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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러티브는 상당히 간결하고 직관적이어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다. 

미장센 또한 정석적인 연출로 관객들이 무엇이 다가오는지, 이 장면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간혹, 블랙 코미디 장르를 다루는 감독들이 너무 어지럽고 난해한 내러티브와 연출로 관객에게 혼란스러운 감상 경험을 주는
예술가 뽕에 심취한듯한 작가주의 경향이 있는데 반해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대중성있는 연출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코미디이다 라는 나의 개인적인 인식에 일치하는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객에게 조마조마한 불안감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서스펜스는 
그 길이와 충격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절제됨을 통해 세련된 연출을 보여준다.

또한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긴장된 상황,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맑고 유쾌하지만 빠른 리듬의 배경 사운드를 깔아두는 연출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인물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다 더 강하게 표현하기 위한 핸드헬드 카메라 워킹은 자칫 관객에게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기법인데, 

참으로 오랜만에 보게되어 반갑기도 했지만 살짝 과하게 촬영된 감이 있어 이 부분에서 살짝 집중이 깨졌다.

무튼 영화는 진부한 담론을 다룸에도 
탄탄한 블랙 코미디쇼를 보는 듯하여 참신하고 깔끔하고 재밌었다.
(마무리에서 좀 김새는 감이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가 별로 없었는데 
충분히 영화관에서 볼만한 영화니 가서 보시길 추천한다.

여기부터는 깨끗하게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 충분히 방해될 만큼의 해설이 있으니 아직 영화를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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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현 미국 사회의 진보좌파와 보수우파의 대표적 갈등의 매개체인 이민자 정책을 통해 양 쪽 모두를 희화화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프렌치75라는 흑인 위주로 결성된 반이민주의 정책에 대해 저항하는 극좌단체 (극좌,극우가 되려면 폭력이 동원되어야함. 그러므로 우리나라 언론에서 반중 시위 등을 두고 극우라고 네이밍 하는 것은 프레임 씌우기임)가 불법이민자 수용소를 습격해 그들을 해방시키는 씬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이자 레지스탕스의 핵심단원 Perfidia Beverly Hills(퍼피디아 베버리 힐즈)는 극좌든 극우든 어디든 올라탔을 것 같은 충동조절장애를 대놓고 내보이는 행동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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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를 하고 튀다가 연인에게 여기서 지금 성1관계를 하자고 하는 대사나 위 짤 처럼 그녀를 두고 임신한 자각이 없다던가 하는 여러 묘사가 이를 방증한다.

미국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있다면 이 캐릭터의 이름이 굉장히 흥미롭게 들릴것인데, 베버리 힐즈는 유명 음악 프로듀서와 모 유튜버가 같이 걷는 짤로 국내에 많이 알려지게된 미국의 부촌이다. 

극단주의 진보좌파 운동을 하는 여자의 이름이 미국 부촌의 이름이라니...
마치 기득권과 자본주의에 저항하며 사회정의와 평등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공산주의의 전단계인 사회주의를 지향, 실현하는 과정에서 얻은 권력으로 독재를 하며 기득권이 되(고자 하)는 진보좌파들의 한계와 이중성을 비꼬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 미친 여성의 극중 연인은 디카프리오 형님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디카프리오 형님 연기 중에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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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어버버한 캐릭터로 묘사된 그는,
기쎈 흑인 여성에게 빠져서 그녀의 가족들로부터 너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나 듣고, 그들 단체의 암호(핵심사상)도 기억 못하는

뭣도 모르고 극좌운동에 가담한, 한국식으로는 강남좌파. 아무런 신념도 없이 그들과 같지도, 그들을 이해도 못하면서 같잖은 위선과 정의감으로 인권, 환경운동으로 그들의 공허한 자아를 치장하는 백인들을 상징한다.

그리고 영화소개에 나와있는 줄거리를 보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 형님이 납치된 딸을 찾는 이야기인데 

빈틈하나 없을 거 같은 강인함을 표현한 
이 캐릭터에게서 딸을 찾아야 했다. (전혀 못 알아챘는데 숀펜 형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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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인 스티븐 J 록조 대위(숀펜)에게 흔한 캐릭터 클리셰, 겉으론 강한 캐릭터가 은밀한 성적인 역할에서는 지배당하길 원하는 성향을 부여함으로서, 

기득권, 트럼프, 철권통치, 백인남성으로 대변되는 보수우파를 희화화한다.

그는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라는 
뒤에서 모든 것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자 집단인, 백인 최상류층들의 모임의 회원이 되고자 애를 쓰는데

그도(스티븐 J 록조 대위), 
그리고 이미 그 집단에 소속된 젊은 백인으로서 그를 섭외했던 캐릭터 조차도 

결국 늙고 약해보이는 늙은 백인(실세 또는 흑막)들에 의해 소모되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체스판같은 체제 속에서
우리는 결국 관성의 법칙에 따라 굴러가는 
작은 장기말에 지나지 않는 가련한 인생일 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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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납치된 딸, 윌라 퍼거슨(본명 체이스 인피니티) 

(첫 영화 데뷔라고는 믿기지 않는 존재감을 나타내는 연기력 보였다)

혼혈인 그녀는 성인을 앞둔 16,17세 정도의 학생으로 나오는데
(미국의 법적 성인 나이는 주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8세이다)

그녀(혼혈)는 두 가지 이념 세계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채로 
약 17년간 안전하게 지내왔지만
결국 그녀의 부모가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로 인해
이 이념 세계의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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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릭터는 마치 어떠한 이념도 답이 될 수 없다는,
두 가지의 선택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않거나 
어려운 결과가 예상되는 진퇴양난의 상황.

즉, 인류가 아무리 해결해보려해도 벗어날 수 없는 여러 갈등(이념, 종교, 인종 등)에 대한 딜레마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사건을 겪으며 영화의 마지막에 18세 성인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자신이 나아갈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길도 결국은 답이 될 수 없는 부모가 갔던 길이다.

이것을 통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same old story 라는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허무주의적 메세지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