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미드를 안봤는데, 어쩌다가 평이 좋길래 한 번 봤는데 흡입력이 상당히 좋아서 순식간에 달렸다.


 그냥 간략하게 내가 느낀 점과 후기에 대해 써보려고 이렇게 남겨봄 (존나게 주관적임)


 

 먼저, 이 미드의 중점적인 부분은 "해킹"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인터스텔라가 말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천문학적인 지식을 영상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 보다는 영화가 담고 있었던 메세지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미스터 로봇에서 차용된 매개체는 해킹이었을 뿐.... 


 뭐 시즌2가 파일럿 이후 정해진 것 때문에 10화 뒷 장면이 추가되어 내용이 이어질 것 같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미 시즌1의 구성 자체로도 어느 정도 하고싶고,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전달해주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한당. 물론 뿌린 떡밥들은 건지지 않은체로 끝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엔딩이 존나게 구린(대체로 오픈 결말인) 영화처럼 미스터 로봇 시즌1을 생각한다면 시즌1 그 자체로도 충분히 완성도를 가지는 미드인 것은 틀림이 없는 듯 싶다.


 아마, 미스터 로봇이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외줄타기로 나한테는 느껴졌다. 시놉시스야 본 놈들이야 알 듯이 큰 틀은 세계의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는 Evil Corp를 무너뜨리려는 천재지만 뭔가 존나 이상하고 모질이인 해커인 엘리엇 엔더슨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전개가 1화부터 10화까지 이어지면서 '거짓'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보여주려는 행위 자체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엔더슨이 직면하는 현실은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구분이 안되어 가는 것이 맞물리는 것은 아마 그러한 주제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특히, 10화 시즌 피날레에서 보여주는 혁명 뒤에 모습들도 이것이 진짜 혁명인지, 또는 그저 혁명인 것처럼 보이는 거짓인지에 대해 구분이 안되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몇몇 에피소드나 연출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을 꽤나 느낄 수 있었는데, 0과 1이라는 이진법에 대한 이야기나,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억지로 엮는 느낌은 있다만, 대체로 엔더슨이 직면하는 현실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별해 나가는 하나의 방법처럼 느껴지면서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다들 알다시피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한 이해를 함에 있어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판단과 이해는 0과 1로 단순히 나눌 수 있지만, 그렇게 나눈 0과 1이 또한 진실인지 거짓인지, 내가 내린 판단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보다 보면 결국엔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명백한 결과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거기까지는 진실이고 거기까지는 거짓이라고 믿을 뿐.


 연출적인 면으로는, 엔더슨은 미드를 시청하고 있는 대상에게 말을 걸고, 가상의 친구인 체 행동하면서, 우리를 관찰자의 위치에 '고정'시키는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엔더슨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전지적인 입장에서의 관찰자는 아니다. 유일하게 드라마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대상은 유일하게 엔더슨일 뿐이니까. 다른 상황에서 인물들을 보여주는 방법은 대체로 그들의 속마음 까지는 알 수 없는, 관찰자의 위치지만, 엔더슨을 보여주는 방식은 마치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자, 그를 통해 '보는' 입장이 되어버린다. 방송이나,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연출을 통해 내가 느낀 점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에 대한 판단 또한 엔더슨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해, 미드가 얘기하고자 하는 '진실'과 '거짓'의 외줄타기의 선상에 시청자를 엔더슨과 같은 입장으로 놓아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엔더슨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현실을 직면함에 이것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판단은 엔더슨이 미쳐가는 것처럼 흐려지기 때문에.


 반전을 주는 방법에 있어서도 대체로 미스터 로봇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진실'로 알고 있었던 이야기들은 때때로 거짓이 되고, 진짜 진실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 또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경계가 정말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들었다. 


 얘기가 길어지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해킹이라는 것은 거짓에서 진실을 건져내는 행동이 될 수도, 또는 진실에서 거짓을 만들어내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엔더슨이 모르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진실에서 거짓을 만들어 내어 하기도(E Corp의 CTO) 하며, 거짓을 걷어내 진실을 보여줌으로도 하기도(엔더슨의 정신과 상담의 카트리나의 내연남, 론 Coffee의 사장) 하는 것처럼, 어찌보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해킹'이라는 방법이기에 주된 소재로 선정된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미드가 얘기하는 대부분은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아내를 속이는 타이렐 웰릭에게서도, 자신이 직접 혁명을 일으키면서도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혼동하는 엘리엇에게도,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회사를 증오하면서도 직장을 얻어야만 했던 안젤라에게도, 엘리엇을 아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를 의심하는 기드온에게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몰라 혼동스러운 우리에게도.. 드라마에서 말하는 것처럼,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돈' 이라는 것은 실제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닌,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허상의 것이 된 것처럼. (간단히 얘기하자면, 네 통장에 있던 잔액이 진짜 네 돈인지 아닌지 증명할 수 있는지? 에 대해 질문을 하면 이해될 듯) 피날레를 보아도, 혁명을 통해 바뀐 것이 있는 것인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알기 힘들며, FSociety 멤버들 조차도 그들이 기다리고 바랬던 결과가 진실인지, 허상인지. 그것이 종말인지, 새로운 시작인지 몰라 헤매이는 것처럼...


 

 여튼 꽤나 익살스러운 장면도 중간중간 보이면서도, 기존의 미드와는 다르게 드라마 시청자를 끌어당김과 동시에 관찰자로 내쳐버리는 방법 등도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인데 미드에서도 보여서 참신하게 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진 몰라도 내게는 흡입력 하나만큼은 장난 아니었는듯. 하루만에 달린만큼 꽤나 재밌게 봤음. 

 

 확실히 취향은 엄청나게 갈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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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글 존나게 못써서 ㅈㅅ


PS2.


 좀 더 어거지 좀 부려보자면...


 에피소드 중 E Corp를 무너뜨리며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계획을 수행하던 중 주인공인 엘리엇은 중간에 몰핀 금단현상으로 인해 몸져누으면서 온갖 환상을 보며, "네 안의 괴물은 뭐냐~?"라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진실에 직면하게 되면 마주칠, 수많은 거짓된 미로들을 통해 자신을 지켜낸 엘리엇의 진짜 모습에 대한 판단에 대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이건 좀 과한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본다면 엘리엇이 E Corp를 무너뜨리기 위해 하는 해킹행위는 어떻게 보면 스스로의 거짓된 모습에서 진실을 드러내려는 해킹행위로도 볼 수 있겠지. 이렇게 보면 좀 더 매트릭스랑 비슷한 주제의식을 담게 되겠지. 사실, 많은 시청자들이 엘리엇을 통해 보니까.. 아마 매트릭스에서 흔히 가지는 철학적 의미를 조금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듯 합디다. 


 다른 방향으로 좀 더 과한 해석을 해보자면 타이렐의 경우에는 에피소드 중 살인을 하게 되고, 9화에서는 그 소감을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위에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네 안의 괴물은 뭐냐~?"라는 식의 얘기와 연관시켜서 볼 수도 있을 듯 싶다.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하고 두려웠지만, 그 후 나쁘지 않았다고 하는 장면을 보면, 타이렐 또한 엘리엇과 비슷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수많은 거짓된 모습을 만들어 놓았지만, 그는 '살인'을 통해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낸 경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어찌보면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나온 주인공에 대한 오마쥬 같게도 느껴지기도 하고... 여튼 타이렐과 엘리엣은 동일 선상에 있지만 뚜렷하게 0과 1로 구분해서 지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지. 그들은 0과 1로 전혀 다른 세상, 다른 목표를 보지만 결국에는 9화~10화에서 얼핏 예측하기로는 둘은 결국에 같이 일을 하게 되었거든. 엘리엇은 아무런 목표의식 없이 '세상을 구하고 싶어서' 한 것이겠지만, 타이렐에게는 '세상을 파괴하고 싶어서' 한 것이 될 수도 있겠지. 애매하기도 둘은 같이 일을 하게 되었으니, 10화에서 보이는 애매모호한 결말이 이러한 것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여튼 나처럼 의미부여하기 좋아하는 친구들은 의견 달아줘 같이 의견나누고 싶어서 쓴 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