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스는 자유의지라는 화두에 관심이 있는 새끼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근데 자유의지론 하면 애새끼들이 제일 많이 헷갈려하는 게 비결정론=자유의지 이런 수식이란 말이지


그렇지 않다. 비결정론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유의지가 있는 건 아니여


단지... 딱 봐도 직관적으로 느껴지겠만 결정론적 세계 하에서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거지

(결정론적 세계 하에서도 자유의지가 있다는 새끼들도 있긴 한데 그런 새끼들은 비주류일 뿐더러

그 새끼들이 이야기하는 자유의지는 우리가 일반론적으로 알고 있는 자유의지랑은 다른, 재정의된 자유의지임)


하여튼 그래서 포레스트가 결정론에 그토록 집착하는 거 ㅇㅇ


근데 앞서 말했듯 비결정론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유의지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 릴리가 데브스 스크린에 투영됐던 결정론적 미래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유의지가 있다고 할 순 없다는 거


만 아 결정론은 정답이 아니었구나! 자유의지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이야기인 거지


그런데... 스튜어트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었잖아?


"우리가 들어 있는 상자(데브스)... 모든 게 들어 있는 상자... 그리고 그 상자 안에는 또 다른 상자가 있지 무한히, 지겹도록"


그후에 스튜어트는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앗이런!"하고 외친다.


그리고 케이티는 또 이런 대사를 친다.


"사실상 시뮬레이션과 실제는 동일하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 우리의 세상도 시뮬레이션일 수 있다는 거지


스튜어트가 저 상자(데브스) 안에 또 상자가 들어 있다고 했듯이


우리가 실제라고 느끼고 있는 이 세상도 상자속 세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상자 안으로만 무한한 것이 아니라, 상자 밖으로도 무한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이는 상자(데브스)가 우리 세상의 결정론적 예언들을 모두 맞출 수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예컨대 말이지. 릴리가 마지막에 포레스트를 쏘지 않은 것은 비결정론적 행동이었을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이는 애초에 릴리가 왜 포레스트를 쏘지 않았는지 그 행동원리를 따져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릴리는 상자에서 자기가 포레스트를 쏘는 걸 사전에 보았다. 그래서 포레스트를 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극중 세상도 상자속 세상이라고 쳐보자.


그럼 그 상자 밖에서 극중 세상을 보고 있는 자들은 어떤 결말을 보았겠는가?


릴리가 포레스트를 쏘지 않는 결말을 보지 않았겠는가?


다시 극중으로 돌아와서, 극중의 릴리가 보았던 상자 속의 릴리가 포레스트를 쐈던 이치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다.


릴리가 보았던 상자속 릴리는, 자기가 포레스트를 쏘지 않으리라는 것을 상자속의 상자(상자 속의 릴리가 보았을 데브스)를 통해 이미 보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드라마 데브스는 하나의 사고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결정론적인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 미래를 본 순간 그것은 더이상 결정론적인 미래가 아닐 수 있다는 사고실험 말이지.


설령 결정론이 맞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결정론적인 미래를 본다"라고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과연 가능한가? 그에 대한 답을 데브스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