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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처음으로 함께 누웠던 밤/첫키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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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왕님의 밤




굿나잇은 심기가 불편했다. 너덜거리고 피칠갑된  손을 해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 몇번이나 헛손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혔다. 빌리의 입에서 담배를 거칠게 빼서 불을 붙힌 후 물려준 다음 잔뜩 억눌린 소리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장갑은 왜 안 꼈어? 손가락이 다 터지고 베인 칼잡이라니 기가 차는군. 대체 뭘 해야 그지경이 되는지 어디 말이나 해 봐!\"


빌리가 담배를 빼서 건넨다. 핏자국이 찍혀있었다. 저 손에 붕대를 감아준게 바로 어제인데. 굿나잇의 한숨이 깊어졌다.



\"날아오는 칼을 붙잡아서 도로 던지기, 칼자루말고 칼날 잡고 던지기, 피로 젖어 있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던지기, 라이플 개머리판에 다다닥 꽂아넣기. 뭐 그런거였을걸.\"


아, 라이플에 박는건 그냥 위협용이야. 구경꾼들이 좋아할만한 묘기지. 피가 낭자한 이유를 담담히 읊는 빌리 앞에서 굿나잇은 머리를 부여잡고 방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망할! Petit, 빠르고 정확하면 되는 거잖아! 네 목숨을 지키기 위해 칼잡이가 되라고 한거지 묘기를 배우고 손을 난도질해 오라는게 아니었다고!\"


장갑 끼라는게 우스운가? 어? 매일같이 피터진 손을 보고, 다음날 다른 곳마저 터져오는 꼴을 언제까지 봐야하냐고! 굿나잇의 고함에 빌리가 태연하게 대꾸한다.


\"총보다 빠르게, 뒤에서 쏘기 전에 제압할 수 있게, 네가 총을 뽑기도 전에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게 하려면 이래야해. 곧 다 준비될거야.\"


\"또 그 소리야? 기어이 시합을 하겠다는 거야? 안 된다고 했었지? 현상금 사냥꾼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그때까지 여유를 잃지 않던 빌리가 굿나잇이 서 있는 곳까지 성큼 다가와 얼굴이 마주치도록 굿나잇의 목을 잡고 끌어내렸다.


\"현상금 사냥꾼 일이야말로 그만둬! 그짓을 하고 나서 그 빌어먹을 올빼미에게 시달리느라 일주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는 널 보는 나는 어땠을까? 잘 들어! 이건 구디, 네 허락이 필요한게 아니야. 네 손에 피 한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준다는게 농담 같았어? 내 앞에서까지 그 빌어먹을 죽음의 천사를 연기할 필요는 없어! \'굿나잇\' 로비쇼가 아니라 내 구디가 필요하다고, 나는!\"



나는 현상금사냥꾼 짓을 하다가 산송장으로 살다 묘지로 걸어들어가는 \'굿나잇\' 로비쇼는 필요없어! 이 빌어쳐먹을 땅에서 같이 살아가고, 같이 사랑하다 같이 죽을 수 있는 내 구디가 필요하다고! 빌리가 고함을 치다 힘이 빠져 굿나잇의 목을 놓아주자 굿나잇이 힘껏 껴안아왔다.



\"...다시 말해줘. 거기. 같이 살아가고...했던 거기. 다음에 뭐라고 했는지 다시 들어야겠어. 다시... 다시 말해봐, 빌리.\"


빌리가 터진 손으로 주먹을 쥐며 굿나잇의 허리를 마주 감았다.


\"뭐? 빌어쳐먹을?\"



쿡쿡 웃어버리는 빌리의 목에 얼굴을 묻고 시큰거리는 눈을 부빈다. 아아... 내 빌리보이. 도망자에 이방인으로 보일 네가 사실은 내 구원자라는걸 누가 알까?


\"그리고 또 있어, 네가 현상금 사냥꾼을 그만둬야하는 이유가. 또 이상한 걸 주워오면 곤란하니까. 나 하나론 부족해?\"



애써 웃으며 말을 돌리는 빌리의 턱을 잡아올렸다. 굿나잇은 입술을 마주대고 웅얼거렸다. 네가 둘이었다면 나는 벌써 가슴이 터져 죽었겠지. 내 여왕님은 하나로도 충분해. 프랑스인 연인의 명예를 걸고, 분부대로.



\"시합하고 돈은 반반씩 나눈다고 말해. 그러면 다들 공평하다고 생각하겠지. 근데 나한테 안 줘도 돼. 어차피 나한테 파는게 없어.\"

\"...그래.\"


\"시합에서 지고 등 뒤에서 총을 뽑는 새끼가 있으면 구디, 네가 쏴버려. 아니면 올빼미 따위보다 내가 더 무서울걸.\"


\"백 번이고 죽여버릴거야. 감히 누굴....\"




\"이제 닥치고 키스나 해. 그리고 장갑은 내일부터 낄게.\"



정말 듣기 좋은 명령이네. 나는 너의 구원자가 아니라 구애자일뿐. 모든건 여왕님의 분부대로. 훔쳐보기나 하는 더러운 올빼미야, 잘 봐. 오늘밤엔 네 차례는 없어. 우리는 이제 사랑을 나눌 거니까.





4 장미가 우는 밤





모로 누운 빌리의 등뒤를 결박하듯 안은채 굿나잇은 빌리의 고개를 돌려 키스했다. 조금이라도 더 닿고, 빌리의 체취가 날아갈새라 꽁꽁 붙잡으려하는지 불편한 자세에도 아랑곳 않고 생명을 교환하는 행위인양 열중해있었다. 빌리의 시합이 조금이라도 위태로웠던 날일수록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빌리는 굿나잇의 품을 벗을 수 없었다.


\"...구디. 괜찮아. 다 괜찮아.\"


굿나잇의 목에서 끓는 소리가 절절히 울렸다. 빌리를 겨낭했던 매그넘이 간발의 차로 위로 향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빌리의 비녀가 상대에 꽂혔던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어느 한 부분은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빌리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굿나잇이 충분히 가져보지도 못한 아깝고 아까운 연인이 매번 사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을 보는 것은 굿나잇을 철저히 무력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아직 그가 살아있어서? 괜찮아? 내가 쏘는게 아니어서? 괜찮아? 적들이 사방에서 그를 노리는게?



빌리가 몸을 틀어 굿나잇을 마주보며 안아주려하자 굿나잇이 괜찮지 않아, 빌어먹을, 괜찮은건 하나도 없어... 중얼거리며 빌리의 품을 파고들었다.


\"구디, 너만 있으면, 난 강해져서, 다시 널 지킬 수 있게 돼.\"


괜찮아, 우리여서 괜찮아. 빌리의 속삭임이 굿나잇을 흔들었다. 빌리에 대한 감정이 깊어지고 커질수록 굿나잇은 서툰 남자가 되어갔다. 굿나잇의 동요가 빌리에게도 전해져서 서로의 생각이 손끝에 만져졌다. \'왜 너는 나를 이렇게나 사랑해?\'



굿나잇의 입술이 빌리의 입술을 열고 바들거리는 손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숨막히게 혀를 옭아매면서 손을 분주히 움직이자 빌리의 단추가 후두둑 떨어져 나갔다. 빌리의 옷을 벌리고 등을 더듬으며 올라갈때 빌리가 강한 약력으로 굿나잇의 손을 저지했다. 오늘도 역시인가. 등에 손을 대면 빌리는 몸이 굳는다.


\"...네가 싫으면 아무것도 안 해.\"


거절당한 마음보다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식지 않아 난감한 시간이 다시 왔다. 빌리보이, 안되겠어. 옆에 있으면서 네 몸에 손을 대지 않는건 힘들어. 미안.


굿나잇이 거친 호흡을 내쉬며 머리를 헝크러뜨렸다.


\"아무래도 나는 밖에서 자는게ㅡ\"


\"ㅡ구디, 싫다고 안했어. 그런데 내가 뭘 보여주면 그때는 네가 싫다고 해도 이해할게.\"



불켜, 구디. 굿나잇이 불을 붙이고 램프를 씌우자 빌리가 굿나잇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앉았다. 천천히 옷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굿나잇의 손에 가끔씩 닿기도 했던 그 도드라진 자국들이 보였다. 채찍, 칼, 뭔가 더 뭉툭한 것으로 헤집은 흔적. 군데군데 담배불로 지진...



쾅!
총집인가? 굿나잇이 던진 물건이  파열음을 내며 떨어졌다.

쾅!
저건 문을 박차고 나가는 소리. 한참 뒤에 잔뜩 취해 올라올 수도 있겠지. 그래도 돌아와서... 돌아오기만... 빌리가 옷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텅빈 눈으로 불 켜진 방에서 익숙하게 제 안의 암흑을 응시했다.
















쾅!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 구디, 숨길 생각은 없었는... 굿나잇을 돌아보는 빌리의 눈이 커졌다. 무엇을 예상했든 이런 것은 없었는데. 빌리의 눈동자가 흔들리다 흐려졌다. 그 사이로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앞섶은 풀어헤친 채로 커다란 장미다발을 안고 숨을 몰아쉬며 서 있는 굿나잇이 보였다. 위스키 냄새가 진동할 줄 알았는데 붉은 장미향이라니. 아하하하하하, 구디 너 그 꼴이 뭐야? 콜록콜록.


\"저기, 그러니까 밤중이기도 하고, 읍내까지 가는건 무리이고, 그러니까 꽃을 사고 싶었는데 떠오르는데가 마땅히, 어, 그래서 여기 술집 아가씨들 방이라면 혹시 있을까 싶어서. 미안, 빌리. 이런거 기분 나쁘겠지? 버려도 괜찮은데, 그냥 나는...\"


\"...너한테 꽃을 주고 싶었어.\"



빌리가 바지 차림으로 굿나잇 앞에 섰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프랑스 남자는 빌리 앞에서만 무너지고 헝클어지곤 했는데 이 모습을 술집 안의 다른 여자가 봤다는게 기분나쁘다고 말하면 기고만장해질까봐 빌리만 알고있기로 했다. 그리고 두들린 방문을 열고 굿나잇을 봤을 그 아가씨가 잠깐 설렜을걸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했지만. 어쩌겠어, 미안하지만 내 남자라서.



\"꽃같은 것보다 먹을걸 주면 더 좋아하잖아, 나는.\"


\"그, 그렇지...\"


\"좋은 칼을 주면 기뻐했겠지?\"


\"그, 그렇겠네...\"


\"칼은 내일 당장 사와. 구디, 너는 기분나쁘지 않은 것은 걸로 이해하면 돼?\"


\"그걸 보여준게 이제 내가 널 만져도 된다는 뜻이라면.\"


\"네 흥분이 식는게 아니라면야, 뭐ㅡ\"



순식간에 빌리는 굿나잇에게 떠밀려 침대에 쳐박혔다. 굿나잇이 그 직전에 빼낸 장미다발을 베드테이블에 던졌으나 꽃송이 몇개가 같이 떨어져 짖이겨졌다.



\"승낙이 떨어졌는데 거절하면 그건 남자도 아니야. 널 두고 참아왔던 시간을 생각하면 네 온몸에 키스하고 하나하나 자국을 새겨도 모라자니까. 당분간 시합은 없어. 내일은 일단 여기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게 좋아. 빌리,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관대하게 참아보도록 해.\"



굿나잇이 키스한다. 넘쳐나는 서부의 총잡이들에게 비녀를 꽂을 수 있는 압도적인 연인에게. 굿나잇이 키스한다. 더러운 개새끼들이 결코 더럽힐 수 없는 긍지과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연인에게. 굿나잇이 키스한다. 그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딛고 자기 옆에 서준 연인에게. 굿나잇이 키스한다. 올빼미에게 반쯤 먹힌 이름뿐인 전쟁영웅에게 정직한 삶을 준 내 빌리에게.





빌리의 등에 한치도 빠짐없이 보드라운 입맞춤을 남기며 굿나잇이 으르렁댄다.


\"...죽여버릴거야. 개자식들.\"


\"내가 죽였잖아, 구디.\"


\"그때 보고만 있던 놈들 눈도 파내야해.\"


\"그놈들은 네가 죽였고, 구디.\"




정성껏 어루만지고, 따뜻한 입술을 내리고, 흉진 곳을 사랑의 흔적으로 바꿔가면서 굿나잇이 속삭였다.


\"빌리, 더 빨리 널 찾아내지 못해서 미안해.\"




이 땅으로 건너와서 처음으로 눈물을 쏟으며 빌리는 굿나잇이 짠내 대신 장미향만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매, 어매가 쥐어준 비녀로 빌어먹을 놈들을 여럿 죽였네. 그런데 이제 그 비녀를 내 머리를 올리는데 쓴다면 쓰러지시것소. 그래도 어매, 나를 꽃처럼 보듬어줄 사람이 그짝이 아니라 예 있어서 그랬던갑소. 어매, 어매보다 더 날 아끼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이제 되었어. 이제 되었어.




장미가 우는 밤, 고통이 지고 삶이 다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