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주의해...ㅋ






엔티호에 탄 모든 크루들이 다 제 업무에 치이면서 바쁘게 사는 직장인의 굴레에 있지만 가장 바쁜 사람을 꼽으라면 CMO인 본즈일 거야. 딴 사람들은 그래도 일할 땐 하고 쉴 땐 쉬는데 본즈는 일하기 위해 조금씩 쉬는 의료머신에 가깝달까. 이혼도 이렇게 일에 치여 살다가 뼈만 남고 탈탈 털린 거였잖아. 본즈는 연애나 결혼에 딱히 부정적 편견은 없지만 본인이 그런 걸 할 운명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애인? 결혼? 됐다 그래. 친구 한두 명 있으면 충분해. 어쩌다 시간이 좀 생기면 술이나 같이 마시고 속에 쌓인 얘기도 좀 털어놓는 친구가 커크인데, 한평생 같이 일하면서 마미본능이 시키는대로 틈틈이 챙겨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뭔가 구속되는 건 없는 이 정도 인연이 딱 좋았어. 물론 본즈도 인간이고 남자니까 가끔 애인이 있었으면 싶었지만 일단 사귀고 나서 따라붙는 책임은 자기가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이런 나는 애인을 사귈 자격이 없다 이게 본즈의 생각이야. 그래서 본즈는 농담으로 애인이 갖고 싶다든지 섹드립 같은 건 종종 쳐도 사실은 연애에 대한 기대는 일찍이 접어두고 있었음.


지구에서 긴 휴가를 보내게 되었을 때의 일이야. 엔티가 아주 아작이 나는 바람에 첨부터 함선건조를 새로 해야했어. 그러다 도중에 시스템도 좀 업그레이드 한다네. 휴가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본즈는 간만에 한가해졌어. 근데 워낙 갑자기 빈 시간이라 딱히 뭘 할 계획도 없고... 커크한테 연락 넣어봤지만 그새 여자 만나러 갔고.... 결국 본즈는 아무것도 안하고 온종일 집에서 쉬었어. 그날 저녁 부모님이 등짝스매싱을 날렸지. 에라 이눔아 평생 우주만 떠돌아다니다가 혼자 늙어죽을래!!! 애인은 없냐! 잔소리 공격을 시전했고 그 소리 듣기 싫었던 본즈는 툴툴대며 밖으로 나왔어. 늘 가던 펍이나 갈까 했지만 분명 거기에 가면 짐이 새 애인이랑 죽치고 있을 것 같단 말이지. 뭐라도 하고 싶긴 하지만 그 녀석 뒤치다꺼리는 아니야... 지금은 그건 진짜 아니야... 그래서 본즈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펍으로 갔어. 거기에도 안면이 있는 엔티 크루들이 몇 있었지만 인사만 좀 나누고 각자 돌아섰어.


"닥떠?"


바에 체콥이 앉아서 혼자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어. 딱 봐도 얼마 전에 수작걸던 상대한테 차이고 체무룩한 꼴이야. 이거이거 이 놈 보게. 자기도 누구한테 훈수둘 입장은 아니지만 체콥의 연애사업을 지켜보고 있으면 진짜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애가 너드처럼 공부만 하고 커가지고 여자랑 놀 줄을 몰라. 잘됐다. 대충 연애 얘기나 하면서 이빨까다 보면 시간도 가겠지.그렇게 합석한 두 사람이었지만 연애 얘기는 한 10분 했나? 그 뒤론 자기 관심사나 스타플릿 업무 얘기가 주를 이뤘지.


솔직히 본즈는 체콥이 워낙 어린데다 다른 브릿지 멤버들에 비해 대화 나눌 기회도 적어서 말이 잘 안통할 줄 알았어. 근데 우연히 특정 행성 조건에서의 생물계 발달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쯤 본즈는 깨달았지. 세상에나 스팍에게나 통할 법한 전문적인 주제를 짐에게 말할 때처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가 존재하는구나. 본즈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생물학자, 병리학자이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이 연구자 기질도 갖고 있는데 마침 체콥과 기대이상으로 생산적인 대화를 하게 돼서 엄청 기뻤음.


본즈는 체콥도 시간이 남아돈다는 걸 알고 남은 휴가 동안 체콥이랑 어울리기로 했어. 각자 논문이나 교본 따위를 가져와서 읽는다든지 그걸 읽다가 갑자기 토론을 벌인다든지 그런 날이 매일매일 이어졌지. 잡담이나 수다도 떨었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겁이 많다는 건데 본즈는 겁만 많은 반면에 체콥은 호기심도 많아서 체콥이 이건 어떻다 저거 하고 싶다 뭐라고 말을 하면 본즈가 위험하다고 면박주고 체콥이 다시 헤헤 닥떠 말이 맞쑵니다 이러면서 서로 쿵짝쿵짝거림. 그러다가 점점 서로 진지한 이야기 같은 것도 편하게 나누게 되고 그랬어.
 
어찌어찌 많이 친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본즈는 17살이라는 나이 차가 항상 크게 느껴졌어. 한번 체콥이 진짜 어리다고 생각했던 계기가, 애가 너무 착하기만 함.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거절도 잘 못하고 의심하는 것도 싫어하고. 천성이 순하기도 하지만 아직 너무 거칠게 살아보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았어. 그런 면이 애가 때묻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줬지.

어느날 간만에 본즈는 체콥 대신 커크랑 만났어. 커크가 먼저 연락해 불러냈지. 근데 커크가 뜬금없이 요즘 체콥이 연애를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떼는 거야. ....???? 뭔 소리야 그런 거라면 내가 벌써부터 알았을 거라고. 근데 그런 본즈의 반응에 커크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본즈를 뚫어져라 쳐다봄.


"......"
"......"
".....뭐."
"......"
"......왜?!"
"......"
".....댐잇! 설마 나??!!!!"
"ㅋ"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본즈는 체콥을 만날 때마다 신경쓰여서 돌아버리겠는 거야. 정작 체콥은 아무렇지도 않고 건조해 보이는데.... 아니, 잠깐. 조금 얼굴이 상기되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암만 봐도 그런 쪽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짐 이놈이 어디서 이상한 착각한 거 아니야? 상대는 왜 또 나라는 거야? 우린 그냥 만나는 것 뿐이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누구 딴 녀석이겠지! 근데 본즈는 체콥에게 요즘 누구랑 연애하냐고 진상을 알아보고 싶어도 커크 말이 맞을까봐 차마 물을 수가 없는 거야.


하루는 체콥이 엔티호를 좀 보러간다고 같이 가겠냐고 해서 본즈도 털레털레 따라감. 스코티는 초흥분해서 체콥에게 이것저것 알려줬고 체콥도 엄청 관심있게 듣고 있었어. 그러나 불행하게도 본즈에게는 고막에 와 닿는 파동에 지나지 않았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하도 멍해져서 본즈는 다른데 가서 좀 쉬겠다고 했어. 체콥이 당황하는 건 미처 보지 못하고 조선소 휴게실로 온 본즈는 패드로 논문이나 다듬으면서 시간을 때움. 두어 시간 정도 지났나... 휴게실 문이 열리고 스코티가 얼굴을 빼꼼 들이밀었어. 본즈는 들어올 거면 들어오지 왜 저러고 있나 싶은데.... 뭘까 이 묘한 기시감. 틀림없이 짐도 저런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


"거 양반 참..."
".....??????"
"........"
"......뭐가."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이해합니다."
".....뭐가!!!!"
"ㅋ"


.....이 일 이후로 본즈는 정말로 체콥이랑 자기 사이에 무슨 뭐 자신이 모르는 케미라도 흐르나 심각하게 고민했어. 내가 눈새인 건가? 아니 근데 그래도 좀 억울한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난 체콥 소위에게 아무 짓도 안했어!! 체콥이 멋대로 날 좋아... 하는 건 맞긴 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왜 하필 나 같은 아저씨야?? 하도 심란해서 이제 본즈는 체콥을 보기만 해도 어색했고 물론 이전처럼 매일 만나서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어. 체콥은 본즈가 자길 피한다는 거 알고 연락을 안하게 됐지.


본즈는 술루를 찾아갔어. 이전 탐사에서 가져온 식물 조직을 좀 받고 싶었거든. 본즈는 이번에도 뭔가 이상한 눈치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진상을 뼈만 남기고 탈탈 캐내리라 벼르고 있었어. 근데 술루는 눈치를 주는대신 걱정스럽게 물었어.


"요즘은 체콥을 잘 안보시나 봐요."
"나는 걔 엄마가 아니야."
"엄마라뇨."


술루가 쓰게 웃었어. 본즈는 ㅋ하고 비웃는 것보다 저렇게 웃는 게 더 신경쓰였지.


"댐잇 도대체가 만나는 사람마다 체콥 얘기군. 내 귀에만 안들어오는 그 소문 좀 알려주지 않겠어? 대체 뭔데 그래? 내가 무슨.... 어린애를 후린 파렴치한이래?"
"뭐 그렇죠."
"이런 세상에..."


시원하게 인정한 술루가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였어.


"닥터는 체콥에게 아무 감정도 없었던 겁니까?"
"없어! 걘 어린애잖아! 난 아저씨고!!"


난 그 애의 아빠뻘이란 말이야. 마지막 말은 민망해서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어.


"그거 의외네요. 저희들은 닥터가 워낙 체콥에게 허물없이 다정하게 대하길래 그런 사이로 발전하는 줄 알았죠."
"잠깐. 저희들? 지금 내가 미행당했단 소리를 듣고 있는 건가?"
"아뇨. 하지만 이 근처엔 스타플릿 생도들과 장교들의 눈이 천 개 쯤은 있죠. 아무튼 체콥은 분명 닥터와 그런 사이로 진입했다고 믿었어요."
"어떻게 생각이 그렇게 튀는 거야. 그냥 친한 상관 부하 사이가 되었다고는 생각 못하는 거야?"
"음. 그렇게 보기엔 닥터가 너무 매너있었어요. 저도 예전에 노천카페에 닥터와 체콥이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영락없이 데이트 장면이었는 걸요."


시발 내가 잘못한 거였나. 평범하게 대한다고 했는데 애가 워낙 어려서 좀 챙겨준 게 이상한 오해를 불렀던 건가.


"....요즘 체콥 소식 들은 거 있나?"
"물어도 잘 얘기 안 하더라고요. 예전엔 미주알 고주알 털어놨는데."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술루는 식물조직 샘플을 모두 챙겨 넘겨줬어. 그리고 눈으로 "ㅋ" 하고 웃었지. 왠지 눈빛만으로도 다른 크루들보다 "ㅋ"가 압권이라서 본즈는 샘플을 쥐고 온실을 나왔어. 오소소 돋은 소름을 가라앉히며 체콥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머리를 쥐어뜯었지.



***



체콥은 제 앞에 앉아 10분째 뚫어져라 자기를 쳐다보는 함장님 앞에서 보노보노 땀을 흘리고 있었어.


"쩌기... 함장님. 왜 부르신 곱니까?"


얼마나 곤란함을 느끼냐면 특유의 끙끙대는 소리가 3분마다 흘러나왔음.


"체콥. 지금 상황이 이해가 돼?"
"아니요..."


쯧쯧. 커크가 혀를 찼어.


"단도직입적으로 본즈는 아직 널 좋아한다는 자각이 없어. 하지만 호의는 있어. 지금 부족한 게 뭔지 알겠어? 섹☆스 텐션이야."


체콥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귀를 쫑긋했지.


"본즈는 말이야. 자타공인 미스터 센시티브야. 그런데 정작 자기 메이팅에 있어서는 센시티브가 아니야. 그런 관계에 좀.... 지쳐있거든. 나는 본즈가 반응하는 것만 봐도 대충 그가 무슨 생각인지 직감적으로 아는데, 너에 대한 호감이 연인관계로 발전하려면 성적으로 강한 한방이 필요해. 미미한 건 소용없어. 본즈는 그런 쪽으로 스스로 주의를 안두니까 방심했을 때 한방에 뇌살시키란 말이야. 내 말 알아들어?"
"아... 아이 써.."


체콥은 자신없는 목소리로 답했어. 하이고... 알긴 뭘 알았냐. 커크가 기어들어가는 체콥의 대답을 듣고 가슴을 쳤지. 쟤한테 혼자 맡겨두면 틀림없이 이번에도 말아먹겠구나. 영 못미더웠던 커크는 안되겠다 싶었어.


"내가 도와주지."


커크가 발벗고 나섰어.


한참 동안 커크와 체콥은 이것저것 작전을 짰어. 뭐가 본즈를 공략할 수 있는 치트키일지 고민했지.


"좋아 좋아. 정리해보자. 체콥 너는 본즈가 좋아할 만한 건 이미 다 갖췄어. 좀 걸리는 게 있다면 나이 정도지. 그건 어쩔 수 없어. 억지로 어른인 척 꾸며봤자 웃길 게 뻔하니까. 차라리 나이를 감출 게 아니라 전면으로 내놓고 무기로 써야 돼."
"오또케 말입니까....?"
"본즈는 어리고 순수한 것에 약해. 모성본능 같은 게 있거든. 거기서 절대 거절할 수 없는 꼴포를 터트리자."










폰으로 깨작깨작 쓴 걸 모은 거라 글이 좀 균형이 안맞을 거야.

하지만..... 이거라도 올리지 않으면.... 색창이 너무 쓸쓸할 것 같아서........

다음편에서 본체 잣죽 쑬 건데 나붕 잣죽 쪄본지 한참됐다.

어색해도 참아주라ㅎ

그리고. 나붕. 기다린다. 센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