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 위의 국방의무〉

“전 PVP 안 해요. 광만 캘 거예요.”


코퍼레이션 채팅창에 그런 말이 올라온다.

누군가 조용히 말했지만, 채팅창 너머의 정적은 꽤 묵직했다.


“그리고요, 저도 세금 내요. 콥 기여는 충분히 하고 있는 거죠.”


그 말에 잠깐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브에서의 코퍼레이션은 회사라기보다는 용병집단이다.


이브에서 콥 기여라는 것은

성실 세금 납부가 아니라,
직접 총구를 드는 것이다.


그 뉴비가 캐고 있는 비싼 광물?
그건 우리가 지켜낸 거였다.
피 흘리고, 구조물 부수고, 적을 밀어내고,
때로는 한밤중에 호출 받아 싸워 얻어낸

고요한 공간.


그 고요함 위에서, 그는 말없이 광을 캐고 있다.

그걸 뭐라고 할 순 없다.


누구나 시작은 그렇게 한다.

하지만 언젠가 알아야 한다.

이브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남는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대신 죽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그래서 우리는 말없이 다음 전투를 준비했다.
그 뉴비의 마이너가 반짝이는 그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