 편한 편이구나.
이마트 가서 큰소리 칠 수 있는 영업이 동서식품이랑 농심이구나.
연봉은 2천대 후반(지금은 더 올랐겠지)을 주는구나.
뿌리가 롯데라 잘 안 자르는구나.
사무직은 널널한테 영업은 군대구나.
최근에는 중국쪽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구나.
개성 강하고 창의력있는 인재보다는
안정적이고 성실한 인재를 원하는구나.
이런 디테일한 정보를 통해 내가 가도 후회는 안 할지,
그리고 내가 이 회사를 지원할 때 어떤 강점을 부각할 수 있을지,
준비하는데 있어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일지를 알 수 있게 돼.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몇 개의 회사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게되면 당연히 시간이 절약되고 효율이 올라가.
난 학원강사를 하면서 취업준비를 해야되었기에
다른 취업준비생들보다 시간이 좀 없는 편이었는데
어차피 지원할 회사는 정해져 있으니
원서 쓰는 시간(미칠듯한 자소서...ㅋ),
그리고 발표까지 기다리면서 맘졸이느라 버리는 시간,
각종 회사별 인적성 준비할 시간을 많이 줄일 수가 있었어.
부족한 스펙을 채우는데 있어서도
제일제당은 오픽이 필수니까 오픽은 보자.
금호는 한자가 필수니까, 한자자격증을 따자.
보통 내가 지원하는 회사의 영업직무는 800대 중반의 토익 점수를
요구하니까 딱 800중반만 넘기자.
이런 식으로 디테일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목표가 생기니까
스펙 만드는데 있어서도 시간을 벌고 도움이 되었어.
취업 시즌이 다시 시작되었을 때,
난 추리고 추려 딱 세 군데에만 공채 원서를 넣었는데,
그 중 두 군데를 붙을 수 있었어.
취업 스터디같은 건 하지 않았어.
이미 내 자신과 내가 지원할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네가 불안한 이유는
네가 잘 모르기 때문일 거야.
일단 너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점검을 해봐.
그리고 지금의 취업 시장 현황과 가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정보를 수집하면서 조사해봐.
그러면 불안감은 줄어들고 남는 것은
얼마나 더 할 것이냐, 노력을.
얼마나 더 버릴 것이냐, 욕심을.
이 두 가지 뿐일 거야.
지금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를 가려면
스펙이 부족하다.
근데 스펙을 만들기엔 시간이 부족하여 휴학을 해야한다.
그러면 휴학을 해야겠지. 스펙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데 휴학을 하면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
여자가 나이를 먹으면 취업에 불리하다.
그래서 단기간에 끝내야한다.
그렇다면 가진 스펙을 최대한 활용할 궁리를 해야하고.
때에 따라선 욕심을 버려 목표 회사의 상한선을 좀 낮추고.
이런 식으로 두 가지의 정도를 정한 다음에는
그대로 밀고나가면 돼.
의심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고.
그러면서 중간중간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상이야.
지금 내가 너에게 이야기한 것은
오직 마인드셋에 대한 이야기 뿐인데,
직접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서류전형에서의 팁, 면접에서의 팁은 이 글에는 없어.
왜냐하면 그런 것들보다 내가 정말 너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마인드셋에 관한 이야기였거든.
이 나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더 할 기회가 있을거야.
너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글 꽤 개념글인데 반응들이 없네..대상이 4년제라서 그러나?
안습
글 괜찮네, 다들 감동하고 숙연해져서 댓글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