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상류층의 일기       

아침에 일어나자 거실 너머 보이는 양재천과 대모산의 아름다운 풍경.

치열하게, 하지만 엣지있게 살아온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오늘은 그룹 전략기획본부에서 주최하는 회의가 있어서 오전 8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때론 자상하지만 일때문에 약간은 시크해진 내 기분, 하지만 아내의 사랑스런 키스와 함께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도곡동의 고급 주상복합 G동 6101호의 문을 열고 나와        
로비에 있는 아리따운 여직원의 모닝인사를 받고 지하에 있는 주차장에 가서 벤츠 S500 승용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한다.  
  
오늘 예정된 스케줄은 모두 순조롭게 끝냈고, 외국계 바이어와의 중요한 딜 또한 성공적이었다.   
회사에서 나는 인정받는 간부이다. 명문대 경영학과 - Stern MBA 출신,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회적 지위.


하지만 가정생활 또한 완벽해지고 싶다. 무엇보다 행복의 근본은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선화예고에 다니는 첫째 딸은 무용을 하고 있다. 청담동에서 레슨받느라 얼굴도 자주 못보지만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딸을 보니 바라보는 나 또한 기분이 좋다.

둘째 딸은 공부 쪽으로 두각을 보여서 한영외국어고 시험을 준비 중이다. 

나처럼 꼭 치열하게 살진 않았으면 하지만,

딸의 꿈이 글로벌 리더가 되어 프록터 앤 갬블 같은 회사의 마케팅 담당 CEO가 되는 것이라 하니 나 또한 뿌듯하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을 이럴때 쓰는 건가 싶다.


업무가 끝나갈 무렵, 사랑스런 아내가 트라이베카에 있는 와인바에 가자고 한다. 분위기를 내려는건가?

밤이 되어 한껏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해 프랑스산 메독 와인도 한잔하며 
아내와 단둘이 데이트를 가졌다. 오랜만의 데이트라 그런지 연애시절이 생각난다. 하하.    

아내와 나는 모두 유학파인데 대학시절 같은 어학원을 다니면서 만나게 되었다.

뉴욕에서 보냈던 3년간의 시간동안 사랑은 더 깊어졌고, 우리는 평생을 기약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스런 딸 둘과 함께 말이다... 한 집에 공주님, 아니 천사가 셋이나 사니 참 행복하다.


와인을 한 잔 하고 나서 근처 갤러리아 이스트에 가서 아내가 편하게 입을 스텔라 맥카트니 원피스와

요즘 뉴욕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인 닐바렛 구두를 선물했다.

작은 사랑의 표현,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한 야생마같지만 마음 한켠엔 로망스를 지닌 도시 남자. 선물도 엣지있게..


아차. 잠시 잊고 있었다. 오후 8시에 오늘 딜 했던 바이어가 피엔폴루스에 지내기로 해서 잠시 보기로 했는데. 깜빡했다.

아내와의 약속 중에 잠시 자리를 뜨게 되었다. 약간 토라진걸까? 아내가 약간은 시무룩해졌지만 그 모습마저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는 길에 압구정 현대 65동에 있는 처가에 들려 준비해둔 추석 선물을 건네고, 9일 간의 긴 연휴로 이번엔 호놀룰루로 떠난다..


부가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사랑하는 내 가족을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원하는 것들을 지원해줄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오늘보다 더 빛나는 별이 기다리고 있을 내일. 나는 도시의 엣지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