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푸른 잎들이 가득하다
아직 봄의 마지막 흔적을 기대했던 건 아닐까
새벽 공기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완연한 계절의 문턱에서 잠시 망설이던 꽃들은 이제
온전히 여름의 품에 젖어 있다
훈련소를 수료할때까지만 해도 연분홍으로 수줍은 미소를 뿌리던 벚꽃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푸르른 잎사귀들이 태양을 가로채며 방방곡곡을 메우고 있다
봄은 왜 이렇게 짧을까
아쉬움은 아마도 그 덧없음에서 오는 것 같다
꽃피우던 날들의 아름다움은
곧 시들 것임을 알면서도 피어나는 그 용기에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일 테다
사람들은 봄을 시작의 계절이라 부르지만
정작 봄 자신은 시작이자 끝이다
그 짧은 생을 다 바쳐 어둠을 뚫고 올라온 새싹들은
이내 무성한 여름의 그늘에 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나무 아래로 떨어진 꽃잎들은 말라 비틀어지고 바람에 실려 어딘가로 흩어지기 전에 발밑에서 바스라지는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이라면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짐을 느낄 것이다
어제 길가에서 추기장님이 벚꽃나무 아래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미 꽃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벌써 다 졌네…" 그 중얼거림에 슬픔보다는 익숙한 체념이 묻어있었다 아마 그는 수많은 봄을 지나왔을 테다
매년 꽃은 피고 지고 여름은 그 자리를 차지해왔으리라
그런데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의 눈빛에는 아련함이 서려 있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가져가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한다
여름이 봄을 몰아내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하지만 이치를 안다는 것이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잠시 머물렀던 것들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한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계절들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 추억, 젊음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들이다 그 순간이 오기 전엔 그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나간 뒤에야 허탈함에 사로잡힌다
창문을 열자 습기 가득한 공기가 내 얼굴을 스쳤다 여름이다
봄의 마지막 자취를 찾아 헤매는 것은 이제 멈추어야 할 때다
계절은 돌고 도는 법이니 내년에도 분명 봄은 찾아올 것이다
다만 내년의 봄은 올해의 봄과 다르지만 말이다
지나간 계절을 붙잡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눈을 감는다
훈련소에서 헤어진 동기들...
후반기 교육장에서 헤어진 동기들...
전출을 떠난 선임들...
눈을 뜬다
그러나 이 안타까움도 잠시뿐
여름은 이미 격실 안까지 들어와 있다
띵띵 각 격실 소등
전우여 오늘도 고생많았소
안녕히 주무십시오
봄은 다시 온다..
내 생일날 전역하잖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