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동남아시아에서 사형이 과연 마약을 제압할 수 있는 장치였을까?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00년대 들어 잠깐 주춤했던 동남아시아의 아편 생산이 지난 7년 동안 계속 증가하면서 2013년 현재 버마, 라오스, 타이에서 생산한 아편이 세계 전체 생산량의 18%에 이른다고 밝혔다. 액수로 따지면 버마가 4억3300만달러, 라오스가 4200만달러 그리고 타이가 1100만달러였다. 2015년 아세안 비마약지대 선언 계획은 오래전에 물 건너간 셈이다. 이처럼 아세안 국가들은 줄기차게 마약범들을 사형시켜 왔지만 마약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003년 타이에서는 탁신 친나왓 정부가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고 3개월 동안 법적 절차 없이 현장 사살 2500여명(1400여명 마약과 무관한 시민)이라는 기록적인 학살까지 했지만 머잖아 마약은 더 기승을 부렸다. 인도네시아 인권단체 실종폭력희생자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사형 집행이 근본적인 마약 차단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다른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마약 범죄도 사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자본과 결탁한 대량생산 구조를 남겨둔 채 ‘피라미’들만 잡아들여 사형시키는 마약범죄 대책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만 더 또렷해진 셈이다. 그사이 마약 생산·공급이 모조리 수십년 묵은 정부와 군과 경찰 커넥션을 통해 다 빠져 다녔다는 사실쯤이야 모르는 이가 없다. 그러니 지금껏 동남아시아의 어떤 정부도 ‘큰 고기’를 잡은 적이 없었다. 이건 정부라는 공적 기관이 마약 생산과 공급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온 아시아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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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75012.html#csidxb1201c4dc070063a348c6c17be1d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