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랑 처음 이브를 했을 때의 일이야


나랑 내 친구는 몇달 동안 이브를 맨땅에 해딩으로 플레이 했고

콥도 없이 이거저것 채광도 하고 미션도 하고 그냥

살덩어리로 시간을 보냈어.


그러는 중에 코리안 채팅에서 웜홀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와 내 친구는 탐구열에 휩싸여서 웜홀을 탐사하기로 했지.


웜홀을 방문하려면 프로빙이라는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고

뉴비인 우리에게는 장난이 아니게 많이 어려웠어.


그래서 뉴비들이 흔히 하는 실수로 프로빙 후에

프로브를 회수하지 않고 그냥 바로 웜홀에 진입해버린 거였어

멍청하게도 내 친구도 같은 실수를 해버린 거야


그래서 흑흑 우린 다 망했어...이러고 있는데

뉴비에게는 힘산 하나하나가 소중하잖아

그래서 자폭도 못하고 전전긍긍 하고 있을 때


우리가 있는 곳으로 한 함선이 온 거야

죽기 일보 직전에 사람을 만나니까 너무 반가운거야.

그래서 어떻게든 도움을 청해야 겠다 싶어서

막 채팅을 치는데

그 함선은 나랑 친구를 보자마자 미친듯이 도망을 간거야.

그런데 이게 그냥 순간 놀라고 무서워서 도망치는게 아니라

무슨 맹수나 산짐승을 보고 놀라서 도망치는 것 같았어


그렇게 정신을 좀 차리고 나니까 그 콥장? 

비스무리 한 사람이 다시 우리에게 왔거든.

이 사람이 채팅을 치는데 러시아어라서 도저히 못알아 듣겠는거야.

우리는 열심히 영어를 했지만 그 사람은 도무지 알아듣지를 못했어


그런데 이 콥장이 계속 뭐 한가지만 말하는데.

'바르타르 칸느 오즈 게임다무스키?' -> 후에 러시아어를 하는 친구에게

채팅 내용을 메모한걸 보여주니 저렇게 읽는다나봐.


'바르타르 칸느 오즈 게임다무스키?'


프로브가 없다고 해도


'바르타르 칸느 오즈 게임다무스키?'


여기가 어디냐고 해도


'바르타르 칸느 오즈 게임다무스키?'


이 말만 계속 하는 거야.


한 몇시간 쯤 이렇게 되니까 양 쪽 둘다 지쳐서

그냥 모든 걸 포기했어

그래도 어느 좌표를 하나 알려주더라고 


그래서 일단은 콥장이 알려준 좌표의 정거장에서 묵기로 했고


다행히 우리 처지를 어느 정도 알았는지 그 콥의 정거장 사람들이 

프로브도 나눠주고 우리를 적대하지 않더라고


막상 정거장이 있으니 

잊고 있던 탐구열이 떠오른 친구기 

이것이 기회다 싶어서 웜홀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대.

딱히 말리는 사람도 없고 말이야.

특히 이 사람들이 무슨 채팅을 치는데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최대한 비슷하게 외웠데. 나중에 도움이 될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며칠동안 지내다보니까 슬슬 탐사로 전리품이 가득차니까

그 콥의 사장이 다시 부른 거야.

그리고는 막 열성 넘치는 이모티콘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대강 알아챈 뜻을 간추려 보면


너 괜찮다.

여기 살아라.


였어....



잘은 모르지만 오지웜홀 같은 곳에서는 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잘못 흘러들어온 외국인을 콥에 가입시키는 경우가 있나봐.


그런데 이런 오지 웜홀에서 콥생활을 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당연히 어이가 없어서 거짓말로

난 이미 콥이 있고 인건 알트라고 대강 이모티콘으로 설명을 했어.

그런데 오히려 태연하게


알트? 그게 어때서?

내 콥에 가입해라.


라고 좀 더 강압적으로 나간거지.

그래서 슬슬 무서워진 나랑 내 친구분는

그냥 여기를 떠나겠다 라고 대강 설명을 했어

그런데 촌장은 막 화를 내면서


너네들 못가

여기서 살아

안 그럼 적대건다


이라고 좀 무시무시한 이모티콘으로 협박을 했어


그래서 나는

아놔 ㅅㅂ 내가 여기까지 와서 또 알뿜 생겼네 싶어서

친구와 작당모의를 했지.

그리고는 마을 사람들이 문광을 캐는 틈을 타서

또 다시 프로빙을 해서 튀었어.

다행히 웜홀에서 요령을 배워서 저번처럼 마냥 해매지도 않았고.

잡히면 그냥 여기서 꼼짝 못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또 다시 프로빙을 하는 거야 간.

그리고 한 며칠간 웜홀을 헤매고 있었는데

운좋게 어느 한 웜홀에서 한국인 탐사꾼들을 만날 수 있었지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빌었고

다행히 웜홀을 빠져나와 널섹에서 점프게이트를 거쳐 무사히 지타로 

귀환할 수 있었어.

그리고 웜홀에서의 추억은 젊었을 적 개고생한 추억으로 한동안 남아 있었지.


물론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


나중에 러시아어 채팅 내용을 적어둔 메모장을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친구에게 보여줬는데,

그 친구가 번역해본 바에 의하면 메모장에는 

러시아어로 빼곡하게,



'백억장군 칸은 게임을 접었습니까?'

'백억장군 칸은 게임을 접었습니까?'

'백억장군 칸은 게임을 접었습니까?'

'백억장군 칸은 게임을 접었습니까?'

'닉스는 얼마나 건조되었습니까?'

'닉스는 얼마나 건조되었습니까?'

'닉스는 얼마나 건조되었습니까?'

'닉스는 얼마나 건조되었습니까?'


라고 쓰여져 있었대................



이브에서는 전설처럼 웜홀인(WorM-Hole SAPIENS)의 설화가 전해 내려온데.

백억장군 칸 집권기 때 닉스 건조의 부역을 피해 도망친 외국인 무리들이

웜홀로 들어가서 마치 원시인처럼 뉴에덴과는 고립되어서 살고 있데.

그들은 자손대대로 숨어 살면서

아직도 백억장군 칸의 시대 때라고 믿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아직도 칸이 지타에서 닉스를 건조하고 있고 자신들도 발각되면

그 부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데.....


칸콥이 망한 뒤에 무려 몇년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