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혼을 앞두고 상담받는 빌리




박사님, 저는 빌리 락스에요.
네, 진료 예약할 때 이름과는 다르죠. 샘 취좀은 제 신탁관리인이시거든요. 대신 해달라고 제가 부탁드렸어요.
박사님과 상담 스케줄을 잡는 것이 정말로 힘들었어요.
요즘 박사님께서 병원일도 그리 안하신다고 들었는데 저는 정말 간절히 기다렸거든요.
이런 얘기보다 준비되셨으면 상담을 시작하고 싶어요.



제 남편은 불면증이 있었어요.
그래도 제가 곁에서 당신이 잠든 틈을 타 눈을 파려는 올빼미는 없다고 얘기해주면 잠들 수 있곤 했어요.
그가 떠나자 제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요즘 낮에 조금씩 조는 것 말고는 잠들 수가 없어요. 만약 그 올빼미가 제게 옮겨온 거라면 그이는 한결 편해질 수 있을텐데, 박사님 생각엔 있을 수 있는  일 같으세요?



남편이 떠난지 4주 정도 되었어요. 그리고 얼마전엔 이혼합의신청서가 도착했어요.  그때부터  올빼미가 낮에도 보이곤 해요. 저는 자주 울고, 가끔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탈진해요. 돌봐주러 오는 친구가 차라리 이혼을 받아들이는게 나을거라고 화를 냈어요.
남편이 제 피를 말리고 있다고. 그렇지만 제 곁에는 저를 걱정해주는 조슈아도 있고, 샘도 있죠. 남편 곁엔 누가 있을지 걱정이 되요.
아니, 속이는건 나쁜일이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이 곁에 누군가 있다는게 저를 견딜 수 없게 만들어요.



이혼을 받아들이고, 그이의 올빼미도 제가 떠맡는게 제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될까요? 그이와 얘기하는 망상에 빠져있는걸 저도 알아요.
수면주기가 엉망이 되면서 저는 제 환각에 말을 걸곤해요. 그리고 올빼미가 대답을 하죠. 그이는 몽상 속에서도 저를 봐주지 않아요.



빌리 락스, 남편이 네 얘기를 믿어주지 않는 것은 왜일까?
그는 널 사랑한 적이 없어.
널 안은 유일한 밤은 실수니까. 그는 기억조차 없잖아. 아니 기억하고 싶어하지도 않으니까.
애초에 부부가 된게 잘못이야. 그를 놓아줘.



그는 집안 친구인 컬렌부부의 만찬에서 만난 의사였어요. 그는 저명한 심리치료전문가고 저는 일가족이 사망한 비행기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였죠. 그를 만날수록 저는 안정되어갔고, 그래서 제가 그에게 청혼했어요. 그는 아마...  나이 어린 제가 불쌍해서 받아준 것이겠죠. 그이는 다정했거든요. 하지만 이제 다 끝났어요. 그이를 놓아주어야해요.



오, 로비쇼 박사님,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제 발치에 무릎꿇지 마세요. 제 구두를 벗기고 키스하지도 마시고, 하지마세요... 환자에게 그런건 너무 파렴치한 것 아닌가요?











"...빌리, 당신을 안았던 그 날이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왜 꿈이라고 믿는거에요, 굿나잇 당신은?"

"왜냐하면... 당신이 날 사랑한다고 했으니까. 올빼미가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했어."


"제 무릎에  키스하지마세요... 간지러워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한테 흔히 사랑한다고 하니까요. 로비쇼박사님은 잘 모르셨나보지만."

"...그런데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도 했지. 그 사람을 소개해준다고."

"네. 구디에요. 제 안에 있는 작은 구디. 우리가 사랑한 밤에 만들어진 사랑스런 구디."

"구디? 당신이 날 그렇게 부르는 상상을 해보긴했어. 그렇지만 난 당신을 만지지도 못하는 겁쟁이였지. 비행기사고 생존자보다 더 약한 불면증 환자가 난데, 어떻게 당신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었겠어? 언제나 이렇게 만지고 싶었지. 내 아내를..."

"...바지를 벗기지 말라고요. 그날은 당신이 거의 일주일째 잠을 못잔 날이었을거에요. 제가 다가가 당신을 가슴에 안고... 오, 여기서 그렇게 재현할 필요는... 아..."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하길래 그날로 집에서 나왔지. 나는 아주 많은 술과 고성과 기물을 파괴하는 짓을 일삼을 것을 알았지만 당신 앞에서는 그러고싶지 않았어. 겨우 추스리고 당신을 이 겁쟁이 로비쇼박사에게서 놓아주려고 한거야."

"...음, 이혼을 앞둔 부부가 남편의 직장에서 이런 부적절한 일을 하는게 옳은 걸까요? 제 구디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을래요. 로비쇼박사님, 왜 제가 다 벗고 있는 거죠?"


"쉿, 잠시만 내 사랑. 안나, 오늘 진료예약은 모두 캔슬해줘요. 그리고 당신도 퇴근하세요. 또 병원은 주니어가 태어날때까지 휴업이니까 당신에게 다른 곳을 소개해줄게요. 이제 전달사항은 없어요. 빌리, 방금 병원 문을 닫았어. 섬세한 당신을 남들이 오가는 곳에선 안을 수 없지. 이제 구디에게 인사해도 좋을까?"

"오, 그런 곳에 키스하라고 허락한 적 없는데...  구디에게 이제 아빠가 떠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요? 이제야 이혼을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는데."

"사랑스러운 입에 그런 말을 담지 말아요, petit. 태교에 몹쓸 단어는 한 음절도 얘기하지 않아야하니까."

"...그런데 굿나잇 당신이 내게 속삭이는 말들은 하나같이 파렴치하잖아요."

"구디도 자기가 왜 생겼는지 조기교육이 필요하니까. 여보, 빌리. 이제 당신을 안을 거야. 그리고 다시 집에 가서 또 안을 거고. 그리고 병원에 가서 안정기가 왔다고 들으면 다시 또 그런 날들이 계속 될 거라는걸 약속할게."


"내 큰 구디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죠. 작은 구디에게 가르칠만한 자질이군요. 그럼 허락할게요. 이제 당신 아내를 사랑해요."


"그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야. 그리고 같이 올빼미도 질색할만큼 달콤한 잠을 잡시다, 내사랑. 굿나잇, 빌리."





2 출산을 앞두고 상담받는 빌리





닥터 혼, 어떤 출산을 선택하겠냐고 물으셨죠? 오늘 남편이랑 같이 왔어요. 그런데 의견이 달라서 선생님께서 이런 경우 뭘 더 권하실지 듣고싶네요.


남편은 수중분만을 하재요. 그리고 그런 영상을 매일같이 보고 기절하기 직전이라 제가 라마즈호흡을 가르쳤어요. 뭐, 산모가 아니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남편은 그러니까, 출산의 고통과 영광을 함께하는 것에 로망이 있나봐요. 산모의 뒤에서 남편이 안아주면서 응원도 하고, 자기가 탯줄을 잘라야한다고 가위도 준비했는데 대체 백금재질에 다이아몬드가 박힐 필요가 뭔지 전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수술실에서 평범한, 그러니까 어... 남편이 들어오지 않고 혼자서 낳고 싶어요. 오, 굿나잇, 아무말도 말고 내 말 들어요. 당신 마음은 알지만, 내가 당신 상태를 너무 잘 아니까 하는 말이에요. 닥터 혼, 잠시만 남편을 진정시키고요. 굿나잇, 그런 눈을 한다고 내가 넘어갈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여보, 시끄러워요! 닥터 혼, 잠시 남편에게 할 말이 있어요. 양해해주세요.



"굿나잇그동안나도안하는입덧을해서당신뒷바라지를한게누구죠?산모도안걸린임신우울증으로천사모빌을보면서당신대고모님이랑닮아서무섭다고울어서우주선모빌로바꿨더니가타카라는인생영화가있는데혹시주니어취향이아니면어쩌냐고3분에한번씩물어봤던것도참았어요.그래요,당신뜻대로수중분만을한다고해요.등뒤의기절한당신을두고내가힘이나줄수있을것같아요?수술실에들어와서비디오촬영할생각도말아요.어차피당신이찍을수있는건기절한당신발이다일거니까."



닥터 혼, 저는 수술실에서 아주 평범하게 낳겠어요. 굿나잇, 그게 당신이 기절하지 않고 구디와 인사할 유일한 방법이에요. 알겠죠?





















"저기 로비쇼박사님이지? 부인이 지금 출산중이래. 오, 나 저분 저서가 라커룸에 있어. 가져와서 싸인 받을까봐. 지금은 중요한 순간이니까 물론 나중에. 부인이 막 나오고 계시나보다."











"굿나잇, 우리 구디가 씩씩하게 우리한테 왔어요. 그런데 당신은 아니군요. 자, 가서 세수하고 다시 잘생겨져서 와요. 그럼 구디와 아기 구디에게 다 키스해줄테니까."













"...나 싸인은 부인께 받을래. 아무래도 사모님이 로비쇼박사님의 본체야."






굿나잇 38세
빌리 21세
구디 1일






3 청혼을 앞두고 상담하는 빌리



엠마, 정말로 내가 그분께 청혼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단 거예요? 그분은... 그렇게 저명한 박사님이시고, 저는 아직도 비행기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애송이에 불과한데.
그분께 청혼하려는 이유는 사실 단순해요. 호되게 차이고,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상심하면 더는 그분을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하나쯤은 생기겠죠. 네, 거절받기 위해서 하는 청혼이라니 우습죠? 그래서 담담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로비쇼 박사님은 언제나 제 말을 잘 들어주셨으니까.


오, 그렇게 희망을 가져보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분이 절 보는 시선이요? 네, 다정하시죠. 불쌍하고 애처로운 생존자니까. 저는 피상담자로서 박사님을 불순하게 바라보고 있는걸요. 저를 경멸하신대도 어쩔 수 없죠. 그러니까 엠마, 로비쇼 박사님의 호의를 저버린 대가가 혹독한 것은 당연한 거예요. 저는... 그분을 사랑하지 않는게 너무 힘이 들어요. 가끔은 제가 그분을 웃게 해드린다는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엠마, 당신이 완강하게 반대했다면 말해볼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고마워요. 그냥 내 마음을 아는 친구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어요. 당신은 그리고 로비쇼박사님의 친구기도 하니까 그분의 행복도 빌어주리라는걸 알아요. 제가 그분을 행복하게 할거라니, 당신의 호의는 잊지 않을게요.




















"...빌리, 내가 잘못 들었나본데, 다시 말해주겠어?"


"로비쇼박사님, 당신을 사랑해요. 저와 결혼해주세요. 그리고 이제 거절해주세요."


"...이봐요, 빌리. 두 가지가 매우 상이한 요청이라 내가 어떻게 답해야 당신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헷갈리는걸. 사랑하는데 왜 거절당하길 원하지?"


"박사님은 절 사랑하지 않으시니까요. 애정없는 결혼에 매여있는 부부들이 많은건 알지만 저는 당신이 행복하길 원해요. 이제 정신차리게 하는 혹독한 거절의 말을 해주세요. 그래야 홀가분하게 떠나지요."


"...빌리, 떠날건가?"


"네, 이제 스무살이라 신탁재산을 받아요. 유산이 정리되면 떠나려고해요. 그렇지만 프랑스는 아니에요. 거긴 박사님을 떠올리게  할테니까. 부모님의 고국으로 갈수도 있겠죠. 비행기를 제가 다시 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연의 아픔에 비하면 견딜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의 청혼을 거절한다면... 그건 당신 옆에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 서야하고, 그것이 나같은 사람이면 안되니까. 나는 당신보다 나이도 너무 많ㅡ"


"ㅡ당신이 나이가 많은게 아니라 내가 너무 어리겠죠. 그렇게 완곡하게 말씀하실줄 알았어요.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존경할 수 있는 우정으로 시작해 부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ㅡ 박사님, 아파요. 팔을 놓아주시겠어요?"


"...당신이 사랑하는건 나잖아? 다른 사람이어도 괜찮다는 건가?"


"로비쇼박사님을 얻는 것보다 그게 더 쉬울테니까요. 저는 가족을 원해요. 그리고 가족은 서로 사랑해야죠. 저희 부모님처럼. 아직은 그런걸 믿는 나인가봐요."


"나는 빌리 당신을 거절해야해. 그래야만 하지. 당신은 최고만을 누릴 자격이 있어. 당신처럼 아름답고 강한 사람은 나같은 남자를 사랑해선..."


"박사님, 그런것 치고 저를 너무 꽉 끌어안고 계시는걸요. 왜 자꾸만 절대로 놔주지 않을 것처럼 구시면서 당신에게 흠이 있는것처럼 자책하시는 거죠? 제가 당신을 괴롭게 한다면 당장 떠나겠어ㅡ"


"...허락도 없이 키스해서 미안해요, 빌리. 당신을 거절하는게 아니라 애초에 당신을 꿈꾸는 일이 허락되면 안됐을텐데. 보낼 수가 없어. 그 당신의 고국이며 다른 남자의 곁으로는."


"오, 이렇게 달콤하게 거절하시면..."


"당신은 나를 가만두질 않는군. 그래, 인정하지. 빌리 락스, 당신의 청혼을 거절하겠어. 그건 내가 청혼해야하기 때문이오. 빌리, 당신의 애정보다 귀한 건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어. 당신이 날 정직하게 만들지. 나는 당신을 위해 조금은 나은 남자가 돼보겠소. 당신에게는 그런 사람이 어울리니까."


"아니오, 지금보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어떤 것도 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원해요. 로비쇼박사님, 이제 굿나잇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오, 울지 마세요. 굿나잇?"
























"굿나잇? 일어나봐요. 또 올빼미가 왔나요? 괜찮아요, 그건 당신을 조금도 헤치지 못해요. 내가 다 무찌를게요."


"올빼미라니, 당치않아. 당신에게 청혼하던 날의 꿈을 꿨어."


"꿈이 잘못됐어요. 청혼은 내가 했잖아요. 착한 로비쇼박사님이 억척스러운 빌리 락스에게 코가 꿰인 거라고요. 내 불쌍한 구디. 결혼하고나서 자꾸만 내 사랑을 거부한것 빼곤 당신은 착한 남편이었어요."


"올빼미에 대해서 알고나선 실망할거라고 믿었으니까. 여전히 날 사랑한다고 믿을 수 없었지. 그건 너무 오만했달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그 비행기에서 살아남은거예요. 나는 당신의 밤의 파수꾼이니까."


"로비쇼박사는 어린 아내에게 정신이 팔려있다고들 하지. 멍청한 인간들. 당신이 날 소유해서 난 완전해졌어."


"나를 위해 무엇이 되려하지 말고, 당신 옆의 나를 언제나처럼 받아들여주세요. 굿나잇, 구디."





굿나잇 37세
빌리 20세
구디 -1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