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비, 탐은 어딨어?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어요.
벌써 네 시가 지났어.
따로 연락은 없었습니다.
브래드는 탁자 위에 있던 화병을 던졌다. 내 발 앞에 떨어진 그것은 산산조각이 난 체로 반짝거렸다. 그는 한참을 씩씩거리다 결국 등을 돌렸다. 나는 화병을 치우다 문득 그가 처음 이 별장에 도착했었을 때가 생각났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지어진 것 같은 저택. 아무도 오지 않는 시골 한 모퉁이에 현대식으로 지어진 집은 그야말로 이질적인 것이였다. 새벽에도 울려퍼지는 인부들의 노동. 저 집을 짓는 이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걸까? 나와 내 할머니는 저녁 식사마다 늘 저 집에 대해 얘기하고는 했다. 주인이 누구일지, 휴양지를 위해 이 시골에서 집을 짓는건지, 의미없는 얘기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어느 덧 계절이 바뀌었다. 집이 다 완공될 때 쯔음에 낡은 텔레비전에서는 기업가의 불륜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그 후 얼마 있지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천애고아나 다름없던 나는 도시로 갈 생각조차 하지 못한 체 작은 과일 농사를 지었다. 밭에 나와 작업중이던 내게, 웬 정장을 입은 남자 두명이 다가와 일자리를 준다하며 나를 저택으로 이끌었다. 그들은 거의 내게 사정하다시피 했다. 곧 주인은 들어오는데, 아무도 이 시골에 박혀있기를 원하지않으니 시중을 들 하인이 없다는 것이였다. 농사일은 비록 소농이라하더라도 매우 고되고 힘들었으므로, 또 그들이 제시한 임금이 매우 높았으므로 나는 그 곳에서 메이드가 되기로 했다. 계약서를 쓰고 나는 그 저택으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처음 그 저택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던 건 나인 셈이다.
두달 후, 아주 어린 소년이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이 저택에 들어섰다. 그 꼬마의 이름은 브래드 피트. 그 이름을 가진 소년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작은 아이란 걸 알자마자, 텔레비전에서 떠들던 가쉽들이 내 뇌 안에서 다시금 반복되었다.
그는 부동산 재벌가의 사생... 그의 어머니는 이름없는 배우.... 브래드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나버...그의 아버지는 양육권 소송을.. 앵커들이 했던 말들.
소년이 나를 보고 말했다.
여기엔 너 밖에 없어?
...
아무도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미소를 지었다.
왜 새삼스레 그 과거의 환영이 내 눈 앞에 나타난지는 몰라도 사실 나는 조금 초조해있다. 톰이 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않는건지, 결국 그가 도망쳐버린건지. 다시금 나타난 브래드가 내게 소리친다.
거 봐! 내가 그 애 다리를 끊어놓자했잖아!
도련님, 진정하세요.
도망친게 틀림없어! 쥐새끼같은 놈! 죽여버릴거야!
그는 모든 물건을 손에 잡히는 대로 내던졌다. 카페트가 더러워지고, 목재로 된 바닥에 둔탁한 소리가 깨졌다. 한숨이 나는 상황이다. 익숙해서 놀라움조차 일지않는다. 나는 톰이 진심으로 도망쳤으면 한다. 사실 정말 그가 도망갔다해도, 왜 여태까지 버텼는지가 더 궁금한 정도였다. 톰은 브래드에게 모욕당하고 유린당했다. 6년 전 겨울, 톰이 맨 몸으로 이 저택에 찾아오고 나서부터 이 저택에누 매일 밤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와 단둘이 있을때 계속해서 물었다. 왜 그를 떠나지않아? 톰은 대답했다. 불쌍하잖아요..
그렇게 말하는 톰은 사명감도,동정심도 아닌 체념으로 얼룩져있었다.
피로 얼룩진 침대시트를 몰래 가는 그와 마주했을때,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른 체 해주세요. 당연히 그럴 생각이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소리를, 나는 언제부터 무시해왔던가. 매일 밤 둘이 몸을 섞는다는 건 내게 당황스럽고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결국 그가 브래드를 떠났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왜 하루 빨리 더 떠나지않았나, 하고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제 브래드는 이제 제 성질을 못이겨 고함을 치고 있고 나는 나의 마지막 양심으로 톰이 정말로 떠나버렸기를 바랐다.
하지만 톰은 다시 이 저택에 발은 들인다.
죄송해요...! 자전거 타이어가 터져서...
어디서 구른 듯, 온갖 흙과 나뭇잎이 그의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브래드는 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내 파열음이 들리더니 톰의 고개가 힘껏 꺾여져있다.
학교, 이제 그만 둬.
도련님...
그만 둬.
...
목욕하고 방으로 올라와.
그 말을 마치고 브래드는 계단을 올라갔고 톰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눈물을 흘렸다.
톰..
...
왜 돌아왔니. 멍청하게...
정말..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될까요?
방법이 정말 없는 건 아니야.
토끼같이 동그랗게 눈을 뜨는 톰에게 나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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