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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 차 "





소 두마리,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심히 밭을메는 청년. 여기는 고발투마을이다





열몇하루 전에 타지에서 소한마리 끌구 고발투마을에 살림을 옮겨온 달문은 첫 인상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심상치 않은 내음새를 풍기었다. 근육질의 덩치에 덥수룩한 수염에 헤질대로 헤진 웃도리, 허리춤엔 시퍼런 칼 한자루와 햇빛에 비칠때는 보라색 초록색 빛깔을 비춰내는 좋은 종자 내리받은줄 바로 아는 누런 소 한놈. 당췌 어울리지 않는 달문의 이러한 모습에 아주 처음에는 산에서 내려온 산적인가 하구는 사내들이 쟁기를 들고 내리 쫒을 태세도 하였었다.





지금이야 비옥지고 산딸기 풀내음나는 양분질은 땅이지만은 고발투마을은 몇 해 전만해도 윗 갑부동네 사람들이 버려두었던 몹쓸 땅이였다. 몇해전에 서쪽 바다 섬마을에 크게 비가내리고 파도가 쳐서 살림살이들이 폭삭 쓸려내려갔던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두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자그마한 섬에 가진것없이 스러진 살림을 일으켜세우기는 쉽지 않았을터. 그렇게 섬 사람들 바다건너 머무를곳 찾아 닿게 된 곳이 이곳 고발투마을이였다. 크게 가진것이 없던 동네 사람들은 첫 해 수확물의 일부를 윗동네 지주에 소작료로 내고 그렇게 몇해동안 근근히 살림을 키워왔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비옥해지는 땅을 보고는 괘씸하게도 윗동네 사람들은 이제그만 나가라는 모종의 뜻이였는지 소작료를 감당하기 힘들만큼 높이기 시작했고 그런때에 어려운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새 농부 달문은 험상굳은 외모에도 마을사람들의 환대속에 금새 어울릴수 있었다. 달문은 처음 짐을 풀자마자 며칠간은 한나절 내내 밭을 메다가는 금새 몇하루더 지나더니 밑동네 마을장에서 힘 좋아보이는 소 한놈을 더 끌고 와 투클라를 굴리기 시작했다.





" 이 재그마난 동네에는 어찌다 내려왔디 "





포스나무 정자에 잠깐 누워 노랗게 노을지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쉬고있던 달문에게 김 할배가 물어왔다





" 기냥유, 뭘 할래봐두 먹고살기 힘들드만유 "





" 거참,"





" 그래두 어르신들 일군땅 날루다가 물 생각은 없슈 "





잔소리를 들을까 직감이라도 한듯 미리 사족을 붙히는 달문.





" 고발투마을은 해가 참 예쁘게 비춰유 "





화재를 돌리려 한 말이지만 그렇게 놓고보니 정말로 한장의 그림으로 남겨두면 지는 해인지 뜨는 해인지 알아보기 힘들만큼 오묘한 풍경, 달문은 잠깐의 감상에 젖었다.







달문 바로 옆 논에 소작을 짓는 김할배는 그나마 고발투 마을에서 형편이 나은 인물이였다. 고향이 어딘지는 아무도 모르는듯 하지만 섬에 그 사단이 난 다음에도 뭍에 연고가 있었는지 어디선가 집채만한 이앙기를 끌고와서는 왠종일 ' 닉수닉수니- ' 하고 노래하며 신명나게 논모작을 하곤 하였다. 동네 어른들은 골목을 지날때마다 이앙기를 흘겨보며 중얼중얼 거리곤 하였지만 달문은 아직은 마을의 사정을 알 겨를이 없기에 그저 동네 사람들이 저 이앙기를 부러워하는갑다 하고 생각하였다.

며칠이 흘렀다.





" 아이고!....헉, 아자씨들 들으쇼!.... 앞동네에 모르는사람이 보이는구만유!!!..."





눈깔이 앞뒤로 세개달린 청년이 헐레벌떡 고발투 마을로 내리 달려오더니 동네방네 뛰어다니며 소리쳤다.





" 어른들! 후딱 쟁기 챙기시구 포스나무 정자루 모이시유! "





그 소리를 듣고는 한참 논모작을 하던 옆집 할배는 귀찮다는듯이 심술난 표정으로 집채만한 이앙기를 창고에 처박어 놓구는 삽자루를 들고 나서며





" 이눔아! 얼른 소 안집어넣구 뭣하냐! "





하고는 처음보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진 달문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 아이구,,뭔일인디유? 앞동네에 산적들이 떼거지로다가 몰려왔는갑슈? "





달문은 소 붕붕이 두마리를 헐레벌떡 외양간에 몰아넣으며 입술이 새파래져 김 할배에게 물었다.





" 니는 눈깔두 없냐! 앞골목에 지나가는 저사람 저거 안보이는겨? 허이구 "





" 나두 눈깔은 있시유, 근데.. 거참... "





분명히 달문의 눈에도 자그만 보따리 메고 지나가는 비쩍나게 마른 노인네가 보였다. 하지만 동네사람들이 이리도 유난을 떠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달문에겐 당최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렇게 이방인이 눈깔청년의 시야에서 사라질동안 하는수없이 달문은 하던일을 정리하고는 마을 정자에서 내내 동네사람들과 장기나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마을에서 유일하게 연배가 비슷한 웃집 청년이 장기를 두며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고발투 마을엔 뒤로 하녹산이라고 작은 산이 하나 있는데 섬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했던 직후 그 해 부터 종종 뒷산에서 산적들이 우르르 내려와 이앙기며 쟁기며 할것없이 다 때리고 부수고 소는 도살하고 땅은 뒤짚어 엎는 일이 잦았다고 하였다. 여러번 겪고나니 그러한 일이 있기전엔 꼭 '낮선이'가 한두사람 내려와 마을을 살피곤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후론 고발투마을 사람들은 이방인이 보이면 경계를 해야했다. 그쯤 들으니 달문은 그제야 비싼 이앙기를 끄는 옆집 김 할배가 그렇게도 성을 냈던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다음날부터 다시 별일 없다는듯 마을사람들은 논밭일에 힘을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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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아이고..... "





별일없던 어느날, 바닥을 힘없게 내리쳐가며 통곡하는 김 할배를 둘러싸고 마을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고있다. 이른아침부터 왠 소란이냐 불평하며 눈을 비비며 나온 달문은 싸한 분위기를 단번에 알아챘다. 온통 하늘에 뿌옇고 거먼 연기와 진득한 기름냄새, 어제 늦은밤, 눈깔청년이 전해온 앞마당 수상한이들의 소식에 일찍 농사를 중단하고 다들 집으로 들어갔을때, 김 할배는 밤새 이앙기를 몰았다. 그믐달이 하녹산 봉우리에 걸칠즈음 산적들이 하나둘 내려오기 시작했고 그것을 눈치챈 김 할배는 서둘러 이앙기를 몰았지만 관절도 늙어서 기어를 제때 놓지 못했나보다.





" 아이고.. 흑.. 아이고.. 아이고... "





오열하는 김 할배, 빙 둘러싸고있는 마을 주민들, 스산한 느낌을 직감하였고 합이라도 맞춘듯이 모두 한 곳을 응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깐의 정적.





"저거이.. 내가 생각하는 그거이.. 맞는겨? "





이장 할배가 떨리는 음성으로 운을 떼었다





" 아니,, 저것.. "



" .. 큰일이구먼 ..."



" 으이... 인제 어쩔것이여, 시부럴! "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곳에는 거대하고 높은 철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엔 '낮선이'가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고발투 온 마을을 매섭게 노려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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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그 ..시방... 또 저래 위짝께에 철푸덕 쪼그라가 앉아있네 그려... 밤잠도 없시여 쟈는..... "





그 날 이후로 며칠째 '낮선이' 때문에 일거리가 마땅치 않은 달문은 철탑에 산적놈을 확인하곤 다시 외양간에 소를 몰아 집어넣으며 아쉬워했다.





" 아재비 그거 뭐 하루이틀 그러나유 "





아는것두 없을것이 분명한 이장집 예닐곱살짜리 딸래미가 마당에 앉아 공기를 던지며 말했다.





" 재깍재깍 내리시간 지나 도장찍는거를 보면은 성실하기루는 누에단 전부를 다 돌아볼래도 저누마한 이는 없을기여 ... 허구헌널 밭메러 와보마는 저만치로 시퍼러케 노리보고 있는..에잉.. "





" 뒷집 순이네는 낮에부터 벌써 디따만한 딸딸이 몰구는 짐다 싸들고 어딜루 겁나게 가든디유 "





" 이구, 그냥반이야 딸린 식구가 원체 많으야.. 안그래두 눔에땅 빌리다가 농사지는판에 큰돈주고 가 온 이앙기 썩히두매 얼마나 가심이 짱하게 아려.. "





" 아재비, 이앙기가 뭔디유? "





" 아, 긴게 이쓰여 이누마  "





" 어자께 김 할아배가 뭐여, 고장났나 내뿌렸다는 그거에유?  "





" 아따, 어린눔이 궁굼한것두.. 알면 다쳐! "





" 아재비는 인제 뚱뚱해서 화내걸랑도 안무서워유 "





" 으이.. "





감시철탑에 '낮선이'가 눌러 앉은 이후로  농삿일이 중단되자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했다





" 뭔눔의 동네가 붙은 정두 없나.. "





투덜대며 떠나가는 사람들 들으라는듯이 한숨 푹 크게 내쉬는 달문.





" 에그, 거 고작 한놈에 잔뜩 겁먹곤 짐싸들구 싸게싸게 내삘꺼면은 뭣하러 그동안 그 고생들 하셨슈... "





그러면서도 달문은 더이상 농작물을 방치하면 지금 있는 재산으로는 이번달 소작료도 못할게 분명하다는것도 알고있었다.





" .. 뭐, 잠깐이면 산적놈들두 구찮아서 내려올 생각은 아니할긴디.. "





달문은 고민하였다.





달문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문득 다시 철탑을 보니 하녹산 산적이 보이지 않는다.





저눔 잠에 들었나부다- 라고 달문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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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것도 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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