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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솊 아담토니 더 셰프 쉪 뿌꾸 브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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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됐어?”


심각한 얼굴로 묻는 아담의 말에 토니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Fuck! 소리가 그 다음에 튀어나올 수순이라 가만히 아담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의외로 녀석이 조용하다. 슬쩍, 전화기에서 눈을 떼 녀석을 바라보니 입술을 짓씹으며 작게 Fuck을 읊조리고 있다. 역시, 라고 생각하며 웃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토니는 그런 작은 즐거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상 최대의 적조, 근해에 모두 비상령이 내려진 관계로 조개 물량이 죄다 씨가 말랐다. 본래 여름이 조개를 먹기에는 좋지 않은 계절이라곤 하나 보통은 어느 정도 냉동 물량이 나오는 편인데, 어느 거래처를 두드려도 없다는 소리 밖에 안 나온다. 


런던 파리 할 것 없이 모든 레스토랑들이 난리가 난 와중에 해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레스토랑이 먼저 물량 확보에 나섰다. 프렌치 애피타이저부터 이탈리안 스파게티까지, 조개류가 들어가는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은 수백 개에 달하지만, 수산물 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식당은 따로 있으니 그들에게 먼저 구명줄이 내려진 것 이다.


“디너에 쓸 물건은 구해놓을게.”


토니는 레스토랑 친구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제게 빚이 있는 친구들이라 어느 정도는 가능하리라 보지만 충분할지는 애매하다. 당장 예약이 잡혀있는 몇몇 단골 테이블 만 떠올려도 조개 요리 접시가 양 손가락 수를 넘어가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늘 당장 예약한 단골들의 접시를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물론 오늘 사용 할 물량을 확보한 이후에도 일은 산더미이다. 일단은 전화로 일일이 이번 주 예약자들에게 몇몇 메뉴들은 주문 할 수 없음을 알리고, 그 뒤의 예약자들에게는 사과 편지를 보내야 한다. 적조 경보는 한동안 지속될 것 이라는 꽤 믿을 만한 정보가 여름 내내 홍합 껍질 한 조각도 이 레스토랑의 테이블에는 올라오지 못 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와, 페스코 게스트들을 위한 메뉴 추가, 메뉴 불가와 변경에 따른 플로어 스태프 미팅.......


“오페라 데이트는 물 건너간 것 같은데.”


탁, 맥을 놓으며 토니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 상태로 라면 휴가는 무슨. 일주일 내내 잠잘 시간이나 겨우 챙길까 말까겠지. 자신이야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겠다지만 아담의 경우는 더 골치 아픈 나날이리라. 당장 내일 내 놓을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매일 저녁 손님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메뉴를 수정 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 몇 주 정도는 주방에서 박혀 살아야 할게 뻔히 보인다. 


“뭐, 난 별로.......”


제 말에 아담이 어깨를 으쓱하며 팔짱을 낀다. “원래부터 오페라 같은 거 그렇게 좋아한 것도 아니고.” 머쓱하게 귀를 긁더니 아담은 작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차피 너랑 있을 건데 뭐.”
“와우.”
“...왜?”
“아니, 방금 그 대사를 네가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토니가 놀리듯 어깨를 으쓱하며 빤히 아담을 바라보았다. 아담이 입술을 슬쩍 짓씹으며 못 들은 척 하더니 제 목 뒤를 연신 손으로 문지른다. 토니는 조금 더 놀려볼까 하다가 이내 그만두고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일단은 조개를 구해놓아야 하니 그것부터, 아담을 놀리는 일은 뒤로 미루어도 충분하리라. 당장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번호를 누르고는 눈짓으로 그만 나가보라는 신호를 아담에게 보내자 아담은 무어라 하고 싶은 듯 입가를 움찔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띠르르, 띠르르, 몇 번의 신호가 지나고 자신의 레스토랑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줄지도 모르는 거래처에서 제 전화를 집어 들었기에 토니는 아담의 등에서 눈을 떼고는 전화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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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리스.”


토니는 혹시나 하며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전화를 무난히 받는 걸로 보아 일단은 1차 관문은 통과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토니는 혹시라도 리스가 전화를 끊기 전에 잽싸게 말을 붙였다. “도움이 필요해.” 리스는 바로 답하진 않았지만 다짜고짜 전화를 끊지도 않았다. 분명 적조 경보에 대해서는 리스도 들어 알고 있을 테니 제가 전화를 한 이유도 굳이 듣지 않아도 짐작 가능하리라. 그리고 녀석이 아직 침착하게 전화를 받을 정신이 있는 것으로 보건데 토니는 아직 약간의 희망이 있음을 느꼈다.


다소 고지식한 프랑스 파인디너를 표방하는 자신의 레스토랑과는 달리 리스의 레스토랑은 비건이나 페스코, 또는 붉은 육류 섭취를 최소화 하려는 사람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곳이다. 게다가 리스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생굴에 생선 알을 흉내 낸 과일 젤라틴이 얹힌 에피타이저. 여러 요리 칼럼에 메인 사진으로 등장한 그 스타 메뉴가 어느 날 갑자기 내려가야 한다면 최소한 하루 이틀 정도는 리스도 레스토랑을 닫을 수밖에 없을 테고, 이 모든 소동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을 연다면 그 나름대로 물류 공급자가 있다는 뜻이겠지. 적조 경보가 내린다고 해서 모든 어패류가 섭취 금지 되는 게 아니라 기존에 확보한 물량은 여전히 거래 가능한데다가 경보 이후에 잡은 것도 해양청의 검사 통과만 한다면 거래나 섭취에 문제가 없으므로.


[오늘따라 나를 찾는 전화가 많을 거란 예감이 들긴 하더라. 훌륭해 토니, 네가 첫 스타트를 끊었네?]
“그래? 상품은 있어?”
[그러게, 얼마나 필요한데?]
“스탠다드 저녁 물량.”
[웃기지 말고.]
“에피타이저 물량만 어떻게 해줘.”
[Okay]
“정말?”


생각보다 쉽게 떨어지는 오케이 사인에 토니가 제 귀를 의심하며 반쯤은 고함처럼 외쳤다. 제 반응에 리스가 킥킥킥 웃음을 터트리더니 살짝 으스대며 답한다.


[난 너희네 주방장과는 달라서 거래처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말이야.]
“오, 아담이 비교대상이라면 말 할 것도 없잖아.”
[뭐, 그건 그러네.]
“네 덕분에 살았어. 아담도 정말로 고마워 할 거야.”
[워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 치우지?]


아담 존스가 제게 고마워 할 거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며 단호하게 거부하는 리스의 목소리에 토니가 웃음을 터트렸다. 리스는 가만히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더니 이내 [아담 존스의 있지도 않은 감사 보다는 재료에 확실하게 프리미엄을 붙여 놓을 테니 그거나 잘 지불해줘.]라고 말한다. 토니는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확답을 주며 수화기를 살짝 귀에서 떼었다. 적당히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이었다.


[너, 그 녀석이 답 없는 중독자라는 건 알지?]
“뭐?”


요 근래에 약이라거나 술을 한 적은 없었는데? 리스의 말에 당황하며 토니가 무심코 말했다. 제 말이 리스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푹 쉬더니 [중독이라는 게 꼭 약이나 술이나 섹스가 대상인건 아니잖아]라고 중얼거린다.


[뭐, 녀석의 성향이 그렇다는 거야. 어떤 것에 애착을 가지면 쉽게 못 떨치고, 그래서 마음을 여는 걸 더 두려워하고. 최근에야 많이 정상인처럼 보인다지만 기본적인 아담 존스가 어디 가는 건 아니잖아.]
“아담이 뭐라고 했어?”
[굳이 녀석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녀석이 요즘 제 레스토랑의 지배인에게 푹 빠져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


그러니까 떼려면 얼른 떼어내, 이번에는 어느 이상한 깡촌에 박혀서 새우 머리를 백만 마리 뜯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농담처럼 말하는 리스의 목소리에는 아담을 걱정하는 기색과, 또 은근한 뼈가 서려있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치고 박고 싸우고, 또 같은 자리에 있으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서로를 철천지원수로 여기긴 해도 결국 같은 쉐프라서 일까, 자신이 아무리 오래 봐 왔던 아담이지만 그를 더 잘 아는 사람은 리스였다. 그리고 그를 더 걱정하는 사람도.


“리스”
[?]
“나도 아담을 형제처럼 아끼고 있어.”
[......]
“연애 감정을 제외하고서도 충분히.”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정말로 아담을 괴롭게 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리스는 별 다른 말없이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이내 [그래, 잘 들어가.]라며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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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정도 무난하게 넘어간 레스토랑은 삼일 차에서 약간의 고비를 겪었다. 불을 이용한 요리가 주 메뉴인 아담의 메뉴들은 붉은 고기가 그 특색을 가장 잘 드러내곤 했기에 상대적으로 생선 메뉴는 전통적인 방식에 주력하고 있었고, 그 해산물 수급이 절단 난 이상 만들어 낼 수 있는 종류가 상당히 한정 된 상태였다. 메인 재료를 바꾸어 가며 화력을 사용한 요리를 내 놓는다면야 손님의 입에도 서로 다른 요리가 되겠지만, 생선 한 가지만 죽어라 불로 구워낸다면 아무리 그 시즈닝을 바꿔가며 메뉴를 짠다고 해도 결국 구운 생선 요리일 뿐이다.


결국 아담이 그렇게도 질색하는 수비드(Sous Vide)메뉴가 메인에 올라왔다. 콘돔에 넣고 물에 데운 요리라는 감상을 바꿀 생각은 없어보였으나, 아담도 가뜩이나 제한 된 재료에 요리법까지 하나로 굳혀버리면 나오는 레파토리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 하고 말았다. 당연하지만, 아담 존스의 랭험 레스토랑에 그가 그토록 질색하던 수비드 요리가 올라왔다는 소문은 바로 다음날 리스의 귀에도 들어갔고, 아담은 저를 낄낄 비웃으며 제 속을 시원스럽게 뒤집어놓는 리스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끊어버리고 싶었으나, 하루 저녁 에피타이저 분량의 조개를 빚진 며칠 전의 일 때문에 꾸우욱 튀어나오려는 욕을 누르며 녀석의 즐거운 통화시간을 인내했다.


며칠 정도 메인 디쉬는 붉은 고기나 생선류를 막론하고 혀에 묵직하게 남는 그릴 종류였기에 디저트는 시트론 타르트나 과일 콘핏으로 만든 아가(Agar) 젤리였다. 시트론 타르트는 그렇다고 해도, 젤리는 2년 전의 아담에게 메뉴에 넣으라고 했다면 바로 프라이팬을 집어 던질 종류이다.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내 놓기에는 상당히 격식 없는, 요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것. 이번 적조로 갑작스럽게 모든 메뉴를 엎어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시도해보지 않았을 것 이다. 의외로 아담은 이 묘한 기회가 마음에 들었다. 수비드를 메인으로 놓게 된 것 부터 시작해서 리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를 전화 너머로 듣는 것 까지도.


아담뿐만이 아니라 토니도, 프렌치 파인 다이닝을 표방하느라 고집스럽게 클래식하게 지켜오던 와인리스트에 이탈리안 스파클링 와인을 추가시켜야 했다. 다행이도 가볍게 마시기 좋고 상큼한 프로셰코는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잘 들어맞았고, 가뜩이나 한 여름 더위로 묵직한 것을 피하던 손님들은 입맛을 돋우는 가벼운 젤리 디저트와 이탈리안 와인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러다가 피자까지 등장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


스태프 점심시간에 반 농담으로 데이빗이 말하자 그 말을 들은 라이언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이탈리안 아니랄까봐, 제 나라 음식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곧장 반응한다. “제대로 된 이탈리안 피자를 먹어보긴 먹어봤어?” 피자헛 따위의 이야기라도 지껄이면 당장이라도 도륙 내어버리겠다는 눈으로 라이언이 데이빗을 노려본다. 힐끗, 녀석을 본 아담이 어깨를 으쓱하며 “좋은 프로슈토에 프로볼로네 치즈, 그리고 무화과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자이긴 해. 그 정도라면 올라올 만도 하지.”라며 살짝 라이언의 편을 들었다. 라이언을 포함 한 대부분의 주방과 플로어 스태프가 놀랐다는 눈으로 아담을 바라본다.


“맛있는 음식은 맛있는 음식이지.”


와삭, 마른 크랜베리와 얇게 썰린 사과가 잔뜩 들어간 샐러드를 씹으며 심드렁하게 아담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