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가볍게 흩날렸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상쾌하고 찬공기가 내 머리맡을 스치듯 지나간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아침, 그 순간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아침의 흐릿한 감각 속에서, 몸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평소라면 지긋하게 눌러오는 긴장과 피로가 전혀 없었고, 마치 어제의 기억이 모두 증발해 버린 것처럼 마음이 텅 빈 채였다. 그 어딘가에 묘한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상태였다.
가만히 눈을 뜨고 누워 있으니 머릿속에 하나둘씩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어제의 공부, 책상에 쌓인 문제집들, 마지막으로 풀었던 수학 문제의 답안까지 떠오르는데, 문득 머릿속에서 번쩍 하고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수능.' 그래, 오늘이 바로 수능 날이었다. 갑자기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쳤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화면에 뜬 시간은 이미 아침 8시를 넘긴 상태였다. 시작 시간까지 단 몇 분도 남지 않은 절망적인 숫자들이 나를 비웃듯 깜박이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가락을 멈춘 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했다. 나는 이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어제 밤엔 분명 알람을 맞췄는데, 왜 안울린거지? 왜 어제는 일찍 잠들지 않았었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하지만 지금 의문을 풀어볼 시간조차 없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올해의 수능은 그야말로 끝난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모든 혼란과 불안 속에서 심장이 터질 듯한 고동이 느껴졌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나는 잠옷바람으로 한손에는 수험표와 필통을 든체 밖으로나와 112와 119에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