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 처음으로 함께 누웠던 밤/첫키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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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여왕님의 밤/장미가 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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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 중독의 밤/빌리 락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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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ㅍㅈㅇ
7 동료들의 밤
"그러니까 샘 취좀은 그 엿같은 전쟁이 내게 남긴 가장 가치있는 부분이야. 그는 나를 죽이고 자신의 전쟁을 마칠 수도 있었어. 북군의 가장 성가시고 빛나는 적, 죽음의 천사, '굿나잇' 로비쇼를 처형하고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 그렇지만 그는 나를 풀어주고 친구가 된거지."
여전히 전쟁 중인 상처 입은 생존자가 말했다.
"그런데 빌리, 그 이후부터 올빼미가 더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어. '이봐, 굿나잇. 네가 죽인 그 북군 중에 제 2의 샘 취좀이 있었다면? 한번에 23명의 샘 취좀을 죽인건 아니고?' 샘 취좀은 명예로운 인물이지만 그래, 빌리. 그는 내 생명의 은인이지만 애증의 대상이기도 해. 그는 날 부끄럽게 만들었으니까. 빌리보이, 언젠간 만나게 될거야. 샘이 나를 필요로하면 난 빚을 갚으러 가야해. 물론 그는 내게 부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목숨값이 아니라 그에 대한 내 우정과 경의의 표시로."
그때가 오면 함께 가줄래, 빌리보이? 빌리는 굿나잇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누이고 담배를 물려주었다. 대답할 가치를 못 느끼겠군. 그런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니까. 구디, 네가 가는 모든 길의 뒤에는 내가 있을 거야.
구디, 이건 네게 말해주지 않아도 전해졌으면 해. 너는 훌륭한 남자라서 살아남은 것이 부끄러운 거야. 네가 싸운 것이 죽음의 공포가 아니라 양심이었기 때문에 괴로운거야. 네가 전쟁영웅인 것은 많이 죽여서가 아니라 살아남아 그 고통과 맞서기 때문이야. 아직 올빼미에게 진건 아니잖아? 구디, 말해주진 못하지만 네 전쟁의 시작엔 내가 없어도 그 끝엔 함께 할 거야. 마음까지 부서져 오지 않아 날 사랑할 수 있었던 네가 지지않도록 나도 싸워야지.
"그렇지만 미스터 취좀은 미스터 로비쇼만 말씀하셨는데요?"
"내가 가면, 빌리도 가는거야."
로즈크릭에서 왔다는 어린 청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긍하자 아이리쉬가 정션까진 넉넉한 거리이니 신나게 마시자고 제안했다. 굿나잇의 호탕한 웃음이 울렸지만 빌리는 속지 않았다. 태연한 척하는 저 모습에 굿나잇이 얼마나 큰 각오를 해왔던지를 아는건 자신 뿐이고, 그런 빌리의 표정 또한 아편 연기처럼 나른하게 감춰져 있었을 뿐. 굿나잇의 불안과 빌리의 결단이 독주과 연기 속에 속속 스며있었다.
"샘 취좀, 자네를 만나면 언제나 폭풍우가 쏟아진다고!"
"좀 젖는 것도 나쁘진 않지, 굿나잇."
믿을만한 친구인가? 빌리를 두고 오가는 눈짓에 굿나잇은 샘에게 속삭였다. 자네가 살려준 내 목숨을 지금까지 저 친구가 지탱해왔지. 샘은 그런 친구라면 당연히 내 친구이기도 하다며 빌리와 포옹하려 했으나 굿나잇의 저지로 결국 눈인사만 나누게 되었다.
인디언 계곡에서 붉은이삭과도 합류한 일행은 오늘의 야영을 끝으로 로즈크릭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굿나잇은 모닥불을 더 크게 돋우고 빌리를 찾았다. 칼 손질을 마치고 아무데나 드러누우려는 빌리를 불러 불가로 오게하고 나직히 말했다.
"빌리, 오늘은 내가 불침번이야. 아무 걱정말고 푹 쉬어."
팔을 벌리자 빌리가 꺼리낌없이 품속에 기대왔다. 모포를 단단히 둘러주고 끌어안은채 모닥불을 응시하자 빌리가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이 든 것이 느껴졌다. 굿나잇의 불안까지 짊어지고 여지껏 지탱해온 빌리가 쉴 수 있는 유일한 밤일수도 있으니, 무엇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빌리의 머리에 코를 박고 곧 날아들 올빼미를 기다렸다.
"자네의 하느님이로군, 그 동양의 Son이."
잭 혼이 말을 걸어왔다. 내 주님은 저 위에 계시지만, 보고있으니 알겠어. 자네의 품안에 자네의 종교가 있어.
멕시칸이 끼어들었다.
"자기 힘으로 먹고살면서 더러운 자식들을 해치워왔다면 존경스러운 거야. 나는 죽어마땅한 보안관 따위보다 당신의 칼잡이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
"나는 한 사람을 정해서 세상의 모든 여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러버가 아니긴 하지만, 저런건 역시 흔치 않지. 그런데 좀 은밀한 장면을 훔쳐보는 기분이라 민망하다고."
패러데이가 빌리를 품은 굿나잇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어둠 속에서 붉은이삭의 낯선 억양이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아름답다는군."
샘 취좀이 붉은이삭의 말을 옮겨주었다.
"자네와 자네, 굿나잇과 빌리를 보면 알 수 있대. 사람이 불완전하게 태어나는 이유를. 완전한 짝이 만나서 결합하는 일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고 하는군."
굿나잇이 작게 투덜거렸다. 빌리가 깨면 아름다움이고 뭐고 다들 쏴버릴거야, 그렇다고 내 빌리보이가 아름답지 않다는건 아니고. 저 붉은친구, 안목이 있어. 그렇지만 그냥 보기만, 조금만 보라고 해.
패러데이가 우~~ 야유하자 라이플이 철컥하고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워... 진정해, 로비쇼. 패러데이가 수습하려 애쓸 때, 엠마가 말했다.
"세상엔 잃으면 안 되는 존재가 있어요. 그들은 우리를 강하게도 해주고, 한 없이 부족하게 느끼게도 하다가 비로소 완전해지는 기쁨을 줘요. 그런 사람을 잃으면 사람은 껍데기만 남아서 살게 돼요. 여러분들에게 소중한 존재가 있다면 죽어도 좋은 장소를 찾지 마시고, 함께 살아갈 이유를 발견해 가세요. 로즈크릭이 무덤이 되지 않게 싸우러 와주세요. 제 마음은 남편 옆에 묻혔지만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싸우세요."
미스터 로비쇼, 미스터 락스를 위해서도 지지마세요. 엠마의 물기어린 목소리에 굿나잇이 모자를 살짝 들어올렸다.
수많은 올빼미들이 몰려와 굿나잇을 노리고 있던 그밤, 굿나잇과 빌리 곁에도 있었다. 싸움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동료들이.
8 로즈크릭의 밤(완결)
"트릭도 두어 가지 필요해."
"그걸론 부족해. 양동작전을 하자."
"놈들을 저기에 몰아넣는 거야."
"그리고 불을 내리자. 지옥의 불구덩이, 소돔과 고모라처럼."
소돔과 고모라? 마땅히 타버려야했을 금기의 땅? 굿나잇이 빌리와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어떤 자는 거기에 나와 너를 함께 태워버리고 싶어할거야. 그렇지만 내 바이블에는 너와 네가 떨어져있는 것이 바로 금기라고 적혀있지. 그런데 빌리보이, 금기란 사실 언젠가는 깨어지게 마련이라는 것 알고 있어?
빌리를 본다. 열심히 참호를 파고, 허수아비에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칼춤을 선보이고, 금광에서 발견한 다이너마이트에 신나하면서 로즈크릭의 일원이 되어간다. 굿나잇의 전투가 자신의 전투가 되면서 빌리는 긍지 높은 동료가 되어 있었다. 빌리에겐 영원히 허락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평화롭고 보수적인 마을은 빌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일줄 몰랐어, 빌리보이. 이렇게 네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지 상상도 못했거든, petit. 빌리가 있는 풍경, 그 마을이 굿나잇의 마음에 차오를수록 묻어둔 그 결심이 함께 부상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한테는 자극이 필요해. 직접 시범을 보여줘. 엔티넘 전투에서 23명 사살, 남군의 특급저격수, 죽음의 천사, '굿나잇' 로비쇼가 바로 이 양반이라고!"
패러데이 자네는 뭘 기대했나? 농사꾼들 앞에서 표적도 못 맞추는 패배한 전쟁영웅? 사실상 폐기해야할 구시대의 유물? 가래로 지켜줘야 할 불쌍한 참전용사?
자네가 미쳐 몰랐던 한 가지는 내 총이 변했다는 거야. 죽음의 저격수였던 사수가 지키는 총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가 지키려는 것을 위해 쏘는 것을 보고도 죽음의 천사라 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네. 자네는 내 빌리가 지금까지 날 지탱하기 위해 했던 일을 몰랐잖아. 낮부터 올빼미가 우는군. 이제 더 이상 고장난 라이플이라는 변명은 통하질 않겠지.
수도 없이 던지고 벼렸을 칼자루에서 나는 날 선 냄새, 초원의 마른 풀 냄새, 화약과 그을린 피부 냄새, 젖은 셔츠를 속에 감춰진, 밤이면 더 자욱히 피곤 하는 강인한 몸냄새가 끼쳐온다. 눈을 감고도 빌리에게 안내해주는 익숙한 체향이 문이 열리는 것보다 먼저 빌리를 데려다준다. 빌리가 숙소로 들어서 어두운 곳에서 낮의 차림 그대로 앉아있는 굿나잇을 본다. 이렇게 긴장된 공기가 두 사람의 침상을 감돌았던 것은 언제였던가, 누군가가 꼭 떠날 것만 같은 불안의 밤이 기억에서 떠올라 부유하는 것이 느껴졌다.
"빌리, 빌리, 빌리, 빌리, 빌리."
굿나잇이 빌리를 수도 없이 부르며 잡아끌어 안는다. 칼집도 벗기고, 조끼도 벗기고, 셔츠도 벗기고, 순식간에 빌리를 나신으로 만들어 풀먹인 침상에 눞힌다. 까만 눈동자, 까만 머리, 그을린 피부가 빳빳한 시트에 잠겨 굿나잇을 마중한다. 모자와 총집만 벗었을 뿐인 굿나잇이 빌리의 위로 포개져 바쁜 손놀림으로 빌리를 달군다. 빌리가 팔로 가린 눈을 보기 위해 끌어내려하지만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간곡한 입맞춤 끝에 얼굴을 드러낸 빌리가 잔뜩 충열된 눈으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빌리..."
굿나잇이 그 몸을 열고 슬픔과 함께 자신을 밀어넣었을 때 눈물이 함께 떨어졌다. 밤을 적시는 것은 눈물뿐만이 아닌 외면해왔던 예감의 끝. 눈물을 뭍혀 보내고싶지 않아 말갛게 다시 씻긴 얼굴로 기어이 눈물을 걷은 빌리가 신음을 흘리자 굿나잇의 몸짓이 격렬해졌다. 삐걱이는 침상과 빌리를 부르는 굿나잇의 음성이 섞여 전투전야의 정적을 깨우고 끝없이 이어진 애무와 허리짓에 빌리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 어쩌면 떠나는 등을 보고싶지 않아서.
하나도 빠짐없이 어루만지고, 입맞춤을 내리고, 식은 땀을 닦아내고, 시트를 여며주고, 잠든 척 눈을 감고 있는 빌리를 알면서도 귓가에 마지막 다정함을 남기고 문을 나선다.
"굿나잇, 빌리."
"꼭 가야하겠나?"
밤에 녹아있던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에게 굿나잇은 자조하며 가면을 쓴다.
"내일 쯤 자네들은 다 온전치 못할 거야."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죽을 권리가 있지."
"샘, 자네가 왜 여기로 왔는지 알고있네. 자네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내 전쟁도 끝없이 계속되고 있지. 그리고 내 전쟁터는 여기가 아니야."
"구디..."
그래, '구디'라고 부르지도 못했던 내 사랑. 밤인사도 잊은 채 내 등을 보지 않으려던 내 빌리. 남겨두고 가는 것에 내가 너무 많이 남아 헛헛한 몸뚱이로 야음을 틈타는 내가 어둠을 걸을테니, 내 빌리보이와 자네들은 대낮의 정의를 꼭 마주하게나.
"내 예전 모습으로 기억해주게."
올빼미를 어깨에 얹고 말을 달리며 굿나잇은 얼마 남지 않은 밤에 섞여들었다.
술집에 들어서자 위스키를 들이키는 빌리의 등이 보였다. 비애가 더 독한 탓인지 흔들림 없이 잔을 비우는 모습에 보는 이들의 가슴이 묵직해져왔다.
"믿을 수가 없군. 로비쇼가 떠나면서 라이플보다 먼저 저 친구를 챙길거라고 생각했는데."
패러데이가 총을 쏘지 못하게 된 것보다 빌리를 떠난 굿나잇에 더 실망해서 말했다.
"빌리, 자네도 원하면 이곳에 남지 않아도 된다네."
샘 취좀의 말했다. 빌리가 그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내일이 지나고 여기서 있었던 일은 오랫동안 오르내리겠지. 굿나잇 로비쇼가 떠난 것까지. 그렇지만 그들이 틀렸어. 내가 곧 구디니까. 내 칼은 그의 부관이, 내 총은 구디가 가르친 것이니까 나는 빌리 락스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굿나잇 로비쇼의 그림자로 싸우겠어. 그를 대신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해낼테니 당신들은 알아줘야해. 굿나잇 로비쇼는 도피한 것이 아니라는 걸."
굿나잇의 곁에서만 웃고, 굿나잇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굿나잇의 싸움에 동참한 것 말고 그리 알려진게 없었던 빌리 락스가 선언한다. 그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있으니, 그의 부재를 존중해달라고. 그렇지만 우린 네가, 빌리 당신이 걱정인데.
"자네에겐 말했나, 왜 떠났는지."
멕시칸의 질문에 빌리가 텅 빈 미소를 보인다.
"내가 듣지 않았어, 그래서 인사도 못했는데... 그는 내 인사없인 잠들지 못해. 오늘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인사일텐테 왜 안했을까."
돌아오면 해주려고 했는데, 잘못했나봐. 다들 숙연해진 사이 붉은이삭이 빌리의 발치에 사슴을 던지며 칼을 바에 박아넣으며 영어로 묻는다.
"잡아다줄까?"
아니야! 지금 잡아오면 팔다리 하나는 잃는 거지. 그만큼 잘못했는데 자기가 돌아와야해. 그것만이 살 길이야! 구에로 말이 맞아. 돌아오는 것만이 대가를 치르기 전에 마지막 기회야!
빌리가 비녀를 뽑아 술병을 박살냈다. 아이리쉬 위스키병의 'R'에 꽂혔던게 분명하다고 패러데이는 생각했다. 로비쇼, 당신은 돌아와도 큰일났나고! 자기가 죽일거니까 다들 가만있으라잖아!
"그가 날 두고 떠난 건 여기가 가장 안전하기 때문이야. 구디 없이 하룻밤 묵었을때 내가 살해되지 않는 확률은 몇일까? 내일이면 나쁜 놈이 병력을 끌고 올텐데 이 마을이 내겐 제일 안전한 걸 구디는 알았어. 적어도 등 뒤에서 총이 날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는 당신들을 믿어서 날 두고 갈 수 있었던 거야."
도망자와 무법자, 인디언과 전 인디언사냥꾼의 사정도 그리 훌륭하진 않지만 여기 있는 동양인보다는 지난하진 않겠지. 굿나잇이 떠나고 거기 남은 복수자들은 그렇게 빌리의 동료가 되었다.
죽여도 끝이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잃었다. 비교도 할 수 없는 귀하고 선량한 농부들. 쟁기 대신 총을 든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돈냄새를 맡고 몰려든 뜨내기 용병들에게 아깝게 희생되어갔다. 샘 취좀의 일행들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고 그들이 죽으면 마을도 끝일 것이다. 끝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구디, 잘됐어. 네가 여기 없어서. 구디, 그래도 돌아오길 바라는 내가ㅡ
"게틀링건이 있다! 놈들에게 망할 게틀링건이 있다! 빌리! 빌리 락스는 어디있지? 빌리! 빌리 대답해!"
구디, 돌아오지 말지. 아니 돌아와서 나는ㅡ
굿나잇이 바리게이트를 뛰어넘으며 고삐도 붙잡지 않고 라이플을 연사한다. 한 놈 한 놈 저격하면서 죽음을 선고하는 사이사이에 그의 생명을 찾아헤맨다. 빌리, 빌리, 빌리, 내 빌리보이. 대답해, 빌리!
빌리가 마지막 칼을 던지고 몸을 날려 총을 쏜 후 만든 잠시의 정적에 굿나잇이 달려들었다. 라이플을 든 채 말에서 뛰어내린 후 한 손으로 빌리의 허리를 감싸고 정신없이 입맞춰왔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가는 것을 잊었어. 빌리보이, 다 끝내고 저 종탑에서 끝내주는 사랑을 나누자!
빌리의 손을 잡고 종탑에 오른다. 아직 한 마디도 못 들었지만 괜찮았다. 게틀링건을 없애고, 아아, 없앨수만 있다면. 놈들을 다 끝장내고 네 발치에 다시 몸을 던질거야. 빌리, 죽기전까지 내 구애는 끝나지 않을거야.
"...돌아올거라고 생각했어. 이걸 두고갔잖아."
분주하게 장전하면서도 빌리는 가슴팍의 플뢰르 드 리스가 새겨진 플라스크를 꺼내보인다. 가볍게 말하는 네 입술이 떨리는건 나만 알겠지. 그래, 두고갔었어, 내 빌리보이를. 내 레종데트르.
패러데이가 초원을 가로지른다. 게틀링건이 난사되고, 그가 가까이가고, 그를 엄호하며 따라붙는 놈들을 우리가 쐈지. 그리고 구디, 네가 떨어졌어. 네가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가... 그래서 인사했지. 더 일찍 해주지 못해서 가슴아픈 내 마지막 인사.
...나잇...구디..
헉헉!
온통 젖은 얼굴로 괴성을 지르며 깨어난 빌리는 굿나잇이 이젠 없다는 것이 사무쳤다. 왜 나는 눈을 뜬거야! 인사를 늦게 한 벌이 이거야? 그래? 빌리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비녀를 뽑아 목을 찔렀다. 아니 찌르려할 때 어떤 손에 제지당했다. 누군가의 손에 비녀가 박혔고, 말도 안되는 음성이 들렸다.
"빌리, petit, 나야. 구디."
빌리가 목숨을 끊으려했던 것에 몸을 떨면서 차분함을 가장해 계속 말을 걸었다. 빌리보이, 아니야, 아직이야. 네가 살아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있으니 너도 살아있어.
"...구디? 구디? 구디!"
빌리의 오열이 굿나잇의 품 속에서 삼켜질 때 지친 음성이 끼어든다.
"저런 애인을 두고 떠났던거야? 프랑스인 러버의 정의를 재정립할때군."
패러데이?
"헤어핀만 꽂힌 걸 다행으로 알라고. 그렇게 떠나다니, 다들 당신을 노리니까 조심해."
멕시칸?
"이 망할 son들. 어지간히 하고 좀 쉬게 해줘. 주님, 이 주둥아리들을 닥치게 하소서."
잭 혼?
"숫자가 많이 비었어. 어떻게 된 일인지 프랑스인이 말해봐."
인디언도 무사했군. 샘 취좀이 다들 명줄이 긴 친구들만 모았군그래.
"로즈크릭 여러분, 미스 엠마, 부상자들이 쉬어야하지만 우리가 승전을 기념하기전에 7개의 이야기를 맞출 필요가 있으니 병상의 수다스러움을 이해해주십시오."
제군들, 이제 다시 반나절 전으로 돌아가볼까? 구디, 자네부터 얘기해. 어디갔었나? 인디언이 정찰을 나갔을때 봤던 그들의 수가 훨씬 많았던 이유는 뭔가? 붉은이삭의 말처럼 그들의 숫자는 왜 비었던거지?
굿나잇이 손에 박힌 비녀를 뽑고, 부목을 댄 부러진 다리의 무게중심을 옮긴 다음, 빌리를 제 품에 기대앉힌 후 귓가에 키스하고 이야기한다.
"로즈크릭 어귀 한참 전 협곡이 있었지? 거기 매복해 있었어. 라이플을 세 자루 더 챙겼지. 내 라이플은 말에다 매어두고 올라갔고. 재장전할 시간은 없고, 16발씩 세 번. 그게 내 기회였어. 그 숫자를 다 마을로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그 망할 놈들이 내 위치를 발견했지만 어쩔 수 없었을거야. 난 정말로 죽음을 박아넣어줬으니까. 얘기하지 않고 떠난건 따라올까봐서야. 실패하면 나만 그냥 도망자로 남으면 되지만 내 빌리는 안돼. 그는 미스테리한 동양인 영웅이어야한다고."
구디, 올빼미는? 빌리가 묻는 말에 상처를 피해 다시 끌어안고 속삭인다.
"마지막 발은 놈들에게 쏘지 않았어. 올빼미의 심장에 박아넣었지."
빌리보이, 설마 올빼미 없는 나는 매력이 없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어서 빨리 나아서 널 사랑하게 해줘. 오늘밤은 무리일까?
"게틀링건은? 패러데이는?"
빌리가 굿나잇의 끈질긴 입맞춤을 밀어내며 묻는다.
"오, 인디언은 내 영광을 질투한게 틀림없어."
인디언이 마차의 가로대를 갈아만든 철화살에 다이나마이트를 묶어 쏘았대. 한방 크게 터뜨리는건 내 몫이어야했는데! 이봐, 붉은새치기! 용서 못해!
"이국의 son들, 왜 아무도 테디 얘기를 안하는 거야?"
그 사악한 인디언이 내게 화살을 꽂아넣고 이제 마지막 기도를 할때였지.
"제가 매그넘을 쐈어요. 미스터 패러데이가 그동안 아이리쉬 위스키 10병을 받고 교습해주셨는데 사실 한번도 제대로 맞춘적이 없었어요. 그때 미스터 로비쇼가 증오를 가지고 쏴야한다고 했었던게 기억났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미스터 혼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쏜게 다에요."
테디의 자책에 다들 한마디씩 던졌다. 스승이 아니라 그냥 술도둑이었구만. 로비쇼는 달걀이나 먹으라고해. 테디 자네는 독학이 제일 낫겠어. 잘했네, 친구.
일행이 조각을 짜맞추는 사이 굿나잇은 총상과 골절과 자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빌리의 목에 매달려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빌리는 총상보다 질식으로 죽을 것 같았다.
"오, 로드하우스, 로드하우스..."
교회에다 병상을 차린 것이라 붕대를 한 아름 안고 들어서던 목사님의 동공이 흔들렸다. 샘 취좀이 점잖게 중재했다.
"구디, 그런건 반지를 주고받고 나서 해."
굿나잇은 빌리는 그런거 싫어하는데, 반지를 줘도 안 받을걸. 빌리, 그래도 종탑에서 끝내주는 사랑을 나누자, 내일이면 어때?라며 계속 질척이는 키스를 해댔다.
"엔조이냐?"
반지를 준 것도 아니라는 말에 붉은이삭이 굿나잇의 머리 위로 칼을 던지며 말했다. 프랑스인, 몸이 목적이냐, 간을 남기고 죽어라.
"여러분, 여기가 교회인걸 잊지 마세요. 목사님, 제가 다 해결할게요. 미스터 로비쇼, 미스터 락스가 회복되시면 제가 식을 준비해 드릴게요. 여러분께 답례를 해드리고 싶어요."
마을사람들은 제가 다 설득할게요. 미스터 취좀, 제 총 좀 돌려주실래요?
"그래, 로비쇼! 버리고 갈때는 언제고! 자네의 빌리는 용서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라고!"
"맞는 말이야, 구에로. 혼전순결은 소중한 거야. 프렌취, 앞으로는 식 끝나고 하게!"
오, 로드하우스! 목사의 절망에 잭 혼이 위로를 던졌다. 이봐요, 하느님의 son, 사랑의 하느님이시잖소.
굿나잇이 얼굴을 찌푸렸다. 딱 반나절 자리를 비웠는데 빌리가 아들부잣집 막내딸처럼 되어 있어 자기가 무슨 도둑놈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내 빌리보이, 대체 무슨 매력을 발산한거야, 나로는 부족해? 침대에서 그 대답을 듣지. 사랑을 나누면 사랑의 힘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거야.
빌리보이, 로즈크릭은 사실 네게 바친 사랑의 부케야. 단 한 번 너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기 위해 싸웠지. 앞으로의 모든 밤에 네 다정한 밤인사로, 네 여생의 반려로 살아가기 위해.
굿나잇, 로즈크릭.
굿나잇, 빌리.
굿나잇, 굿나잇.
지구도 부술 수 있을 거 같아여...너무 좋아
간을 남기고 죽어라는 몇번을 봐도 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업은 사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 레알 읽을때마다 현눈난다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넘나 따스하고 넘나 좋아서 주책맞게 현눈만 광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재업은 사랑입니다
빌리보이, 로즈크릭은 사실 네게 바친 사랑의 부케야. 단 한 번 너를 떠나 영원히 돌아오기 위해 싸웠지. 앞으로의 모든 밤에 네 다정한 밤인사로, 네 여생의 반려로 살아가기 위해.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