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미치와의 냉전은 일주일을 넘어가고 있었다. 서로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운 탓이였다. 조금 더 침착하고, 차분히 내 입장을 전달해야했지만, 하버드 출신의 유능한 변호사 애인의 말솜씨를 당해낼수 없던 나는 평소와  달리 한수 접어주는 것이 아니라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이렇게 아침에 도둑고양이처럼 얼굴만 훔쳐 보고 출근한지 벌써 일주일째. 그 잠시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살짝 패인 볼이 안쓰러워서 슬슬 쓸어주었다.



미치에겐 미안하지만 아직 결혼은 아니다. 조금 더 내가 자리잡고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설수 있을때, 또 너에게 어울리는 좋은 곳으로 이사가면 그때 하자. 미치가 편히 잘수 있도록 침구를 정리한뒤, 망설이다 짝사랑할때 빼곤 해본적 없는 도둑키스를 하곤 빠르게 빠져나왔다.









*







미치의 기분도 밀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회사 승진을 서두로 결혼 이야기를 먼저 꺼낸건 본인의 실수가 자명함을 모르지 않았으나, 그래도 칼같이 거절한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건 어쩔수 없었다.


둘이 만난지도 벌써 12년째, 풋풋했던 고등학교 시절 소년들은 어엿한 성인이 되어 사회인으로써 번듯이 살아가고 있었고 , 그만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의 많은 이들이 제 짝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특히 동네에서 밀스랑 절친인 폴은 지겹게 못난아 못난아~ 라고 놀리던 스팁과 속도위반으로 20대 초반에 결혼했고, 또 학식 내내 으르렁 거리며 싸우던 트리스탄과 매브도 졸업장 받음과 동시에 결혼했다. 그리고 몇일전 법대 동문 모임에서 본 미치의 동기였던 마이클과 캐피도 곧 결혼한다고 수줍게 청첩장을 내밀었을때 느껴야했던 씁쓸함이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사무실에서 서류를 보고도 집중할수 없었다. 나와는 결혼을 안하고 싶은건 아닐까? 혹시 권태기가 왔나? 아직 시기가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화내고 일주일동안 얼굴도 안비칠껀 뭐람...





하루종일 눈은 서류에 있지만 머리는 밀스와의 관계 문제로 고민하던 미치는 본인이 먼저 사과하고 다시 말해보자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으나..






\'오늘 야근\'-데이빗





데이빗 밀스, 이 망할 자식. 절대 먼저 사과 안할꺼야. 나도 오늘 늦게들어갈꺼라고!


라며 홧김에 근처 펍에 가게 되었다.






02





늦게 집에 갈꺼라고 호기롭게 외치며 펍에 왔지만, 즐길수 있을리가 없었다. 본래 미치의 주량은 친한 친구들도 내두르는 소외 \'알콜 쓰레기\'의 몸. 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몸의 전형이다.


차라리 근처 극장에 가서 심야 영화나 볼껄, 지금이라도 나갈까? 싶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붙임성 좋게 인사하는 종업원을 보고는 마음을 곱게 접었다.



결국 미치가 할수 있는건 가장 알콜농도가 낮은 달달한 칵테일을 하나시키고 밀스의 연락이 오지 않을까 아이폰을 뚫어져라 노려볼 뿐이었다.





*






타일러가 파이트 클럽의 모임날도 아닌데 펍에 온것은 순전히 변덕이었다. 역시 펍에는 냄새나는 일용직 노동의 하류층 알파들이나 정장을 갖춰입고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있는 중산층의 알파나 베타들,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천박한 창녀 오메가들로 그득했다.



타일러를 알아보는 이들은 남녀노소 알파건 오메가던 베타건 가리지 않고 추파를 던지는 이들에게 살짝 눈웃음으로 응해주었지만, 영 내키지는 않았다.





어서오세요, 일행은 없으신가요?
아..네? 네



추파를 받아주고 혼자서 술먹는것도 지겨워 집에 가던 찰나에, 이 장소와는 이질적인 오메가를 보고 호기심이 동한건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일단 얼굴은  평가를 하는것 자체가 모독일 만큼, 흔히 볼수 없는 길다가 마주치면 넋놓고 따라갈만한 미모였고, 본인의 사이즈보다 넉넉한 품을 자랑하는 코트를 입었음에도, 톡 튀어나온 엉덩이 그리고 코트가 펄럭일때마다 보이는 잘빠진 허리와 골반까지 .. Shit, 존나 환상적이네.




저런 오메가가 근처에 있었다면 모를리가 없었을텐데



타일러는 그 오메가의 옆을 노리는 많은 알파들의 시선을 꿰뚫곤, 피던 담배를 빠르게 비벼끄고 옆자리에 앉았다. 담배 냄새에 한껏 인상을 찌푸리던 미치는




Hey..
Oh, fuck.. Honey ...아니! 데이빗 밀스! 여기서 뭐하는거야, 야근이라더니 땡땡이? 아님 잠복수사? 옷은 또 왜 그 모양이야.
그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난 니 허니 \'데이빗 밀스\'가 아닌것같은데말야.




장난스럽게 맞받아친 타일러는 빠르게 가까이에서  앙칼지게 응수하는 오메가를 스캔했다. 역시 얼굴은 훌륭하고 쇄골도 죽이네.. 아까 건넨말로 유추해보면 청량한듯 달콤한 오메가 향 사이로 느껴지는 묵직한 우디향은 그 \'데이빗\' 의 향같은데, 아마 애인관계일터.


하지만 그런걸 타일러 더든이 연연했던가? 어차피.한번자면 볼일없는 사이다. 눈앞에 오메가는 그럴 의도로 펍에 온건 아닌것 같지만, 여튼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이 지을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난 데이빗이 아닌 타일러 더든이야


라고 손을 건냈다.




미치 맥디르..



라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덩달아 손을 내민 오메가.. 아니 미치는 덤이고












03






잔뜩 날을 세우던 미치는 자신이 시킨 칵테일을 한잔 마시고 눈에 띄게 분위기가 풀어졌다. 한잔 사겠다는 타일러의 말에 한사코 만류하였으나, 술을 못하냐는 타일러 말에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알파들은 결혼 같은거 싫어해?
난 싫어. 한 사랑만 평생 살라니, 그게 가능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워워.. 흥분하지마 난 니 허니가 아니라니깐




술 몇잔 마셨다고 자기 이야기를 늘여놓는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였다. 귀여운것과 별개로 대화내용은 따분하고, 타일러와는 먼 세계의 이야기인지라 지루했다. 아제 슬슬 그만하고 베드인하고싶은데 말이지.




밀스가 나랑 결혼하자고 하면 좋겠어...
그러지 말고 너도 포기하고 즐겨. 결혼하면 한사람이랑 섹스해야한다고. 끔찍하지 않아?
아니.. 난 밀스랑만 하고싶은데..
안돼, 그렇게 니가 지고지순하니까 질리는거라고.
뭐? 내가 질린다고 했다고?



칵테일 한잔, 타일러가 산 마티니와 진 두잔으로 이미 미치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나랑 자
응?








*






아아... 밀스 흐읏
밀스아냐



호텔에 들어와서는 일사천리였어. 취기가 제대로 돈 미치는 나중엔 타일러인지 밀스인지도 구분못했다. 평소 인사불성이 된 오메가와 하는 취미는 없는 타일러지만 지금은 가릴 처지가 아니였는지.그저 눈앞의 오메가를 따먹어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아흐.. 흐응



일부러 셔츠만 제외하고는 다 벗기고 갑갑해 보이는 윗단추를 몇개를 푸르니, 슬쩍슬쩍 내비치던 쇄골이 시원스레 보여 만족스러워진 타일러는 입술을 묻었다.



칭얼거리는 미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흔적을 남기고 쉬고있는 다른손은 매끈한 허벅지를 주무르며 좀더 깊은곳한 안쪽으로 옮겼다.



좀 더 수월한 진행을 위해 알파향을 풀고 아래를 매만지니 애액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후엔 더 집요하게 ㅋㄹ를 쓰다듬고 넣을듯 말듯 느리게 비비니 더 맑간 액들이 쏟아지고, 이윽고 미치의 오메가향이 짙어졌다.



싫,아으윽.. 시러어.. 흣, 하지마아..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신음소리가 듣기 좋아 손놀림을 더 바삐 움직였다.




힉, 밀,밀스! .. 흑.. 나 힘들어




씨발, 밀스 밀스 밀스! 그놈의 밀스 타령, 셔츠를 입고 바르작 거리는 미치의 양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거의 다 풀려서 말랑거리는 미치의 안속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아아.. 으으응..
흐윽
흐응... 아아! 거,거기. 으응,좋아



그 후론 무아지경이었다, 펍에서 눈여겨본 잘빠진 허리를 잡고 발정난 짐승마냥 털어댔으며, 듣기 좋은 소리를 내뱉은 붉은 입술을 계속해서 빨았다. 그리고 깊게 파인 쇄골을 연신 이로 씹으며 짓이겨 놓았다.





미,흑! 밀,밀스! 조금마안.. 천천히 으윽
Shit, 타일러 더든이라고






중간중간 애타게 밀스를 부르짖는 미치를 보며타일러는  정정해주면서도, 허리놀림만은 멈추지 않았다.










04


근래들어 가장 편히 잤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한 집에 살면서도 다툼 후 밀스와는 각방을 썼기에, 어색해서 몸을 뒤척이다가 밤을 새는 것이 다반사였다.



오랜만에 아침에 뜨끈한 온기가 느껴져 기분이 좋은 미치는 밀스의 품을 더 파고들었어. 당연히 이쯤되면 허리에 팔을 감싸줄 밀스일텐데, 의아하게 여길쯤 자신이 파고든 이의 향이 밀스의 향과는 다른것임을 깨닫곤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물 밀듯이 쏟아지는 기억, 그래 어제 밀스의 문자를 보고 혼자서 펍에 갔고, 적당히 나오려던 타이밍에 그 누구지? 타일러? 아, 맞아 타일러 더든 이였던가 여튼 밀스와 닮은 알파와 합석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던것 같다. 타일러가 시켜준 두 잔의 칵테일을 더 마시고... 그 다음엔? 어떻게 집에 왔더라?



미치의 허리가 아닌 엉덩이에 손이 올라와 꽉- 쥐는게 느껴져 눈을 뜨니. 망할, 타일러 더든 이였다. 미치 맥디르 미쳤어.. 나가 죽어 그냥



타일러는 실실 웃으며 엉덩이를 계속 조물거리는걸, 미치가 정색하며 손을 떼어내자, 방향을 돌려 허리를 팔로 꼭 감싸앉았다.





미안하지만, 좀 떼주겠어?
Honey, 같이 즐겨 놓고서, 차갑게 이러기야?
니 Honey 아니야.






타일러의 말에 싸늘하게 대답 한 뒤, 이리저리 감싸는 타일러를 밀어내고, 욕실에 들어왔다.



욕실에서 본 모습은 가관이었다. 분명 어제 애인있다고 말한 것 같은데, 목이며, 쇄골이며.. 몸에 붉은 자국을 없는 곳을 찾는 것이 빠를것 같았다. 일단 아래가 질척거리지 않는것을 보니 다행히 콘돔을 하거나 뒤처리를 해준듯 했다.



그와 별개로, 미치의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마 지금도 타일러의 향이 폴폴 풍기고 있을터. 전에도 실수로 다른 알파와 자고나서 밀스가 지었던 싸늘하지만 상처받은 표정들이 선명해 괴로웠다. 드문드문 생각났지만 분명 적극적으로 타일러에게 매달린 자신의 모습까지 파라노마처럼 스치자 욕실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









벌써가?
없던 일이야.
뭐가
오늘, 아니 어제 우리들 아무것도 안했다고.



어제까지 본인 아래에서 예쁘게 울던 오메가가 잔뜩 표정을 굳히고 딱 잘라내는게 귀엽기도 하고, 놀려주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다. 톡 건들이면 울것같은 표정이 아주 볼만 했다.


그래서 일부러 몸을 가까이 하자. 타일러의 알몸이 부담스러운듯 살짝 한걸음 물러나려는것을 잡아 밀착했다. 다시 꼭꼭 여며입은 셔츠 사이로 본인이 남긴 붉은 자국을 보자 만족감이 차올랐다.





오늘일은 넘어가줘.
싫다면?
넌 밀스를 모르잖아.
알게되는것도 나쁘진 않지. 너랑 여기로 온지 3년뜸 된 여기 관할 형사맞지?




어제 술 마신 후, 미치가 아무 의심없이 줄줄이 분 것을 읊어주자 점점 사색이 되고, 큰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앞으로 자주 보게될거야. 피하지마.




마무리로 입가에 입을 맞추자. 하지말라며 눈에 힘을 주고, 타일러의 몸을 연신 내려치는 것을 보던 타일러는 역시 재밌는 오메가라며 실실 웃었고, 타일러의 웃음소리가 커질때마다 힘을 주던 미치는 제 풀에 지쳐 방에서 나가버렸다.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오메가였다. 하룻밤 애인으론 아쉬운, 그리고 무엇보다도 왠만한 애인있는 오메가들도 타일러와 잔 후론 알게 모르게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을 쳐내는 건 타일러의 몫이었다. 본인을 밀어내는 미치가 불쾌하긴 커녕 더 흥미가 도는것을 부정할수 없었다.



그런 미치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잘난 데이빗 밀스의 얼굴이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지


은은히 본인의 몸에 풍기는 미치의 향에 미소가 지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





\'어제 못들어가서 미안해, 일이 꼬여서. 오늘도 아마 늦을꺼야\'-데이빗




다행히 어제 밀스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듯하다. 집에 들어야할까 고민하던 미치도 문자를 보곤 회사로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몸에서 진동하는 타일어의 페로몬을 빼기 위해, 편의점을 잠시 들러 일회용 향 가무림용 향수를 여러분 뿌렸다.


이 향수는 밀스와의 관계 이후에도 자주 뿌렸던 것이니 의심을 사진 않을 것이다. 다만 본인과 밀스와의 관계를 아는 알파나 오메가가 옅게 나고 있는 타일러의 향을 알아채면 어쩌나 걱정되긴 했지만 태연한 척 회사에 들어섰다.






*





\' 나도 요번주 주말에 그러니까 오늘부터 내일까지 형집에 가려고. 나중에 봐 Honey\' - 미치










빵탐러들모두 죽지마 ㅠㅠㅠ 곶손이 재업합니다


빵탐 밀스미치 타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