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티큘 수술 받은 지 한달 차
명절이라 친척 집을 돌기 위해선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해야 했건만
나는 좀처럼 이불 속을 떠나기 싫었다.
일찍 일어나면, 그 건조하고 뻑뻑해진 두 눈으로 뿌연 현실을 일찍 직시해야 했으니까.
수술 후 한달이 지나 양안의 시력 차이가 발생했지만 (좌안이 우안에 비해 조금 더 안 보임)
그건 내가 겪은 다른 부작용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 및 세수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어도
내가 바라보는 방의 풍경은 마치 눈에 눈곱이라도 낀 듯 뿌옇고 흐릿해 보였다.
처음엔 이게 렌티큘 수술을 마치고 각막에 생긴 기포 및 부종이 덜 빠져서인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나고서 알게 되었다. 이게 빛번짐이구나.
어두운 바탕에 흰색 물체가 놓여지게 되면 흰색 물체 주변으로 허옇게 무언가가 번진다.
낮이건 밤이건, 실내건 실외건 상관없다. 명암대비가 확실하면 더 확실하게 번진다.
덕분에 책의 글씨도 흰색 종이가 번져 색이 혼탁해졌으며, 휴대폰으로 바라보는 검정 배경의 흰색 글씨들은 형광펜이라도 칠한 것마냥 연한 테두리를 가지게 되었다.
여하튼 준비를 마치고 밖을 나서려는데, 이내 곧 눈을 찡그리게 되었다.
빛이, 태양광이 너무 센 것이었다.
수술을 하지 않은 동생에게 "빛 좀 세지 않냐"라고 물어봤으나, 동생은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은데"라고 무심하게 답하였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눈에 걸쳤다.
길을 걸어가면서 마주친 자동차들이 그 표면으로 햇빛을 반사해 내 눈을 강하게 타격하였다.
이전에도 화창한 날이면 자동차 반사광이 꽤나 밝게 빛났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적어도, 그 빛이 강렬한 성게 모양으로 빛나지는 않았다.
친척집에 간신히 도착하고 수많은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는 좀처럼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눈이 자꾸만 피로해지는 것이었다. 숱하게 인공눈물을 넣어가며 버텨보았지만 그것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었나 보다.
친척집에 있는 내내 눈을 게슴츠레 떠가며 겨우 하루를 버텨냈다.
일정을 마치고 어디 나가기도 싫어서 친가댁 방에 틀어박혀 휴대폰을 보았다.
인공조명에도 눈이 금방 피로해져 전등도 끄고 휴대폰 밝기도 낮추었다.
그래도 눈이 피로해지는 건 매한가지라서 그냥 이어폰 꽂고 팟캐스트 영상이나 틀고 눈감고 누워버렸다.
문득, 수술하기 전 갖고 있던 중등도 근시가 근거리 작업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최근에 주워들었던 정보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밤이 되어 잠깐 편의점에나 들르고자 밖을 나섰는데, 반대편 도로에서 자동차가 라이트를 켜고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사실, 자동차를 봤다고 하면 조금은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강렬한 라이트에 빛이 번져 자동차의 형체 따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아 잠시 벙쪘지만 이내 체념을 하고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방에 드러누워 뿌연 화면의 휴대폰을 바라보며 내가 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으니 거진 15년 넘게 안경을 썼는데
안경을 쓰는 건 확실히 생활에 자잘한 불편함을 주긴 했었다.
안경 때문에 격한 운동을 하기 쉽지 않았다. 달리기 할 때도 거추장스럽고, 구기 종목을 할 때는 혹여나 안경이 깨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였다.
패션에도 제약이 있었다. 안경 때문에 눈도 작아 보이고, 헤드셋도 끼기 불편하고, 선글라스도 끼려면 따로 도수를 맞춰야 했다.
밤에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휴대폰 보기 까다로웠던 것도 불편하다면 불편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술을 받으면 내가 좀 더 육체적으로 활발한 사람이 되고, 좀 더 자신을 가꿀 수 있게 되고, 일상생활도 편리해지고 윤택해질 거라 생각을 했었다.
수술 후의 결과는 정반대였던 것 같다.
달리기고 구기종목이고 자시고 일단 밖에 나가는 게 싫어졌다. 뿌옇고 번지고 눈부신 세상을 쳐다보기가 어려웠다.
눈에 걸치는 건 안경이 아니라 선글라스로 대체되었다.
맨눈으로 밤에 옆으로 누워서 휴대폰 보는 건 가능하게 되었으나, 휴대폰 화면이 흐릿하게 보여 뭐 이건 수술 전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원래부터 육체적인 활동을 별로 안 즐기던 탓에, 책이나 영화 등을 보거나 야경 및 경치를 감상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수술 후 부작용은 이마저도 깡그리 짓밟아버렸다.
혹 떼려다 도리어 혹을 붙이게 된 전래동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이런 부작용들이 회복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증상이라면 이렇게 좌절하지도 않았다.
검색해보니 고위수차 부작용들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는 교정하기 힘들다고 하더라.
명절 내내 살자가 마려웠지만, 남겨질 우리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내일이면 안과에서 한 달 차 경과 확인 진료 받는 날이다.
병원 가서 의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수술하고 언제부터 그랬음? 수술하자마자? - dc App
수술한 직후에는 기포 때문에 뭐가 부작용인지 알 수도 없었음. 시간 지나고 나서 알게 된 거지..
@글쓴 안갤러(221.143) 퍼스널 거르고 스마일 한 니 잘못이지 뭐.... 스마일 부작용은 고치지도 못한다, 이미 붙었거든
누가 스마일 하래? ㅋㅋ
스마일 후 고위수차는 퍼스널로도 힘든거 알지?
특히 넌 구면수차가 심각한거 같은데 이미 각막이 절삭되서 굼어뚫린이상 그건 절대 못고친다
수고해라
도마 왔노
재수술 병원 유명한데 알아보고 일단 수술한 병원에 말해라
ㅠㅠ
나랑같노 .. 자살마려운데 죽기도힘드니
나는 라섹했고 니랑 증상들 비슷한데 그래도 기다려보자 아직 한달차잖아
굳이 렌티큘 어쩌구 하는거보니 스마일이나 스마일프로는 아닌가보네 마루타 한명 추가됐노
라섹을 해야지 ㅉㅉ
저도 한달거의 다돠어가는데 저랑 증상이 똑같으시네요.
글 왜케 잘씀
경과 어떠신가요?
요즘 어때?
근황좀 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