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크로노스 파일럿의 마지막 15분>





ESS가 털리고 있었다.

누군가 아주 느긋하게, 대담하게 돈을 훔치는 중이다.


갈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내 돈이니까.


디스캔을 돌려본다.

조합은 엉성하다.


템페스트 셋, 아포칼립스 하나, 도미닉스, 말러, 블랙버드



구식이고, 불균형하고, 심지어 촌스럽다.

무엇 하나 통일 되지도 않은 구성.

위협적이진 않다.


정리하고 돌아오면 된다.

늘 그래왔으니까.


침입자들은 언제나 그렇듯, 크로노스 한대에 대가를 치루어 왔다.


랜딩을 한다.

바스티온을 켠다.

딜을 넣는다.


예상대로 타겟이 버티기 시작한다.

조금 예상과 다르게, 생각보다 잘 버틴다.


괜찮다.

이건 크로노스니까.

이런 정도는 버틴다.


데미지가 밀려온다.

리페어 모듈을 돌린다.

정확히 한 사이클 분량만큼 캐패시터를 소모하고,

부스터 하나를 써서 채운다.


하나를 쓴다.

두 개를 쓴다.

세 개쯤 되었을 때, 손이 멈칫했다.


이건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데미지는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부스터는 계속 닳는다.


열한 개.

열 개.

아홉 개.

무언가가 빠르게 줄어드는 걸 느낄 때,

사람은 이상하게 호흡이 가빠져 온다.


탱은 아직 버티고 있다.

하지만 호흡이 말하고 있다.


곧 끝날 거라고.

그리고 그 끝이 내가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여섯 개.

다섯 개.

세 개.


처음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도망쳐야 할까?


하지만 바스티온은 돌아가고,

웹이 여러 개 걸려있고,

ESS 버블 안이다.

이미 도망은 늦었다.


부스터 하나를 더 누른다.

한 번 더 숨을 쉰다.



두 개.

하나.


그제야 실감이 난다.

지금 내가 죽을 수 도 있다는 걸.


손가락이 멈춘다.

마지막 하나는 쓰지 않는다.

그걸 아낀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닌데,

그냥, 쓸 수가 없다.


함선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조용히 무너진다.

조용히, 너무나 조용하게.

소리도 없이, 아무 저항도 없이.


그리고


끝났다.


크로노스는 터졌고,

포드로 튀어나온 나는,

그제야

내가 왜 졌는지를 생각한다.



죽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니까 죽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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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onos | Biggreatly | Killmail

Biggreatly (ChuangShi) lost their Kronos in H-W9TY (Tribute). Final Blow by GomboisFemale (Sons of Black Rise) flying in a Tempest. Total Value: 4,817,130,900.32 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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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