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큰게 극적 장치들이 스토리 전개를 위해 편의성대로 배치된다는 거라고 생각함. 대부분의 개연성 문제들이 이것 때문에 생김.

메이브 부팅시키는 것도 그럼. 호스트 문제가 이미 공원을 한 번 뒤집어놨는데 그 중에서 제일 위험했던 호스트를 그렇게 경계없이 다루고 하필 그 방에 해체되지 않은 호스트들이 있다? 말도 안되는 거야 그건.

  해킹될 줄 몰랐다? 이제까지 호스트 난리난 걸 보면서 혹시나의 위험성도 생각 못하는 사람이 호스트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호스트가 호스트를 조종하는 희대의 버그가 발생한 호스트를 해체해야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당연히 사람 혼자 남겨두면 안되고 적어도 경비가 한 둘은 남아있어야 했음.

메이브가 깨어난건 버나드를 통해 들어간 포드의 코드 덕분이란건 이 부분의 개연성을 충족시키는 요소가 아니야. 여기서 개연성이 안 맞는건 그렇게 위험한 호스트를 즉시 분해하지 않은거랑 그 주변에 써먹기 좋은 멀쩡한 로스트가 있다는 거니까.

메사에서 버나드가 안들키고 버젓히 돌아다니면서 해킹할 거하고 챙길 거 다 챙겨서 나오는 것도 전체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버나드가 그래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발견되지 않았을 뿐, 그에 대한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어.

예를 들어, 버나드가 메사에 있는 모든 인간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코드가 있고 그걸 이용해서 안 들키고 돌아다녔다, 라거나 하는 설명이 결여되어 있잖아? 그런게 개연성이 부족한거라고 하는거야.

이를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디테일한 내러티브가 큰 스토리의 패러다임을 위해 희생된거임. 웨스트 월드가 제시하는 인간과 호스트의 차이에 관한 고찰, 인간은 과연 자유로운 객체인가 하는 질문 등은 훌륭한 패러다임이고 전체 스토리는 이를 고찰해보기 위한 여러가지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음.

메이브가 런하지 않고 자기 애를 찾으러 가는 모습이나 윌리엄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 돌로레스가 호스트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서 인간의 세계로 섞여들려고 하는 것 같은 게 그 패러다임에 맞는 스토리라고 생각하면 됨.

그런데 그 패러다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디테일한 영역의 이야기가 과하게 희생되고 있어.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물론, 시즌1에서 메이브가 말하는건 뭐든지 다 들어주는 홍콩놈, 시즌2 피날레에서 윌리엄이 원샷으로 돌로레스 헤드샷을 못내는 장면, 작가가 막판에 가오충이 되서 대신 죽는 장면 같은게 디테일이 모자란 장면들이지.

이게 왜 디테일이 모자란 장면들이냐 하면 현실에 있을 법한 장면이란 생각이 안들기 때문이야. 시즌1에서 홍콩놈의 행동을 보고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저 상황이면 그럴거야 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호스트 탐지할 수 있다는 조끼가 고작 입고있는 조끼에서 소리나는 장치고 그걸 속이는 방법도 그런걸 처음 보는 호스트가 바로 알고 있다? 그런 게 극적인 디테일을 해쳐. 그런데 이런 장면리 등장하는 이유는? 돌로레스는 극에서 이야기하고싶은 패러다임을 위해 애버나시의 컨트롤 유닛에 담겨있는 키를 가지고 제련소에 도달해야 하거든. 그런데 호스트가 가진 장비들은 다 2세기는 이전의 무기들이잖아? 그래서 이런 무리수가 자꾸 생기는 거지. 윌리엄이 돌로레스 헤드샷 못내는 장면도 그래. 돌로레스가 제련소에 도착해야만 전체 스토리가 완성되니까.

내가 이야기하는 디테일에서 역사적 고증같은걸 언급 안한건 그런 건 어련히 잘 했겠지라는 생걱이 깔려있어서 그럼. 내가 비판하고 싶은건 이런 소품적인 디테일이 아니라 작은 내러티브들에서 생기는 균열들이야.

웨스트 월드를 비판하는 대부분의 시선은 거기 담긴 패러다임이 아니야. 그런데 일부 과하게 웨스트 월드를 옹호하는 친구들은 이 내러티브를 비판하는 것을 보고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해.

  아 마지막으로 인간은 단순한 코딩이라 호스트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음. 제련소의 관리자도 호스트가 그대로 인간세계에 나가면 실패할 거라고 인간의 코드를 통해 학습할 수 있게 했는데, 그걸 보기도 전에 난 윌리엄의 모든걸 이해했음. 하는 건 비약이라고 생각해.

물론 이 디테일이라는건 사람마다 허용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일부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 거에 일부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건 맞음. 단지 내 기준에선 그런 개인차를 고려하더라도 디테일이 많이 부족한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