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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는 "Cost of Lies", 즉 '거짓말의 대가'임.


작게는 디야톨로프의 현실 부정에서부터, 크게는 KGB에 의한 정보 검열까지.

그 근본에는 사회주의 특유의 교조주의적인 맹신과 주류 의견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깔려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작게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크게는 소련 인민, 전 세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목숨마저 던져버리는 사람들을 통해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있음.


그것을 위해 때로는 "불가피한 희생" 이라고 포장되는 일들을 하기도 하고. 이를테면 수문을 개방하기 위해 방사능 오염수가 찬 발전소 내부로 들어가는 3명의 영웅들, 레가소프가 "사람은 절대 지붕 위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하다가도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을 알자 '바이오 로봇'을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실제 선량을 계측하러 가야 한다"는 말에 직접 나서는 소련 장교까지.


특히 당시 소련군 내부에서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소련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게 특필할 점임.

러시아의 주장대로 단순히 반 소련 프로파간다였다면, 이런 장면은 필요없지.


그래도 소련 특유의 경직된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은 한결같은데,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현실도피, (비록 잘못된 정보가 주어지긴 했지만) 비과학적인 신념에 입각한 정보통제, 도시 폐쇄 조치, 과학자들을 감시하는 KGB, 비현실적인 소개 범위, RBMK 원자로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조적 믿음.



이 모든 "거짓말"들이 쌓여서 체르노빌 사고를 일으켰고, 그 대가는 수만명의 피로 방사능 오염물질을 씻어내는 일이었지.


5화에서는 모든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레가소프의 입을 빌어 이 테마를 친절하게 정리해주기까지 하는데, 그러고도 이 드라마의 주제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P.S. 소련 최고의 RBMK 전문가라는 레가소프마저 디야톨로프의 "그래서 왜 RBMK 원자로가 '폭발'했냐?" 라는 질문에는 바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데, 이것은 원자로가 폭발한다는 상황이 정상 운전상태는 커녕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임. 심지어 안전장치를 모두 셧다운한 상태라도 멜트다운이 일어날지언정 원자로가 폭발하진 않을거니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고, 작중에서 과학자들이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추적하는 건 "왜 RBMK 원자로가 폭발했냐?"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함임. 이걸 머릿속에 넣어두고 보면 이해가 더 잘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