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벤처는 죽기 딱 좋은 자세였다
‘가스캐는데 여념도 없군. 뉴비놈들은 이래서 문제야’
정적.
쓸데없이 광활한 성운.
로컬에는 단 두명.
아주 경계심도 없나보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스를 빨며 반짝이는 벤처 하나.
워프 코어 스태빌라이저조차 없는 깡통.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 한 놈.
이건 거의 도덕 시험이다.
‘죽여도 되나?’
'그냥 이번엔 못 본 척 해?’
나는 택티컬 포인트에서 뉴비녀석을 보고 있다.
클로킹을 한 채
이건 사냥이 아니라, 양심이랑 체스 두는 시간이다.
한쪽에서 속삭인다
"이것 저것 열심히 하는 뉴비 같은데, 죽이기는 좀..."
다른 한쪽은 대답한다.
"이거 안 따먹으면 넌 캡슐리어도 아님"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줬다.
어차피 이브에서는 안일함은 곧 죽음이니까.
그리고 방금, 그 벤처는 안일했지.
그래서 나는 쐈다.
천천히, 정성껏.
마치 이별 편지 쓰듯 락온을 걸고, 묠니르 로켓을 날렸다.
작은 폭발. 짧은 채팅.
“왜 죽이셨어요…ㅠㅠ”
아, 대사도 빠짐없이 정석이군.
이브 온라인의 고전문학 제1장 1절.
나는 답장을 보냈다.
너무 길면 졸릴 테니까, 딱 세 줄.
"왜 죽였냐면,
나는 거기있었고,
심심했으니까."
이 이상 설명하면, 사냥꾼이 변명하는 꼴이 되니까.
그는 다시 말했다.
“이 게임 원래 이런가요…?”
나는 그제야 약간 진지해져서 썼다.
"글쎄...
원래는 이보다 더하지.
This is EVE."
오늘도 한 명이 입문했고,
한 척의 벤처가 터졌다.
정확히는 뉴비에게 뉴에덴을 알려준 것 뿐이다.
택티컬 포인트로 다시 돌아가 클로킹을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다들 처음에는 뉴비 벤처였다.
문제는 누가 살아남아 별들 사이를 누빌 캡슐리어가 될 것이며,
누가 로딩 화면에서 끝내 작별할 것이냐다.
개추
어쩔 수 없다고...
벤처는 못참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