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공고 3학년 중반쯤 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그 공장은 XX금속으로, TV광고에도 몇 번 나왔던 중견 기업이었다.
내가 맡은 임무는 버튼을 눌러 금속 덩어리를 빼내는, 소위 버튼맨이었다.
몇 번의 반복 작업만 하면 금방 익히는 작업이라 어렵지는 않았지만
\'일하는 재미\'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운 좋게 누가 대타해줄 사람이 있거나
물량이 조금씩 나올때만 가능하고 평상시에는 참고 또 참아야만 했다. 생리적 문제를 해결 못하는 것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다.
일은 어렵지도 않고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았었지만,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공장 환경은 사람을 늘 피곤하게 만들었었다.
버튼맨 일을 하면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점심시간, 저녁시간, 그리고 퇴근 시간이었다.
그 외의 시간은 혼돈의 시간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그 시간도 정말 안가서 정말이지 미치는 줄 알았다.
그 당시, 거의 반 강제 반 의무적으로 하루 2.5시간씩 잔업을 하였다. 또 일이 많아서 인지 토요일에도
저녁 6시까지 일을 하고 가끔은 일요일도 일을 했었다. 내가 기계인지 사람인지 헷갈렸었다.
일을 마치고 공장 기숙사에 들어가면 작은 TV를 보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 같이 일을 하던 형들도 그렇게 생활을 했었고, 그 형들은 나와는 달리 밖에 나가 나이트를 가거나
홍등가를 들락거리기 일수였다.
왠지 그런 생활속에서 살다보면 나도 그들과 똑같이 될 것 같았고, 삶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었다.
그렇게 한 달을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았는데 기본급+하루 2.5시간 잔업비+주말 특근비=90만원이 나왔다.
그 당시 같이 일을 했었던 생산 반장(경력 10~15년은 되 보였음)은 나보다 더 많이 나왔는데, 듣기로는 월 180~200 정도 받아간다고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달 동안 번 돈을 받고 공장을 나왔다.
그리고 몇 달후, 지방의 모 국립공대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었다. 그 당시 내 기억으로는 경쟁률이 12:1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대학에 처음 입학하고 나서는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1학년 1학기 성적이 2.8이 나왔지만 그 다음 2학기에서는 3.6으로 급상승하였다.
그리고 지금, 대학 4학년이 된 나는 연봉 3300 주는 중견기업에 최종 입사를 하였고 다음 달 첫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공장에서 받았던 월 90만원이 월 275만원으로, 약 3배 정도 상승한 셈이다.
물론 군대가기 전까지 등록금과 기숙사비 포함해서 약 1000만원 정도 부모님께 받아서 다녔었고
4학년 들어 국가 학자금 대출 받아 나라에 진 빚이 약 600정도 있긴 하지만....
만약 내가 대학을 가지 않고 공장 생활을 전전했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일 끝나고 술 마시고, 나이트 다니고, 홍등가 다니고, 그런 생활에 찌들어 있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같이 일을 하였던 친구는 현재도 계속 그 공장에 다니고 있고, 7년 전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월 120+각종 수당)
누구에게나 본인의 살 길이 있다고 한다. 그 당시 내가 살 길은 대학에 가는 것 이었고, 현재 나름대로의 성과를 일구었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 갈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극단적인 예를 들고 그것을 일반적인 사실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일반적이든 예외적이든 본인의 살아갈 길이 있는 것이고
그 길은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