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ㅇㅁㅇ ㄵㅈㅇ ㅅㅍㅈㅇ 알못주의
제목 저거 맞나 모르겠다
1.
증거 없는 살인은 함선 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연쇄살인임이 밝혀진 후에는 더욱 그랬다. 보안팀은 범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틀만에 세 명이 죽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본부는 엔터프라이즈호에 즉각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그들이 탐험중인 성운의 특정 에너지대의 문제로 인해 엔터프라이즈 호가 워프할 수도, 선원들이 다른 곳으로 트랜스포트 할 수도 없게 되었다. 몇 가지 시도 끝에, 외부의 물체를 내부로 전송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본부는 프로파일러인 허니 B. 박사를 파견했다.
2.
허니. B는 유능한 프로파일러였다. 사진을 꼼꼼히 보더니 몇 가지를 말해 주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크루들 명단을 내게 넘겨요. 범인은 함선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장교부터 시작해서 프로파일링을 시작할 거에요. 우선 함장님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지금? 바로 당장?”
“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허니 B는 대답한다.
3.
짧은 상담 뒤 허니는 제임스 커크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4.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허니 B는 패드를 들었다.
“키는 180센티미터 이상, 남성, 오른손잡이입니다. 평발이 아니고, 백병전에 능숙하고 인체의 구조에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사람입니다. 악력은 50kg 이상으로 추정되고, 여기 살인이 일어난 구역과 사각지대, 이동 경로를 예측해 보면 옐로셔츠와 블루셔츠의 숙소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까...이쪽 부분이요. 꽤나 넓네요. 닥터 맥코이의 부검 결과를 보면 즉사하지 않았지만, 확실한 치명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즉 특정한 목적을 가진 계획범죄라는 거죠...”
5.
장교들의 프로파일링 이후 다시 회의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지 않아요.” B가 입을 뗐다. “우선 주요 장교들은 아니에요.” B는 피곤해 보였다. “실은 그게 더 문제죠. 일반 크루들 중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 말은 이 살인이-” 허니는 잠시 멈췄다.
“본인이 인식하지 못하는 채 저지르고 있다는 말이군.” 본즈가 말을 받는다.
허니는 고개를 끄덕인다. “예상되는 요인이 있나요, 닥터? 조종이 가능한 뭔가가..”
“물론 행동을 조절하는 외계 생물의 군집이 보고된 바가 있어. 이들은 집단 행동을 하는데 일종의 바이러스처럼 행동해서...이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낫겠네.”
“그런 외계 생물이 함선 안에 있을 가능성도 있죠.”
“이미 검사를 해 봤지만 어디서도 흔적은 없었어.”
“최근에 내린 행성에서 외부인이 숨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캡틴.”
“침입자는 없어, 스팍.”
“새로운 지문도, 홍채 인식도 전혀 없는 걸 확인했어요.”
커크는 한숨을 내쉰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우리의 사악한 쌍둥이라도 브릿지 구석에 숨어 있나 보죠.” B는 패드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린다. “그런 말은 비논리적입니다, 박사.” “그냥 농담한 거에요.” B는 한숨을 내쉰다.
“캡틴 커크, 보안을 강화하고 크루들에게 행동 지침을 내려요.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에요.”
6.
그리고 두 명이 더 죽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살해되었다. 허니는 피해자들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았으나 뚜렷한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동기였으나, 전혀 알 길이 없었다. 허니는 머리를 싸쥐었다. 외부와 격리된 환경, 제한적인 인원. 충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만 계획적인 범죄는....
어느 날 한 사람이 살해당했다. 보안이 강화되고 다음 날 이를 비웃들이 같은 방식으로 두 사람이 더 살해당했다. 그리고 허니가 이곳에 왔다. 주요 장교들의 프로파일링이 있던 날 밤 두 사람이 죽었다.
또다시 살인이 일어날까? 몇 명이 더 죽을까? 죽은 사람들은 왜 죽었을까? 다시 자료를 본다. “아.” 경로가 겹친다. 죽은 다섯 사람의 숙소, 이동 경로, 동료들의 증언. 범인은 메디베이에 있다. “캡틴.” 허니는 커뮤니케이터로 제임스 커크를 부른다. 대답이 없다. “캡틴?”
허니는 의식을 잃는다.
7.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허니는 눈을 떴다.
“메디베이.”
허니는 쉽게 알아차린다. 움직이지 않는 의자, 방과 다른 바닥 재질, 왼쪽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환풍기 소리. 꼭 약물 냄새가 아니더라도 많은 증거가 있다. 안대가 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수갑인지 뭔지 때문에 꼼짝할 수 없어도 말이다. 이것도 직업병이로군.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곧 기계음이 섞인 완벽한 억양의 여자 목소리가 말한다. <허니 B 박사.>
<내가 누군지 추리해 봐.>
“내가 왜.”
<그게 당신 일이잖아.>
리듬 없는 건조한 목소리지만, 어딘가 즐겁게 느껴진다. 허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이 사람이 범인이야.
지금 이 시간에 메디베이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 걸음걸이로 봐서는 키가 크고 몸이 꽤 건장한 남자로군. 향수 냄새는 느껴지지 않고, 오늘 당직은 누구였지? 내 입을 막지는 않은 걸로 봐서 소리를 차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게 가능한 사람은 누가 있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은 거지? 나는 캡틴을 부르다가 의식을 잃었어. 그럼 캡틴은 어디 있지? 아마 캡틴과 나의 대화를 도청했겠지. 캡틴을 미리 제압한 걸까? 그리고 내 방에서 날 납치했지. 그게 가능한 사람은 누구지?
키가 큰 남자, 함선의 어디든지 들어갈 수 있고 누구의 방에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 도청에 능하고 하룻밤에 두 명이나 증거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
-침입자는 없어, 스팍.
-그러니까, 전산에 입력된 바에 따르면 외부에서 온 생명체는 없다는 거죠...
-지문 인식도, 홍채 인식도 모두 우리 크루들 거에요.
“오, 세상에.”
B는 작게 탄식한다.
“이건 말도 안 돼.”
<정답을 말해 봐, 박사. 당신 알고 있잖아.>
-침입자는 없어, 스팍.....
“말도 안 돼. 그저 농담이었을 뿐인데.” 허니는 허탈하게 웃었다.
<농담치곤 꽤나 뼈가 있었지.>
“사악한 쌍둥이가 정답이었군.”
“빙고.”
제임스 커크의 목소리와 함께 허니의 눈을 가린 안대가 벗겨진다.
8.
그는 제임스 커크가 아니다. 그는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인간이지만, 훨씬 더 계획적이고, 훨씬 더 침착하고, 훨씬 더....위험하다. 사실은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행동을 하는 다른 사람.
그래. 사악한 쌍둥이란 말이 딱 맞군.
“캡틴은 어디 있지? 당직인 채플 간호사는? 나를 왜 여기에 데려다 놓은 거야? 자수할 생각이라도 한 거야?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숨어든 거야? 그래서 안 들킨 거였어. 캡틴이랑 똑같은 몸을 가지고 있으니...클론이라도 만든 거야?”
허니는 ‘또 다른’ 제임스 커크의 얼굴을 바라보며 쏘아붙인다.
“한꺼번에 하나만, 천천히 묻는 게 당신 특징 아니었어? 당신답지 않네, 허니 B. 그들은 안전해. 괜찮아. 기절하긴 했지만.”
“내 특징을 잘 아는군.”
“당신을 잘 알거든. 우리는 서로 아는 사이야. 또 다른 우주에서.”
“지금 당신이 평행 우주에서 온 또 다른 제임스 커크라고 말하는 거야?”
“딩동댕.”
“왜 다섯 명을 죽였지? 당신 선원이잖아?”
허니는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질문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 말하던 거랑은 태도가 꽤 다른걸. 상처 받았어.”
“당신은 캡틴이 아니니까. 난 캡틴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거든, 함선 내에서는. 그리고 난 프로파일러고. 난 내 일을 하는 거지. 자, 그래서...”
B는 한 번 숨을 들이쉬고, 자신 앞의 남자와 눈을 맞춘다.
“왜 그들을 죽였지, 제임스 커크?”
9.
“당신은 거기에서도 고지식했어. 물론 일은 잘했지만.”
“‘그곳’에서의 내가 어땠는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날 여기 불러둔 이유가 있을 거잖아. 그것부터 말해.”
제임스 커크는 짐짓 우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난 당신이 와서 정말 반가웠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봐.”
“한 번만 더 물으면 세 번이야. 제임스, 왜 죽였어?”
“왜냐하면 그들은 배신자거든.” 제임스 커크가 대답한다.
난 함선과 내 크루들을 잃었어. 내 소중한 사람들을.
10.
넓은 우주에서 길을 잃은 한 남자가 있었다.
11.
캡틴 제임스 T. 커크는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뜬다. 그는 잠시 동안 기절해 있었다. 어느 순간 의식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온통 깜깜한 어둠이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놀라우리만큼 조용하다. 제임스 커크는 몸을 일으켜,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 주위를 둘러본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간다. 딱딱한 벽에 손이 닿는다. 그는 유리의 차가움에 놀라 잠시 뒤로 물러선다. 구금실. 제임스 커크는 잠시 당황하지만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는다. 그는 호출기를 누른다. 구금실에 갇힌 이가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곧 보안팀에게 신호가 갈 것이다.
십 분 후, 커크는 호출기를 두 번째로 눌렀다. 사방은 아직도 조용하다.
12.
닥터 맥코이는 악몽을 꿨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다. 자주 있는 일이다. 우주 공포증 때문이기도 하고, 제니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 된 일이지만 무의식을 점령하고 있는 기억의 파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숨을 몰아쉬다가 밖에 나가 조금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침대 밖으로 나선다.
방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닥터 맥코이는 자신이 아직 잠이 덜 깼나 생각한다. 버튼을 누르고, 힘으로 당겨 보아도 열리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모양이다. 보안팀은 뭘 하는 거야? 본즈는 탁자로 돌아가 커뮤니케이터를 집어 든다. “보안팀, 방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응답이 없다. “짐? 나 본즈야. 문이 안 열려. 오류가 생겼나 봐.” 이 시간에 절대 자고 있을 리 없는 함장도 대답이 없다. 본즈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에 휩싸인다.
“빌어먹을!”
13.
허니는 문득 누군가의 말을 떠올린다. 누군가 여기로 전송되어 오기 직전,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엔터프라이즈의 살인사건을 보고 받은 지 3시간이 지나서였다. ‘엔터프라이즈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네.’ 예외적인 경우였다. 엔터프라이즈의 보안팀은 경찰의 강력수사팀만큼이나 뛰어나다. ‘이틀 만에 범인을 잡는 건 원래 어렵긴 하죠.’ ‘그래서 자네가 필요한 걸세.’ 급하게 소집된 위원회의 수장이 말했다.
엔터프라이즈가 현재 탐험 중인 에너지대의 특성 때문에 허니는 실로 오랜만에 함선에 타게 되었다. 비슷한 에너지 특성을 가진 다른 장소로 워프해 간 후, 허니를 전송시키는 방식
이라고 설명을 들은 후 함선에 탑승했다. 전송을 위해 복도를 걷고 있는 허니에게 누군가 말했다. 패리스 준장이었을 거라고 허니는 생각한다.
‘It's easy to get lost.' 오직 믿을 것은, 당신의 함선, 당신의 선원.
그렇다면 함선도, 선원도 잃은 함장은? 길을 잃은 함장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14.
제임스 커크는 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여기는 캡틴 제임스 커크다. 누구 없나?” 여전히 대답이 없다. 제임스 커크는 직감한다. 무언가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이 3일 이상 지속되어 왔다. 오늘도 누군가 죽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구금실에 갇혀 있다.
그는 기절하기 직전의 상황을 찬찬히 되짚어 본다. 3일 전, 레드셔츠 한 명이 죽었다. 사고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2일 전, 블루 셔츠 한 명과 옐로셔츠 한 명이 죽었다. 둘 다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그리고 어제, 프로파일러가 파견되었고 그 날 밤에 두 명이 더 죽었다. 오늘 프로파일러는 하루 종일 방에서 자료를 뒤지면서 사건을 추적해 나갔다. 그녀는 뭔가 알게 되면 바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에너지 대로 온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커크는 점점 불안감이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15.
이놈의 에너지 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해. 여기로 온 뒤부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빌어먹을 우주 공포증! 본즈는 침착하려 애쓴다.
공포증은 치료할 수 없다. 2200년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특정 현상에 대한 공포증을 가진 환자의 일부분은 신체적인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벌써 머리가 아프고 팔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공포증의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우주 공포증은 원래 실존하는 공포증이 아니었다. 이것은 광장공포증이나 심해공포증을 가진 환자들의 착각 비슷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실제로 함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되었을 때, 우주 공포증 환자들이 실존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 식은땀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안개가 그의 숨통을 조르는 것 같다.
“의사 양반!” 기관실장 몽고메리 스콧의 목소리가, 안개를 뚫고 들어온다.
16.
제임스 커크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한다. 다시 상황을 되짚어 봐야 해. 허니가 추적한 범인의 프로파일, 심리, 범행 장소. 허니는 범인이 인식하지 못한 채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외부 침입자도 없으니까.
자, 그럼 다시 생각해 보자. 다섯 명이 죽었다. 더 많은 사람이 죽을까? 허니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범행 동기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왜 내가 구금실에 있게 된 거지? 물론 살인사건의 범인이 날 가뒀겠지만, 왜 하필 오늘? 내가 살인을 막을까 봐 가둬 놓은 건가? 아니면 내가 여섯 번째 타겟인 건가?
제임스 커크는 주요 장교 중 키가 크고 악력이 세며 백병전에 능숙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팍이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졌고, 함선의 구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벌칸의 사고 체계는 인간과 달라 최면이나 조종에 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너브핀치로 자신을 기절시켜 가두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본즈다. 의사라고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를 만한 체격에,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하이포를 놓는 데에는 일등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범인일 수도 있다.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이미 누군가를 죽이고 스스로 구금실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내가 드디어 미쳐 가나 보군.” 제임스 커크는 평소였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논리를 전개시키는 자신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온다.
17.
“...스코티?” 본즈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한다.
“기관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다가 머리가 좀 아픈 거야. 그래서 메디베이로 가려고 했는데 잠겨 있더라고. 열 수도 있었지만 그냥 여기로 왔수. 알다시피..요즘 흉흉해서 말이야.”
“방문이 안 열려.” 본즈는 간신히 힘을 짜내어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이요?”
“방문이...버튼을 눌러 봐도 안 열리고 힘으로도 안 열려.”
“잠시만, 목소리가 잘 안 들리네. 커뮤니케이터로 말하쇼.”
“커뮤니케이터도 안 돼. 스코티...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 짐도 대답이 없어.”
잠시 문 밖에서 정적이 흐른다.
“혹시 또...”
“젠장, 그런 말 하지 마쇼.” 스코티는 빠르게 말을 가로챈다.
“누군가 해킹으로 문을 잠그고 통신을 끊은 것 같네. 장난질을 치다니. 확인해 봐야겠수다.” 몽고메리 스콧은 빠르게 패드를 두드린다.
“어?” 그의 목소리에 의아함이 묻어 나온다.
“함장이 문을 잠갔는데?”
18.
“..닥터. 지금 캡틴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범인은 지금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인식을 못하는 상태야. 다들 우리 중에 범인이 있다는 거 알고 있잖아. 짐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는 아무도 몰라.”
“헛소리!”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 스코티.”
“지금 댁 목소리가 고장난 워프코어마냥 덜덜 떨리는데 나보고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요?”
그리고 정적이 다시 흐른다. 스코티가 다시 입을 연다.
“일단 함장 방으로 가야겠수. 커뮤니케이터도 먹통이니, 원.”
“지금 살인범이 함선 내를 싸돌아다니고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갈 수는 없어, 스코티.”
“내 옆에 지금 킨저 있거든. 함장이 명령을 내렸잖아. 무조건 두 명씩 있으라고. 총 들고 갈 테니까 걱정 마쇼. 누가 방에 못 들어오게나 하라고.”
19.
제임스 커크는 구금실을 열 방법을 고민한다. 함장이 구금실에 갇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도 없나?” 제임스 커크는 세 번째로 소리치지만 역시나 대답이 없다. 그 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캡틴! 캡틴! 어디 있수?”
“스코티!”
제임스 커크는 천사라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20.
“...대체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요?”
“나도 몰라. 기절했다가 눈을 뜨니까 여기였어.”
“가서 닥터 방 문이나 열어 주쇼. 지금 공포증이 도진 모양인데 함장 권한으로 문이 잠겨 있어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메디베이도 잠겨 있어.”
“...함장 권한으로 문이 잠겨 있다고?”
스코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금실 문을 연다. 다행히 치프 엔지니어의 권한이 닿는 곳이다.
“스코티. 범인은 지금 인식하지 못한 채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어.”
“나도 알고 있수. 제기랄! 이 상황에서 왜 다들 범인 찾기만 하는 거요?”
“스코티, 내가 범인일 수도...”
“짐.”
“내가 여기 있는..”
“이봐요. 지금 당장 이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권한을 복구시키는 게 첫 번째요.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건 지금 함장뿐이라고.”
스코티는 자신의 캡틴에게 패드를 넘긴다.
21.
방문이 열린다. 제임스 커크는 다급하게 뛰어들어간다.
“본즈!”
“...짐.”
“괜찮아?”
“그래. 네가 범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정신이 들더라고. 스코티는?”
본즈는 아직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만, 침착함을 어느 정도 되찾은 모습이다.
“내 권한으로 다시 통신을 복구한 뒤에 보안팀이랑 같이 기관실로 돌아갔어. 메디베이로도 사람을 보냈고. 본즈, 비상 상황이야. 주요 장교들을 모두 불러야 해.”
22.
“통신 쩐원 복구해씁니다!”
“함선 주위에 이상은 없습니다, 캡틴.”
“스팍, 모두에게 신호를 보내서 응답하라고 해.”
“보안팀 이상 없습니다.”“기관실은 멀쩡합디다.”
“모든 숙소에서 응답이 왔습니다. 문제 없답니다. 메디베이 빼고요.”
“보안 1팀? 메디베이 상황은 어떤가?”
“메디베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일단 무력으로 들어가려고는 하고 있지만, 무슨 장치를 해 놓은 건지 열리지 않습니다.”
“오늘 당직인 채플 간호사 두 명의 생체 신호를 추적해 줘, 본즈.”
“둘 다의 생체 신호가 잡혀. 살아 있어.”
“캡틴.”
“왜 그래, 스팍?”
“허니 B. 박사가 응답이 없습니다.”
브릿지에 잠시 침묵이 감돈다.
“일단 보안팀이랑 스팍과 같이 박사의 방으로 갈게. 술루, 함장석을 부탁해.”
“알겠습니다. 캡틴.”
“함선 내 대원들은 모두 집결하기 바란다. 다시 알린다. 함선 내 대원들은 모두 집결하기 바란다.”
“캡틴. 범인이 허니 B. 박사를 데리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커크는 고개를 끄덕인다.
23.
제임스 커크,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24.
“배신자라. 거기서 무슨 사건이 있었지? 범행 동기를 말해 주겠어? 당신이 자기 선원을 다섯 명이나,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살해한 이유를 말이야. 대체...저쪽 우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적어도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그의 목적을 알아내야 한다.
자기 선원을 죽이고 허니에게 찾아온 이유를.
“많은 일이 있었지.”
“함선과 크루들을 잃었다고 했지, 제임스. 사고가 있었나?”
제임스 커크는 고개를 젓는다. 그건 사고가 아니었어.
“치밀한 계획이었지. 기밀을 빼돌리고, 함선을 추락시키고, 우리를 죽이기 위한. 나만, 오직 나만 살아남았어.”
“내가 그걸 어떻게 믿지? 증거도 없는데.”
“허니,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아니란 걸 알잖아.”
물론 제임스 커크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음을 안다.
“제임스, 다른 우주에서...”
쾅!
문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보안팀?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안 열립니다’ 같은 말인 것 같다.
“시간이 없군.” 제임스 커크는 문을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선 당신이 알아둘 것이 있어.”
제임스 커크는 성큼성큼 다가와 허니의 어깨를 덥석 잡는다.
“여기는, 이 에너지 대는 들어오는 것만 가능한 곳이야. 당신도 알고 있지?”
25.
“다시 인원 파악했어? 우후라!”
“캡틴, 뭔가 이상합니다. 전원 모두 소재가 확인되었는데, 메디베이에는 두 명이 있어요.”
“한 명은 박사일 테고, 나머지 한 명은 누군데?”
“트라이코더로 확인할게...짐?”
“왜?”
“세상에.”
“왜, 본즈! 빨리 말해.”
“네가 두 명이야, 짐. 네가 두 명이라고.”
26.
허니는 혼란스럽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가... 아까 아는 사이라고 했지. 나를 봐서 반갑다고도 했고.”
허니는 힘겹게 입을 연다. 난 내 일을 해야 해.
허니는 문득 가까이 다가온 제임스 커크의 얼굴 표정이 슬퍼 보인다고 생각한다. 허니는 그 표정에 떠오른 단서들을 잡으려 애쓴다. 그의 손이 움직이는 방식, 얼굴 근육의 움직임, 목소리, 모든 것들이 신호를 보낸다. 허니는 다시 생각한다. 난 내 일을 해야 해.
27.
“지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야?”
“캡틴, 지금 상황이라면 그렇게 비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캡틴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이 에너지 대의 특성상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습니다. 캡틴께서 삼일 전 둘로 나눠지셨다고 해도요.”
“제발, 스팍. 좀 그럴 듯한 가설은 없는 거야?”
“쩌...깹띤? 한 가지 가설이 이쑵니다...가능성은 낮찌만..”
“말해 봐, 체콥.”
“박싸님께서 말씀하쎴던 거 기억 나씹니까? ‘Ewil twin'이요..”
“응?”
“체콥 소위는 ‘Evil twin’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캡틴.”
“알아 들었어...”
“또 다른 세계-평행우주의 깹틴이 이 곳으로 왔을 쑤도 있습니다, 깹띤.”
28.
“우리 크루들이 억울하게 죽었을 때, 그 사건의 배후와 연관된 자들, 스파이, 살인자들을 잡아낸 게 바로 당신이야. 그 사건 이후에.”
그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왜, 어떻게 그가 이 곳에 오게 된 건지.
“당신 덕분에 5명의 죄인들을 찾아냈어.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누가 배신자인지 알아낸 거지. 누가, 어떻게 이걸 시작했는지도. 그리고-우주를 정처없이 떠돌던 내가 드디어 여기 왔지. 적절한 시간에 말이야.”
“그게 사실이라 쳐도, 여기서도 그들이 그런 일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어. 그...‘배신’같은 걸.”
“오, 결코 그렇지 않아. 허니, 모든 건 연결되어 있어. 난 조치를 취한 거야. 여기서만, 이 시간대에서만 가능한 일을 하러 온 거라고.”
허니는 이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잠깐 정리를 해 볼까...‘여기서만, 이 시간대에서만 가능한 일.’ 말하자면 제임스 커크는 자신의 함선과 대원들에게 일어날(‘이’ 제임스 커크에게는 이미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셈이다. 여기서만, 그리고 이 시간대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앞으로 필연적으로 그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할 터다. 즉 제임스 커크는 이 장소로, 이 시간대로 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에너지 대는 평행 우주의 존재가 넘어올 수 있는 일종의 통로일 것이다. 또한 이 시간대는 제임스 커크가 이토록 확신을 가지고 이곳으로 와 ‘조치’를 취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럼...여기 이 엔터프라이즈 호가 이 에너지 대에 오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겠군.”
“아주 훌륭해, 허니.”
제임스 커크는 함선과 대원을 잃었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여행했던 에너지 대의 특성을 떠올렸다. 그는 그 때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었음을 깨닫는다. 제임스 커크는 다시 그 에너지 대로 갈 방법을 찾아 헤멘다. 그는 길을 잃은 채로 떠돈다. 몇 년이 지나, 그는 방법을 찾는다.
태양계에서 족히 몇 백 광년은 떨어져 있을, 깜깜한 우주의 에너지 대에 있는 엔터프라이즈 호가 존재하는 시간대로, 아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하지만 모든 것이 시작될 그 곳으로 갈 방법을.
29.
Space, the final frontier. These are the voyages of....
30.
그러니까, 이건 이렇게 된 일이다. 어떤 신비한 공간이 있다. 수백 개, 수천 개의 서로 다른 우주로 연결되는 통로. 보통은 평행 우주라고 부른다. 어떻게 이런 공간이 존재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자.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이다. 한 큰 계획이 있었고, 한 함선이 있었다. 이 함선은 누군가의 큰 계획의 일부였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이 공간에 보내졌다. 아직 이름이 발견되지 않은 이 에너지 대에. 그리고 그들은 희생될 필요가 있었다. 큰 계획을 가진 사람이 스파이를 숨겨 두었다. 나머지 사람들은...그들은 좋은 사람이고, 뛰어난 대원들이었지만 희생될 필요가 있었다.
운 나쁘게도, 한 명은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31.
...it's continuing mission....
32.
이 사건은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났다. 모두가 처벌을 받았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피해자들 중 한 명인 함장은 수천 개의 다중 우주 중 하나로 사라져 버렸다. 그 에너지 대에서 함선을 파견해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밖으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다중 우주의 존재가 알려지고, 한 지혜로운 사람이 무언가를 깨달았다. 다른 우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이 일이 다시 시작될 수 있어. 막아야 해. 하지만 어떻게 다른 우주에 접촉하지? 모든 것이 반복될 거야.
그는 모든 일을 막기 위한 방법을 찾아낸다. 이 지혜로운 사람은 물론, 제임스 커크다.
33.
...to boldly go where no one has gone before.
34.
그는 제임스 커크가 아니다. 그는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인간이지만, 훨씬 더 계획적이고, 훨씬 더 침착하고, 훨씬 더....위험하다. 사실은 다른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행동을 하는 다른 사람.
“그렇다면.”
허니는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쓴다.
“왜 이곳의 제임스 커크를 죽이고 함선과 크루들을 빼앗지 않았지? 왜 나에게 온 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능하잖아. 다시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기회잖아.”
그 역시 제임스 커크다.
“알고 있잖아, 허니. ‘나’는 그러지 않아.”
제임스...짐 커크.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자신의 대원들을 위해서 거리낌 없이 자기 몸 하나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람, 살생을 하며 사느니 생명을 구하고 죽겠다는 사람. 그게 자신이 태어난 세상이라고 말하는 사람.
“복수를 했다 이거지. 예방도 함께. 이제 할 일을 끝내고...나를 찾아온 거고.”
허니는 울고 싶은 기분이 된다.
“나를 찾아온 이유는 자백을 하기 위해서이고, 그뿐이야. 그러고 나서 당신은...”
허니는 언제나 사람들의 표정에서 숨겨진 무언가를 읽는다. 허니는 그것이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읽어내는 데 능하다.
그리고 지금 제임스 커크는...
“...그러지 마. 제임스 커크. 당신은 죄값을 치러야 해.”
“이렇게 되어서 미안해, 허니. 나도 내 죄를 잘 알고 있어.”
허니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 아, 그는 울고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허니는 확신할 수 없다.
나에게 당신을 말릴 권리가 있을까?
“짐은 좋은 캡틴이야. 이제 그는 안전할 거야. 다른 이들도 모두.”
“제임스 커크.”
허니는 목이 메인다.
“고마웠어, 허니. 당신이 우리를 위해 해준 일들을 잊지 못할 테지.”
아, 그는 이제 미소를 짓고 있다.
저 눈에, 저 푸른 별과 같은 눈에 떠오른 감정을, 허니는 필사적으로 읽어내려 한다.
제임스 커크,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허니는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그녀는 가까스로 말한다.
“Goodbye, Captain.”
35.
철과 플라스틱이 부딪히고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메디베이 문이 산산조각난다.
“동작 그만! 손 들어!”
경계 태세를 갖추고 들이닥친 제임스 커크는 문득 메디베이 안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의자에 묶여 있는 허니 B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다가가다, 그녀의 발치에 쓰러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발견한다. 그는 어두운 색의 윗옷을 입고 있고, 머리는 금발이다. 손에는 페이저 건이 쥐어져 있다. 그의 얼굴은 이미 알고 있지만...
제임스 커크는 당황과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박사를 바라볼 뿐이다.
“다 끝났어요.”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고, 차가운 바닥에 떨어진다.
모두 안전할 거야.
“이제 괜찮아요. 캡틴.”
36.
‘보라, 오늘은 그것도 눈물이라네....’
37.
우리는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중 몇 가지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부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쓰러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담대히 나아갈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향해.
38.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엔터프라이즈 호의 살인사건은 허니. B 박사에 의해 해결되었다. 범인은 자백했고,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허니 B 박사가 엔터프라이즈로 파견되고 나서 이틀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목격자는 허니 B. 박사 한 명 뿐이었으나 모든 자백은 ‘누군가에 의해’ 녹음되었다. 허니 B 박사는 범인은 목적을 달성한 뒤 스스로 범행을 그만두었으며 따라서 사실상 자신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허니 B 박사는 범인의 자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 그는 길을 잃었지만, 스스로 길을 찾아냈습니다.
본부는 그녀에게 공로상을 수상했다. 허니 B 박사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시상식에 불참했고, 상장은 반송되었다.
허니 B가 엔터프라이즈로 파견되기 전에 살해된 3명의 선원과 이후 살해된 2명을 합쳐 총 5명이 4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죽었다. 그 외의 선원들은 다행스럽게도 전원 상처 하나 없이 본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안전하다. 그들은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료했다. 특히 함장에게는 특별 조치가 취해졌다. 그가 받은 충격은 더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괜찮아 질 것이다.
평행우주의 제임스 커크가 주장한 일련의 사건들과 ‘배신’의 진실 여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 5명의 선원들은 이미 죽었고, 유일한 증인이 될 수 있었던 그 역시 자살했으므로. 에너지 대 역시 의문의 현상에 의해 폐쇄되었다. 어쩌면 잘 된 일이었다.
평행우주에서 온 ‘또 다른’ 제임스 커크의 무덤에 ‘캡틴’의 호칭을 붙여야 하는지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몇 가지의 증거가 당시 제임스 커크가 엔터프라이즈호에서 쫓겨났고, 스타플릿 소속도 아니었음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증인으로 출석한 허니. B 박사의 강력한 주장으로 묘비명이 결정되었다.
39.
사건이 종결되고 한 달이 지났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느 새 봄이 되었고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느 화창한 날 아침, 스타플릿의 본부 건물 근처에서 허니는 반들반들한 검은 돌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잠시 돌 위에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다 작은 꽃 한 송이를 두고 뒤돌아 걸어갔다.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제임스 T. 커크를 기리며
40. 에필로그
허니는 걸어가다 문득 무덤을 뒤돌아본다. 그녀는 왠지 모를 기분에 젖어 가만히 무덤을 바라본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이제 다 끝났어. 그녀는 작게 중얼거린다.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허니는 옆을 본다.
“허니. 오랜만이야. 당신은 ‘나’를 처음 보겠지만.”
허니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다.
“당신이 엔터프라이즈에 보내진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해?”
그녀의 옆에 서 있는 것은 한쪽 눈이 사라지고,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생긴 엔터프라이즈의 메디컬 치프, 레너드 호레이쇼 맥코이다.
“끝난 건 아무것도 없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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