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후지제록스 같은 굵직굵직한 일본 대표 기업들이 올 들어 잇따라 회계부정 스캔들에 휩싸였다. ‘신뢰를 중시하고 일처리가 정확하다’는 일본 기업의 명성에도 금이 가고 있다. 선진국 기업이어서 회계가 투명할 것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일본 기업은 뿌리 깊은 회계부정의 역사를 갖고 있다.

만연한 회계부정

도시바는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경영 손실을 감추기 위해 지난 7년간 2248억엔(약 2조3000억원)을 분식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시바는 회계부정 스캔들과 관련해 26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소송 가액만 1084억엔(약 1조1100억원) 규모다. 일본에선 도시바와 후지제록스 사례가 예외라고 강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기업에 앞서 올림푸스, 가네보, 라이브도어, 후나이덴키, 리코, OKI 등 대형 회계부정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그늘

구멍가게도 아닌 국가대표급 기업에서 회계부정 사건이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일본 기업들을 옭아매는 매출 지상주의다.


개별 기업 내에서도 파벌 간 경쟁의식이 강하다. 실적에 대한 압박이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도시바의 경우 ‘가전계’와 ‘인프라계’ 간 파벌 경쟁이 경영 부실을 키운 원인이 됐다. 일본 경영자들은 사내 파벌싸움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회계장부에 손을 댔다. 사내 권력을 유지하고 사회적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적자 기록 등 책잡힐 만한 결과를 피하려 했다.


해외 사업부가 ‘지뢰밭’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상당수 회계부정 사고가 해외 자회사에서 불거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기업에 만연한 회계부정이 일본 내에서는 어느 정도 감춰질 수 있지만 해외에서까지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 법인들이 회계부정의 ‘약한 고리’인 셈이다.



일본내에서는 분식회계를 눈감아주며 쉬쉬할 수 있었지만, 해외 자회사들이 소재한 해외 국가 감사에서 들통이 나서 드러난 사건이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