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와서 새벽에 박스 주으러 나가는 일도 쉬고,
혼자서 방구석에서 라면이나 끓여먹다 보니 외로움만 더해짐서 갑자기 센치해지더라.
기분이라도 바꿔보려 얼마전 인터넷으로 구입한 나의 짭퉁 간지 미니벨로를 타고
강변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그런데 그 곳에서 그만 그녀를 보고 말았다.
우리 직장 최고의 퀸카. 이 넘 저 넘 발정난 들개때마냥 대쉬를 했지만, 도도하게 모두 차버리고.
나랑은 오랫동안 서로 타는듯한 눈빛만 주고 받았던 그녀.
3개월 전, 내가 용기를 내어 고백이 담긴 쪽지를 당당하게 전해주던 그날.
쪽지를 전해주던 내 어깨를 확 잡아채 돌려세우고 내 면상에 구겨진 쪽지를 던졌던 그녀.
얼굴은 벌개져서 부들부들 떨면서 동료 여직원 사이에서 울고 있었지.
키도 170정도로 나보다 크고, 몸매도 당당햇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남의 눈을 신경안쓰는 사랑에 대한 당당함은 없었던거 같았다.
강변에서 어떤 키가 큰 근돼지 넘이랑 희희덕 거리고 있더군.
어쩔수 없이 우린 눈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보고야 말았다.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외면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도 나처럼 아직 애증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사람은 왜 사랑앞에서 솔직하지 못한걸까..
지금 당장 다가가서 그녀의 손목을 부왘 잡아들고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불꽃같은 키스를 나눌수도 잇겠지만. 그건 나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멋도 모르고 저렇게 입이 귀에 걸려있는 근돼지 녀석한테
나같이 멋진 남자가 있었다는 걸 과시하는건 소인배 같은 행동이다.
그냥 지나치고 내 갈길을 갔어야 겟지만, 나도 내 맘을 어쩔수 없어
멀찍이서 그년넘들 주위를 알짱거리고 있었다. 혹시 그녀가 나를 힐끔힐끔 훔쳐볼거 같애서
일부러 외면하고 벨로를 간지나게 세운채 서서 강바람을 고독하게 느껴주었다.
바람이 제법 센데 까치발로 간신히 균형을 잡고 있자니. 안장을 진작 좀 낮춰놓을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
더 이상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가는데
그 년넘들도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하더라.
난 최고기어인 4단으로 셋팅하고 그 자리를 재빨리 벗어나려 페달에 있는힘껏 몸무게를 싫었는데
얼마전부터 말썽인 내 접는 미니벨로가 그만 힘없이 허리가 푹 접혀지고 말았다.
운동신경이 발달했기에 나는 추하게 넘어지지 않고 옆구르로 번개같이 착지햇는데
내 벨로는 휘청휘청 굴러가더니 강변에 주차해있던 신형 쏘나타의문짝에 고꾸라졌다.
갑자기 근돼지가 달려와서 내 멱살을 잡고 자기차 어떻게 할거냐며 이리저리 흔드는데
난 기마자세로 하체를 바위처럼 고정시키고 합기의 고수답게 흔들리는 멱살대로 상체를 더 힘차게 위빙해주었다.
그녀는 바로 뒤쪽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더군.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생각같애선 그녀도 근돼지를 저리 밀쳐내고 나한테 득달같이 앵겨들어
\"제가 잘못했어요~\" 하면서 엉엉 울고 싶겠지.
이딴 허접한 녀석정도야 나의 태극 1장으로 5초안에 제압해버리는건 일도 아니지만.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수는 없는 일이었다.
죠용히 번호를 넘겨주고, 근돼지의 에스코트를 받고 조수석에 타고 떠나는 그녀를 나는 그렇게
강바람을 맞으며 쳐다봐 주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때로는 아무 말 없이도 서로 수많은 감정을 주고 받을수가 있다.
마음이 울적해졌다.
집으로 돌아와 지금 거울을 보니 옆구르기 착지할때 강변에 개똥이 있어쓴지
내 뺨과 옆구리에 덕지덕지 붙어있구나.
이 모습을 보고 훨씬 더 마음 아팠을 그녀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욱 무겁다.
오늘껀 너무 기네요 ㅈㅅ 안봄
재밌네요
아 물론 글은 안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