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뉴에덴의 어둠 속을 홀로 여행했다. 차가운 함선 내부의 불빛만이 시야를 차지했고, 워프 드라이브의 굉음과 함께 차가운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성계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익숙지 않은 성계들을 연달아 지나쳤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아갈 뿐이었다. 로컬 채널에 자동으로 뜨는 시스템 메시지만이 내가 또 다른 공간으로 넘어왔음을 알렸다.
어느 이름 모를 성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함선 레이더에 신호 하나가 포착되었다. Vexor급 함선. 흔히 NPC 사냥에 사용되는 배였다. 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었기에 모든 플레이어 함선은 잠재적인 위협이었다. 경계는 본능처럼 작동했다. 짧은 망설임 끝에 로컬 채널에 말을 걸었다.
"하이."
흔히 쓰는 짧은 인사를 건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상대방도 나를 확인했으리라. 몇 분 후, Vexor를 조종하는 이에게서 답이 왔다. 나는 그의 상태를 살폈다. 랫질 중인 듯 보였지만, 이 위험한 곳에서는 아무도 믿을 수 없었다.
"Vexor로 뭘 하고 있는 중이에요?" 내가 물었다.
"랫질이요." 그가 짧게 답했다.
랫질. 평범한 PvE 활동.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이곳 토박이인지, 아니면 나처럼 지나가는 길인지 알고 싶었다. 그의 소속과 의도를 파악해야 했다.
"혹시 이쪽 로컬이에요?"
"음... 네." 그는 다소 망설이는 듯 답했다. 완전한 긍정은 아니었다. 쎄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나의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저는 싸움 걸러 온 거 아니에요."
상대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알겠다는 의미겠지.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상황은 파악되었고, 경계심은 여전히 필요했다. 나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성계를 벗어날 준비를 했다.
"오케이, 저는 이만 갈게요."
짧은 대화를 끝으로, 나는 그 성계를 벗어나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첫 만남은 그렇게 뉴에덴의 일상적인 경계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여행은 계속되었다. 워프를 반복하며 여러 성계를 지나쳤다. 로컬 채널 메시지가 연달아 떴다 사라졌다. 조용한 성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여행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수상한 콥 하나를 발견했다. 시스템 정보나 콥 목록을 확인하다가 보게 된 것이다. 인원 수는 놀랍도록 많았지만, 설립일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금이 99%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브를 오래 한 플레이어라면 즉시 위험 신호를 감지할 만한 기괴한 조합이었다. 신규 또는 정보가 부족한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아 랫질 수입을 착취하거나, 다른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인 집단일 가능성이 명확했다. 그 수상함에 직접 엮일 필요는 없었다. 그저 그런 존재들도 이 우주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 지역을 벗어났다.
다시 몇 개의 성계를 더 지나 다음 목적지로 향하던 중, 또 다른 성계에서 함선 하나를 레이더에 포착했다. 이번에는 무턱대고 인사를 건네기보다 상대의 프로필을 살펴보았다. 캐릭터 바이오. 그의 바이오에는 인상적인 업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그의 오래된 기록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바이오가 인상적인 두 번째 조종사가 손 흔드는 이모티콘으로 응답했다.
"o/"
"당신 바이오 봤어요." 내가 말했다. 그의 업적은 정말 인상 깊었다. "대단하던데요?"
그는 약간의 웃음과 함께 답했다.
"옛날 일이죠." "그때가 좋았어요." "하하." "고마워요."
나는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물었다. 그 로퀄을 혼자 잡았다는 것. 어떻게 가능했을까. 순수한 전투 솔로킬이었다면 정말 엄청난 실력일 텐데.
"그 로퀄은 어떻게 혼자 잡은 거예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떤 업적을 말하는 건지 되물었다.
"어떤 거요? :D"
"로퀄 말이요." 내가 특정했다.
"아, 그거 말이죠." 그는 웃으며 설명했다. 그 비결은 전투 기술이 아니라 기회였다. "오프라인된 POS에 박혀 있는 걸 찾았죠." "콥원 하나는 옆에서 캐론을 챙겼고요."
그렇게 큰 배를 파괴하려면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겠지.
"꽤 오래 걸렸겠어요." 내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 배싱이었죠." 그는 덧붙였다. 순수한 솔로 전투는 아니었다는 인정이었다. "운 좋게 성계가 텅 비어 있어서 가능했어요."
그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문득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예전처럼 큰 솔로 플레이도 여전히 하는지.
"요즘도 솔로잉 자주 하는 편이에요?"
"조금은 하죠." 그가 답했다. "하지만 큰 건 아니에요."
대화 도중, 또 다른 조종사가 로컬 채널에 나타나 짧은 인사를 건넸다.
뭐 짧지만 흥미로운 대화였다. 경계심 가득했던 첫 만남과 달리, 상대방의 기록에 대한 순수한 관심으로 시작된 대화는 예상치 못한 유쾌함으로 이어졌다. 뉴에덴의 광활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인연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이야기는 끝이 났고, 나는 즐거운 여운을 안고 다음 성계로 향했다. 경계해야 할 존재들, 수상한 의도를 가진 집단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짧은 교류들. 차가운 우주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예상치 못한 인간적인 순간들이 존재한다. 광활한 뉴에덴 속에서, 다음 만남은 또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까 상상하며, 내 함선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B+
감상평 : 플릿끝나고 FC가 23점프 걸어서 복귀하라 할때의 기분이 드는 첫 문단, 실드플릿에서 아머브로드를 볼때의 혼란스러움, 스테이션행어에 5년간 처박힌 기억안나는 누군가의 차가운 시체같은 마무리 - dc App
입갤에 다 죽어버린 낭만이 여기 남아있었네
갬성있구만~ - dc App
볼만함? 앞으로 간간히 올릴 것 같은데 - dc App
ㄱㄱ 맛나네요
다뒤진겜 붙잡고 자위하는 제 모습이 떠올라 문득 우울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