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슬람 봉춘씨의 일일
"봉춘아! 제발 밖에 나가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안되겠니!"
김봉춘은 냉장고 문을 열고 있다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어깨를 움찔했다. 딱히 놀란 건 아니었다. 이제는 일상이 된 잔소리였으니까. 그저 평소보다 좀 더 날카로운 어조에 반사적으로 움찔한 것뿐이었다.
"에이, 어머니.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곧 특이점이 온다고요. 그때가 되면 일자리고 뭐고 다 필요 없어질 거라니까요."
봉춘은 냉장고에서 콜라캔을 꺼내며 대답했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 학창시절 성적은 중간 정도였고, 대학은 가지 않았다. 군대는 어떻게든 면제받았고, 취업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가진 확고한 신념이 있었으니, 바로 '기술적 특이점'이었다.
어머니 김숙자(53)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들의 방은 언제나 그랬듯 어둡고 지저분했다. 커튼은 항상 닫혀있어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았고, 바닥에는 과자 봉지와 콜라캔, 라면 용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의 불빛만이 방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봉춘아, 특이점이 어쩌고 하는 거 말고, 지금 당장 먹고살 방법을 생각해야지. 엄마 아빠가 평생 너 먹여 살릴 수는 없잖니."
"에이, 진짜 모르시네. 특이점이 오면 AI가 다 해결해준다니까? 일자리고 뭐고 다 필요 없어질 거라고. 인간은 놀면서 살 수 있게 될 거야. 기본소득 나오고, 자원은 무한대로 생산되고..."
봉춘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모니터 화면에는 '디시인사이드 특이점이 온다 마이너 갤러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봉춘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가상의 공간이었다.
어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매일 같은 대화를 반복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나갔다.
봉춘은 어머니가 나가자마자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ㅇㅇ | 20250317 11:23 | 조회 23
시바 특붕이들아 오늘도 출석한다 ㅋㅋㅋ
인간쓰레기 김봉춘 여기 있음 ㅋㅋㅋㅋ
특이점 오면 다 해결된다 이기야~~~
```
그는 자신의 글을 올리고 다른 특붕이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특붕이'는 특이점이 온다는 것만 맹신하며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자조적인 단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며 일종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었다.
```
ㅇㅇ | 20250317 11:25 | 조회 24
ㅋㅋㅋㅋ 봉춘쉨 또 출석했네
집구석에서 뭐하고 있음?? ㅋㅋㅋ
너네 엄마 아직도 잔소리함??
```
봉춘은 빠르게 댓글을 달았다.
```
ㅇㅇ | 20250317 11:26 | 조회 24
엌ㅋㅋㅋㅋ 방금 편돌이 취직하라고 잔소리했다 시발ㅋㅋㅋ
특이점 오면 다 해결된다고 설명해도 이해를 못하네 ㅉㅉ
```
특붕이들만의 은어와 욕설이 섞인 대화가 오갔다. 그들에게 '편돌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였다. 봉춘은 세상의 어떤 일도 '노동'으로 간주하고 비하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특이점이 오면 모든 일은 AI가 대체할 것이고, 지금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댓글이 올라왔다.
```
ㅇㅇ | 20250317 11:28 | 조회 25
야 봉춘아 오늘 새로운 논문 나왔다
넘사벽 AI가 특이점 5년 내에 온다고 예측함ㅋㅋ
```
봉춘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재빨리 링크를 클릭했다. 그것은 어떤 AI 연구소에서 발표한 논문의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은 단지 AI 발전 속도에 대한 예측일 뿐이었지만, 봉춘의 눈에는 확실한 증거로 보였다.
```
ㅇㅇ | 20250317 11:30 | 조회 26
5년?? 시바 그렇게 오래 걸림??
내년에는 온다고 했잖아 ㅠㅠ
```
봉춘은 실망감을 표현했지만, 곧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했다.
```
ㅇㅇ | 20250317 11:31 | 조회 26
아니 근데 실제로는 더 빨리 올 수도 있지 않냐??
논문쓴 애들이 보수적으로 예측한 거겠지 ㅋㅋㅋ
내년이면 와서 우리 구원해줄 듯
```
오전 내내 봉춘은 특이점 갤러리에 몰두했다. 논문을 인용하고,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고, 다른 특붕이들과 서로의 상황을 공유했다. 모두가 비슷한 처지였다. 취업을 거부하고, 가족들의 잔소리를 견디며, 특이점이 와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
정오가 지나자 배가 고파왔다. 봉춘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이미 점심을 차려두고 출근한 상태였다. 메모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봉춘아, 밥 먹고 설거지 좀 해둬. 저녁에는 아빠가 일찍 들어오신대. -엄마'
봉춘은 메모를 무시하고 밥을 덥석 퍼 먹었다. 특이점 갤러리에서 새로운 글이 올라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먹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오후 시간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특이점 갤러리를 새로고침하고,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가끔 게임을 하는 일상이었다. 이따금 어머니가 보낸 문자가 핸드폰에 울렸지만, 봉춘은 대부분 무시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였다. 봉춘은 방문을 더 꼭 닫았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항상 불편했다. 어머니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봉춘아, 아빠랑 좀 얘기 좀 하자."
봉춘은 한숨을 쉬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마지못해 문을 열었다.
"네, 아버지."
아버지 김영철(55)씨는 딱딱한 표정으로 봉춘의 방에 들어왔다. 방 안의 지저분한 상태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일단 참고 말을 꺼냈다.
"봉춘아, 이제 네가 스물일곱이야. 우리가 언제까지 너를 먹여 살릴 수는 없어. 이 집에 계속 살고 싶으면, 뭐라도 하나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봉춘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어머니에게는 특이점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아버지,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취업도 안 되고..."
"그래서 내가 방법을 찾아봤다. 우리 회사 경비실에 자리가 났어. 야간 경비. 일단 그거라도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냐?"
봉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야간 경비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밤새 CCTV를 보며 앉아있다가 가끔 순찰을 돌아야 하는 일이라니.
"아버지... 제가 좀 더 생각해볼게요."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은 없다. 다음 주부터 출근하는 걸로 얘기해놨어. 월급은 적지만 시작이라도 하는 거야."
아버지의 목소리엔 더 이상의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봉춘은 말문이 막혔다. 현실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
아버지가 방을 나가자마자 봉춘은 특이점 갤러리로 도피했다.
```
ㅇㅇ | 20250317 18:45 | 조회 56
특붕이들아 살려줘 ㅠㅠ
아빠가 회사 경비로 취직하래 시발ㅋㅋㅋㅋ
어쩌지 진짜 가야하나??
```
댓글들이 빠르게 달렸다.
```
ㅇㅇ | 20250317 18:46 | 조회 57
ㅋㅋㅋㅋㅋㅋ 봉춘이 드디어 현타왔네
시발 그냥 가서 일해라 인간쓰레기야
특이점 오면 그만두면 되잖아
```
```
ㅇㅇ | 20250317 18:47 | 조회 57
봉춘아 너 나이가 몇이냐?? ㅋㅋㅋ
백수생활 꿀맛이지만 먹고는 살아야지
부모님이 영원히 먹여주진 않을 거야
```
봉춘은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았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조차 그에게 일을 하라고 권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배신감을 느꼈다.
```
ㅇㅇ | 20250317 18:50 | 조회 58
너네들 다 특붕이 아니었냐? ㅋㅋㅋ
특이점 오면 일 안 해도 된다며??
다들 위선자네 진짜 ㅋㅋㅋㅋ
```
봉춘의 댓글에 더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
ㅇㅇ | 20250317 18:51 | 조회 59
특이점 믿는 거랑 지금 현실에서 생존하는 건 별개지 ㅋㅋ
특붕이라고 다 너처럼 백수는 아님
우리 대부분은 일하면서 특이점 기다리는 거임 ㅋㅋㅋ
```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봉춘은 결국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의 말대로 경비 일을 시작해야 할까? 그런데 만약 내년에 정말로 특이점이 온다면? 1년만 참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텐데.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지만, 봉춘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봉춘아, 밥 먹어야지."
"배고프지 않아요."
사실은 배가 고팠지만, 가족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아버지와는.
밤이 깊어갔다. 봉춘은 침대에 누운 채 스마트폰으로 특이점 관련 블로그들을 뒤적였다. 기술 발전 속도, AI의 진화, 미래 사회의 모습... 그런 내용들을 읽으며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하고 싶었다.
새벽 2시, 봉춘은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서 어머니가 남겨둔 저녁 반찬을 꺼내 먹었다.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봉춘은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무엇을 했던가? 특이점이 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모든 현실적인 노력을 거부하고, 온종일 인터넷에 파묻혀 살았다.
문득 냉장고에 붙은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5년 전 찍은 사진이었다. 그때 봉춘은 아직 '특붕이'가 되기 전이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한다며 가족들에게 말했던 시절. 그 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봉춘은 한숨을 내쉬며 그릇을 씻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저 문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특이점이 오기 전까지, 그가 견뎌야 할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새벽녘, 봉춘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그는 어떤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었다. 특이적으로, 그 옆에는 인간형 로봇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로봇은 그에게 말했다.
"김봉춘씨, 특이점은 이미 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크게 변하지 않았죠."
잠에서 깨어난 봉춘은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랜만에 커튼을 열었다. 햇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봉춘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습관적으로 특이점 갤러리를 열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대신 인터넷 검색창을 열고 '경비원 일상'이라고 검색했다. 그리고 이어서 '야간 경비 장단점'을 검색했다.
어쩌면... 특이점이 올 때까지 그도 뭔가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비 일을 하면서도 특이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밤 근무라면 시간이 많이 남을 테니, 더 깊이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
점심 시간, 봉춘은 오랜만에 스스로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출근한 상태였고, 집은 조용했다. 그는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데우며 생각했다.
'일단 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여볼까? 적어도 특이점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어떻게든 견뎌야 하니까...'
밥을 먹은 후, 봉춘은 핸드폰을 들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버지, 경비 일 한번 해볼게요.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봉춘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특이점 갤러리가 아닌, 경비원 커뮤니티를 검색했다. 그곳에는 실제 경비원들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나름의 보람과 일상이 있었다.
'특이점이 온다고 해도, 그전까지는 살아가야 하니까...'
봉춘은 문득 웃음이 나왔다. 특붕이들에게 자신의 결정을 알리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아마 배신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도 이해해줄지도 모른다. 어쨌든 특이점을 믿는 마음은 변함없으니까.
그날 저녁, 아버지가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봉춘은 오랜만에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봉춘아, 무슨 일이야?"
"아버지, 제가 좀 더 알아보고 싶은데... 그 경비 일에 대해서요. 언제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아버지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봉춘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돼. 내가 필요한 것들 알려줄게."
봉춘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이점은 여전히 그의 믿음이었지만, 그전까지는 현실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특이점이 온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일의 형태와 의미가 달라질 뿐.
저녁 식사 후, 봉춘은 특이점 갤러리에 새 글을 올렸다.
```
ㅇㅇ | 20250317 20:15 | 조회 112
특붕이들아 내가 드디어 현타와서 경비 일 시작하기로 함 ㅋㅋㅋ
뭐 어때 특이점 오면 때려치면 되는 거 아님??
그전까지는 밥은 먹고 살아야지 ㅋㅋㅋ
```
수많은 댓글이 달렸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이 응원의 메시지였다. 특붕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봉춘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은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해볼 생각이었다. 밤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조금씩 생활 패턴을 바꿔야 했으니까.
특이점은 언젠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김봉춘은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조금씩 화해해 나가기로 했다. 특붕이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일하는 특붕이'가 될 뿐이다.
"봉춘아, 내일 아침에 같이 아침 먹자. 내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할게."
어머니의 말에 봉춘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니. 내일 뵐게요."
방으로 돌아온 봉춘은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처럼 다시 일찍 잠을 자볼 생각이었다. 특이점이 오기 전까지, 그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군대 "어떻게든" 면제 받은거만 봐도 뭘해도 될 새끼임
본인이 야간 경비원 수칙이 떠오른 낲붕이면 개추 일단 나부터 ㅋㅋㅋ 근데 에이아이가 쓴 글 같다 했더니 ㄹㅇ이었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