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하면 정모 때까지 가만히 있으려고 하다가 항상 부딪히는 인간관계문제로 답답한 마음에 말함.

나 말야. 외국말 진짜 잘해. 외국말배우기는 유일하게 내가 잘할 수 있어. 경영학 배우라고 하면 내 적성이 전혀 아니라서 주저앉을 수 있지만, 외국말은 한 번 어렵게 배워놓으면 다른 외국말은 비교적 쉽게 또 배울 수 있어.

그런데, 나 영어를 내 인생 첫번째 외국말로 공부할 당시엔, 그때 2000년이었으니 인터넷이 활발해, 그렇다고 어디 오프라인 통해서 외국말배우기비법을 공유할 수가 있어... 진짜 그나마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도 전혀 모른 채 맨땅에 헤딩하기였어. 게다가 남이 공부하는 방법이 꼭 100% 나한테 맞는 것도 아니지. 지름길도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전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중간에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냐.

(지금 내가 쇠질하고 있는 건 거기에 비하면 아주 쉬워. 쇠질 무시하냐고 반발하는 사람들 있을까봐 미리 말하는 건데, 내가 보기엔 그렇다고. 그렇다고 나도 사람이니, 내 말이 항상 옳은 게 아니니까, 쟤는 이런 일에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차분하게 받아줬으면 좋겠어.)

이런 과정을 겪고, 외국말배우기노하우도 많이 쌓아서 외국말 배우는 거에 도가 텄다고나 할까? 처음 외국말 혼자서 공부하면 진절머리 나게 외롭고, 지루하고, 지문 읽다가 막히면 아주 속 터져서 책에다 불지르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에 수십번 들어. (내가 이래서 쇠질이 쉽다고 말한 것이야. 적어도 외국말 공부할 때처럼 끊임없이 지루하지는 않잖아.) 

그래서인지, 외국말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특히 국내파들에게, \"난 외국말 세 개나 할 수 있는데 넌 왜 이것밖에 못하냐? 너 게으른 거 아냐?\" 식의 말을 감히 못하겠어. 그 사람 상처받을까봐. 그 사람이 자기 심정이 어떤지 알고서 이런 독설을 뿜냐고 울컥할까봐 전혀 그런 말 못하겠어. 그래서 아무리 외국말 서툴고 외국말 배우는 속도가 더뎌도 전혀 닥달하지 않아. 어차피 내가 아무리 뭐라뭐라 해도 배우는 사람이 결국엔 스스로 해나가야 할 문제야.

(교사입장에서는 더더욱 학생들이 처음 외국말 배우는 데에 흥미와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조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을, 내가 영어교사자격증과정 밟을 때에도, 중국말교육학 배울 때에도 이 점을 똑똑히 배웠어. 지금도 이 마음가짐을 한시도 잊은 적 없어.)

그런데 말야. \"난 풀스쿼트 되는데, 너는 왜 안되냐. 너 운동 게을리 하는 거구나?\" \"너 왜 벤치를 이것밖에 못해?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몸이 점점 좋아지는데, 넌 열심히 안해서 지금도 몸매가 저 모양구나.\" 이런 소리 들으면, 많이 울컥해. 진짜 저 사람이 날 진심으로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나 싶어. 남의 일이라서 너무 쉽게 말을 내뱉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런 자기위주의 말 들으면 너무 섭한 나머지 마음 속으로 엉엉 울어.

아까 아버지하고도 많이 다퉜어. 코엑스에 외국인투자 취업박람회가 열리는데, 자꾸 나보고 가라고 닥달하셔. 근데, 난 이런 취업박람회 자주 가보니까 느낀 점이,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느꼈어. 가보면 회사소개나 듣고, 각 회사관계자들도 인파에 치여서 형식적인 설명만 하는 데 그쳐. 차라리 저런 데서 아깝게 시간을 보내느니 취업사이트 들어가서 한 군데라도 더 찾는 게 낫다고 판단이 되었어.

그런데, 이런 나보고 내가 당장 취직에 아쉬운 게 없으니까, 박람회 가기 귀찮고 게을러터져서 안 간다고 단정지으셔. 내가 구직활동 하는 데 성의가 있냐네. 박람회 안 가면 큰일나는 줄 알아. 750군데나 참여하는데 다 놓친다고 난리야.

무슨, 박람회사이트 들어가보니 서울에 안 있어, 양천구, 마포구에 있어...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그 거리로 출퇴근하는 건 무리야.) 기술직, 연구직 뽑는데 내 전공하고는 아예 인연이 없어... 이력서 넣으려고 해도 아예 불가능이야. 결국 몇 군데밖에 없어.  

왜 자기입장에서만 남을 판단하냐고. 왜 내 생각이 이렇다저렇다 말하면 들을 생각 한 번도 안하고 자기 바라는 대로 안 움직여줬다고 나 나쁜 사람,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냐고! 이게 진짜 남에게 관심 갖어주는 거야? 이게 진짜 남을 생각해줘서 말하는 거야? 또, 이게 진짜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대로 헤아리고 자기 의견 내놓는 거야? 진짜 나 도와줄 생각은 눈꼽만큼이라도 있는 거야?

나 이어플러그라고 불리는 귀마개 꼽고 큰길 다녀. 지하철 탈 땐 꼭 꼽고 타. 안 꼽고 다니면, 내 귀가 하도 좋아서인지, 소음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나면 귀가 너무 아파. 꼽고나야 겨우 진정이 돼.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방법이 없대. 이러고 산 지 10년이야. 이 정도 되었으면 쟤 이럴수도 있겠구나... 넘어가주면 어디가 덧나?

근데, 꼭 이런 일에도 \"남들이 보기 싫어하니까 풀어라.\"라고 강요하는 인간 있어. 좋게좋게 말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어느 누가 귀마개 꼽고 돌아다니냐고, 비정상으로 남들에게 보이지 말라며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인간 있어. 진짜 소리 확 질러버리고 싶더라. (진짜 남들, 남들, 남들... 남들이 너 밥 먹여주니? 그리고, 내가 왜 귀마개 꼭 꼽고 돌아다녀야 하는지 너한테 꼭 설명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어?)

진짜 남의 입장이 되어서 한 번 생각해봤냐고 소리지르며 엉엉 울고 싶어. 진짜 저 사람 날 생각해주고 저따구로 자기 말만 옳다고 끝까지 우김질 하나 싶고, 저 사람 나 도와줄 것도 아니면 간섭 그만해달라고 빌고 싶어. 이렇게 간섭하는 사람들 치고 진심으로 도와주는 경우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자기 말만 따르라고 우겨대는 사람들 보면 짜증나고 힘들어.

진짜 이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이렇게 속내 드러내는 것도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아. (내 사주가 원래 남에게 속내 안 내비쳐서 남들이 나 욕심 숨기고 음흉하게 나가는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대.) 나 그래도 남에게 예의 갖춘다고 왠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고 말 안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왠만한 건 당장 나한테 불편한 게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 그런데, 아무리 남에게 좋은 말로 구슬려도 이리 섭섭하게 나가면 진짜 울고 싶다. 

남의 일이라고 너무 쉽게 말 내뱉는 사람들, 내가 아무리 좋은 말로 넘어가려고 해도 끝까지 자기 고집만 부리는 사람들, 내 속마음이 어떤지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내 행동이나 말투가 자기가 보기에 눈에 거슬린다며 뭐라뭐라 하는 사람들 보면... 어떻게 더 해줘야 만족하겠어? 자기 뜻대로 입맛대로 안 따라준다고 날 천하의 불한당으로 몰아세우면 속이 시원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