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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시와 장주는 서로간에 절친이지만 생각이 달라 다투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혜시가 말하길,
"우리 집에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개똥나무라 한다. 줄기에는 혹이 많아 먹줄을 칠 수도 없고, 가지들은 뒤틀려 자를 댈 수도 없으니 목수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너 하고 다니는 소리가 꼭 그러하다."


여기에 주가 답하길,
" 네놈은 큰 나무가 쓸 데가 없다고 쓸데없이 근심하고 있구나. 큰 나무이니 너른 들에다 옮겨심고 그 그늘 아래서 하릴없이 노닥거리거나 낮잠이나 자면 그만 아니냐? 그 나무는 일찍이 도끼맞는 일도 없을 거고 아무도 해치지 않을텐데 쓸데가 없다고 해서 그게 어찌 마음의 괴로움이 될 수 있겠니?"


장자에 나오는 무용지용의 고사이다.


쓸모가 없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자면 그것 자체로 쓸모일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 이브는 살덩이를 무쓸모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지만
엄연히 이브의 한 축인 만큼 어딘가에는 그 존재의의가 있다.
살덩이는 일종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 볼 수 있다.
공산주의에서 무산계급, 노동자를 뜻하는 프롤레타리아는 라틴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것이 본인 또는 자식 밖에 없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고대 로마의 프롤레타리우스들은 납세의 의무에서 자유였다.
재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역도 면제받았다.
재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사회에서 병역을 수행하는 것은 가진자들의 특권이었다.
그들은 로마인이었지만 '시민'은 아니었다.
많은 의무로부터 자유로웠지만 권리 또한 극히 제한되었다.
그들은 노예보다 비참한 생활고 속에서 배급이나 부유한 자들의 적선에 의존해 연명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나랏밥이나 축내는 무가치한 존재였을까?
로마의 정치인 혹은 유력자들은 때때로 이들에게 막대한 사비를 들여서 돈을 뿌리며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로마의 시민과 유력자들에게 관용이 넘쳐 이들을 먹여살리고 돈을 뿌린 것일까?
아니면 호구라서?
그렇다. 호구였다.
는 아니고
그들은 단수가 아니었다.
그들 하나하나는 노예보다도 보잘것 없는 존재일 수도 있었지만
모여서 민중을 이루었을 때는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방향성을제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때나 지금이나 인구는 국력의 중요한 지표다.
그들은 납세와 병역의 의무는 없었지만
시민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함으로 해서 그들을 더 부유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어찌보면 스파르타와 사회구조가 비슷하다고 볼수도 있다.
소수의 시민(스파르탄)이 다수의 무산자(노예) 위에 군림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파르타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리스의 노예들에게 스파르탄이란 존재는 억업자, 약탈자였지만
로마의 프롤레타리우스에게 시민들이란 "베푸는 존재" 였던 것이다.
실제로는 그들의 노동력을 통해 공화-제국을 부양하고
시민들의 부를 배가시키고
시민들은 그들에게 생을 연명하고 자식을 낳을 최소한의 여건만을
배급을 통해 보장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들은 "로마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를 유지하고 체계를 유지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로마는 지중해 세계를 제패하고 그들에게 알려진 세상 속 가장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그 찬란한 역사의 저변엔 자식을 낳을 의무만을 가진 프롤레타리아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한점 살덩이가 존재한다.
이를 부정할 순 없다.
한 때 강성했으나 화무십일홍으로 스러진 스파르타.
천년제국, 세계제국을 구가하고 멸하고 나서도 인류의 문화 뿌리깊숙히 자리한 로마.
그 차이는 놀랍게도 살덩이를 대하는 자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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