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줄보단 평평한 대지에 발을 딛고 있다.
오늘도 식탁에서 핸드폰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그녀의 뒷모습은
어딘가 맥이 빠진다고 느낀다.
아마도 저번에 만난 아이돌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 만난 OO헤어디자이너인가
아니면 곧 정식적으로 만나게 될 사람인가.

어쨌거나 그녀는 언제나처럼
밥을 먹으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춤을 추면서도 티비를 보면서도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물어본 바가 있다.
언니는 왜 그렇게 남자를 빨리 갈아치우냐고
우리에게도 어떠한 직업윤리가 있다면 사실,
왜 연애를 하냐고 먼저 물어봤어야 했나
스스로 후회하면서도 차마 물어보지 않았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대답은 그냥 흘러가는데로 살다보니
어쩌다보니 만나게됐고 크게 연애를 많이하고 싶다거나
사랑이 헤프다던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평범한 말투로, 화나지도 기쁘지도 않은 딱 중간의 말투로
내게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어떤 줄에 올라타있다고 생각했었다.
어쨌거나 어떤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경쟁이 굉장히 강한 사회아니었던가
정신을 차리고 노력을 해야 겨우 잡힐듯 말듯한 것 아니었는가
그렇다면 다시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하고 헬스장으로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다시 한 번 따져보았으나 그녀는 피식 비웃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부터 이렇게 살아가는게 어떤 알 수 없는 삶의 이치임엔 틀림이 없다.
너의 말대로 만약 노력한다고 바뀔 것이었다면 지금 당장 핸드폰을 부수고
녹음실이든 헬스장이든 어디든 내려가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결국 잘 모르는 우연에 불과하다. 그 우연에 따라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올라타있는 줄을 자세히 관찰한 것이다.
우리가 서있는 줄의 끝에는 어느새
아무것도 안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는 약간은 짜증난 투로 나 약속있다, 나가본다 하곤 담배를 챙기곤 나가는 것이다.

G(가명)는 이걸, 아니 우리를 보고 너네는 줄에 올라타있지 않고 평평한 땅에 발을 딛고 있구나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아직은 줄에 올라타도 괜찮다. 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 너네는 뭐지.
따지듯 설교하고 휙하고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러 가버렸다.

나도 담배를 입에 물고
내가 그녀와 다른 점, 근본적 사상이 다른 점이 있는 지 되짚어본다.
잘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담배 연기는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간다.
나도 한 때는 하늘로 날아갈 수 있다고 믿었었지.
그러나 그 도전조차 포기하고 아마도 줄에서 내려온 것 아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다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