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결말이 있고
누구에게나 잔상이 있다
하지만
누구는 자필인 반면
누구는 대필이다
대필 중에서는 기속된 대필이 있다
엄마는 한의사, 수의사, 약사를 혐오했고
난 죽어도 공학이 싫다고 했다
그리고 결국 타인의 필치로 내 생이 또다시 완성됐다
이것이 불가항력으로 귀결된 것이라면
적어도 난 살아있는 송장은 아니었을 거다
지금은 살아있는 송장과 잔상만이 남았다
트로피 수집가는 나를 서사의 가장자리로 밀어냈다
나는 재능도 없고 관심도 없는 곳에 버려졌다
늘 그랬다
플롯은 틀 안에 있어야하고
살아남으면 결말만 도려내 가져간다
플롯을 다시 쓸 힘이 없다.
잔상은 나를 유폐하고
나는 나 아닌 것으로 쓰여지고 있다
펜촉이 말라 살점을 더 이상 파고들지 못한다
나는 살아있는 송장이다
운송장이요?
그냥 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