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딩 사이트가 있다는 건 알고,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음
한 때 번역붕이였던 사람으로써 이런 거 보면 그냥 있고 싶지는 않은 것도 있음
저걸 대체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긴 한데, 일단 어떻게든 작정하고 도전해 본다면 못 할 것도 없겠거니 싶지만
"이 신경망에 있는 모든 축전지 안의 저장된 에너지 양"
"요청된 양. 물류 로봇은 신경망에서 이를 만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이런 것도 당장 고쳐야 할 부분이고. 신경망이라니, 세상에.
내가 이제 번역을 할 때 걱정하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신경 많이 쓰는 부분을 고른다면
1. 번역체
2. 내가 번역한 내용이 남들 입장에서 어색하게 보인다면?
3. 이 번역 때문에 원본이 가진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 지, 아니면 원본의 의미가 아닌 다른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그 의미 부여가 적절했는지 하는 부분
번역체의 경우 번역기 돌려 본 사람들이라면 대략 어떤 느낌인지 알 거임. 때문에 외국어를 번역기 돌린 결과에 나온 수동형 표현이 너무 어색해 보인다던지 하는 거. 우리말은 수동형 표현을 잘 안 쓰는데 외국에서는 수동 표현이 종종 쓰이니까 일어나는 그거.
예전에 대학생 시절 때 논문 번역했을 때 그게 너무 많이 나와서 정말 개고생한 적이 있었다 보니 이젠 수동형으로 번역이 나오면 일단 이게 수동형으로 썼을 때 자연스러운지를 먼저 보고,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능동형으로 다시 번역하곤 하는데
이제 이게 2번 내용하고도 연결될 수 있긴 함. 그러니까 내 딴에는 이렇게 쓰는 게 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이렇게 번역했는데, 정작 남들 딴에는 더 자연스럽지 않게 번역되었다던가 할 수 있다는 거지
2번은 조금 이기적인 내용일 수도 있는데, 내 딴에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번역한 내용이, 남들 입장에서는 영 아닌 것 같아 보인다는 거
이제까지 번역해 왔던 게 비공식적인 것들이고, 그마저도 일부는 사람들이랑 쉴새없이 토의해서 나온 결과물이긴 하니까 딱히 상관은 없는데
이제 팩토리오 같이 공식적인 것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아서 말이지
예전에 있었던 새로운 희망 4편 같은 데에서 봤던 것도 그렇고, 중간중간에 약간씩 번역이 어색하게 된 부분들을 예전에 몇 개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크라우딩의 존재를 몰랐고, 알았다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따로 뭘 할 수도 없었을 거라 봐
근데 지금은 아니니까, 좀 걱정됨. 지금은 좀 거슬린다 싶으면 바로 수정하러 갈 수 있으니까
3번째의 경우가 개인적으로 제일 걱정되는 부분임
팩토리오 도전과제 번역된 거 보면 몇 개는 전혀 원문 생각 않고 번역했는데도 너무 적절하게 잘 번역된 것들 있잖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라던가
난 그런 게 정말 좋더라. 굳이 원문과 연관짓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설득력 있고 재미있는 번역 같은 것들
문제는 내가 평소에 그런 거 생각하기 힘들어하는 건 둘째치고, 실제 '번역'의 의미로 본다면 그런 번역은 그렇게 좋은 번역이 아니라는 게 문제야
철저하게 원문의 뜻을 그대로 다른 언어로 담는 게 번역이라고 한다면, 팩토리오 도전 과제 번역 같은 건 그야말로 오역이 넘쳐나는 수준이겠지
또 다르게 보면, 그게 본래 내용이 의도했던 표현을 다 담았다 하더라도 -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같은 거
몇몇 사람들은 그런 '밈' 같은 게 들어간 걸 아니꼽게 볼 수도 있단 말이지
좀 민감한 예시가 될 수도 있지만 예를 하나 들어본다면
팩토리오에 있는 도전 과제 중 하나인 '이 아이들은 냄새를 싫어해요(It stinks and they don't like it)' - 공해로 외계 생물들의 공격을 발동시키는 도전과제를
사람들이 싫어하는 밈 중 하나인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를 참조해서 '미안하다 나 발전하려고 어그로 끌었다'라 번역한다면?
분명히 발전 과정에서 공해가 미친 듯이 발생했고, 그 공해 때문에 외계 생물들의 어그로가 끌린 건 사실이니까 과제가 의도하는 내용이 잘 살아 있을 지는 몰라도
이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화가 치밀 수도 있어. 많고 많은 밈들 중에 굳이 이걸 참조해서 번역해야 했냐 하는 식이지
즉 어느 딴에는 좋은 의도였고 또 앞뒤 관계를 따져 봤을 때 좋게 번역되었을 지는 몰라도 반응은 그다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거임
잠깐 다른 동네 이야기를 하자면 팀포2 도전과제가 이렇게 번역된 게 많은데
한 때 그 과제명이 만화나 애니, 게임 관련 내용으로 도전과제가 번역되어 있었단 말이지 이게?
근데 그게 솔직히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원래 과제가 의도하려는 바가 그렇게 잘 표현된 것도 아니었고, 또 특히 애니나 만화 같은 거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 번역명이 정말 이상하게 여겨졌었을 거란 말야, 이게
그래서 나중에는 대부분 번역명이 바뀌었는데, 그나마 좀 사람들에게 친숙한 밈들 빼고는 대부분 다 바뀌었지
솔직히 '데모맨의 퍼펙트 참수교실'보다는 '머리가 필요하다. 엄청나게 많은 머리가'라고 번역된 게 좀 더 과제가 의도하는 바를 잘 표현했기도 하고 - 과제 조건이 50명을 도검 계열 근접무기로 쓰러뜨리는 거
뭐 결국 그런 거임. 번역이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잘 담았을 지는 몰라도 반향이 좋지 않다면 그다지 좋게 번역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은데, 막상 내가 번역한 걸 내가 보면 그런 게 은근슬쩍 보이기도 해서 좀 불안함
본인이 잘 했다고 생각해도 검수단계에서 늘 수정하고 보완하니까 애당초에 발번역만 아니면 괜찮은거 같음
맞는말인거같음. 전공자가 아니고 난 그냥 수능 영어1등급 정도 수준 정도인데도 영화관에서 자막 번역보거나 게임번역볼때 좆같아서 몰입도 확떨어지는 경우 너무 많은디 전공자는 오죽하겠누 - dc App
3번은 사실 쉬운 문제야. 원문의 뜻만 번역하는게 아니라 원문의 뉘앙스도 같이 번역한다 보면 되거든. 예를 들어 AFK를 번역할때 이걸 직역이랍시고 '키보드에서 멀어지다' 또는 '키보드에서 손 떼기'라고 번역하면 AFK의 느낌이 안 살잖아? '나 안해'라거나 '자리비움' 같이 뉘앙스도 같이 살려줘야지.
그래서 원문이 어떤 밈을 담고 있다면 우리말에서 그 밈과 비슷한 어투로 바꾸거나 아예 좋은 의미의 초월번역을 해도 무방하다고 봐. 만약 원문은 평문인데 역자가 재미있게 한답시고 밈을 갖다넣으면 그건 오역이지.
밈이 들어갔으면 정보전달 의미는 약간 줄어들어도 되지. 정보전달이 목적이였으면 애초에 '이 아이들은 냄새를 싫어해요'가 아니라 '바이터에게 공격받기' 였겠지. 밈이 들어간 시점에서 번역여부를 떠나서 원본 밈을 알고있냐 모르냐로 받아들이는게 달라지니까. 원본 밈을 그 번역을 볼 대상자들이 널리 알고있으면 그걸 끌어쓰는거고 아니면 딴거 가져다 붙이는거고
다 다른 생각하면서 팩토리오 하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