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같은 장르의 게임이다.

다른 장르라는 주장은 경영시뮬레이션 게임 고인물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소주 안 먹는 사람한테 참이슬이나 진로나 다 같은 소주인 것처럼,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같은 장르다.


이하는 위 세줄을 자세히 설명한것임




편의상 존댓말로 작성합니다.

정리된 주장을 전개할 것이기 때문에 음슴체는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넷에 "림월드와 팩토리오 중 뭘 살까요?" 같은 질문이 올라오면 두 게임을 비교하며 뭘 살지 추천해주는 답변이 달리곤 합니다.

림월드와 팩토리오 외에도 비슷한 장르인 산소미포함, 다이슨 스피어 프로그램, 새티스팩토리, 시티즈 스카이라인, 배니시드를 비교하는 글 또한 많습니다.

많은 경우 그 글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이 게임들은 다른 장르의 게임이다. 다른 장르이니 비교가 불가능하다."

논의 대상이 되는 게임들의 차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겠으나,

이미 비교를 했는데 "비교 불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어폐입니다.

본 글은 위와 같은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다음을 주장합니다.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같은 장르의 게임이다."

이를 위해 "장르" 라는 개념을 엄밀히 정의하고 시작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 논의를 하자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예를 들어 한 작품이 복수의 장르에 소속되는 것을 허용한다면,

무수히 많은 장르가 생길 수 있고, (전체집합의 각 부분집합이 모두 장르라면?)

이 경우 "같은/다른 장르에 속한다" 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집니다.

즉, 본 글의 포인트인 장르의 같음/다름 개념이 무의미해집니다.

그렇다고 장르가 전체집합의 분할이 되도록 정의한다면,

이 역시 "장르"라는 단어에 대한 일반적인 직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장르" 라는 개념을 엄밀히 정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림월드와 팩토리오를 같은 장르로 보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할 것입니다.


한국, 중국, 일본은 비슷한 나라인가요?

한국인인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게 보기 힘듭니다.

한국인은 중국인 및 일본인과 식문화, 사회제도, 복지, 언어, 관습 등, 모든 면에서 다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일까요?

세 나라의 언어 모두 한자에 기반합니다.

세 나라 모두 쌀밥을 먹고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세 나라 모두 노인 또는 연장자 공경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인 입장에서 보기에는 다를지 몰라도, 유럽 사람이나 아프리카 사람 입장에서 보면 세 나라에 공통점이 많은 것처럼 보이겠지요.

이는 우리가 다른 유럽 국가나 아프리카 국가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는 한식당, 중식당, 일식당이 모두 따로 있습니다. 그러나 불식당/이식당/영식당/서식당/독식당*은 없습니다. 다만 양식 레스토랑이 존재할 뿐입니다.**

제가 유럽에 갔더니 반대입니다. 그들은 인접 국가들을 주제로 한 식당은 구분해놨지만, 아시아 국가를 세부구분하기보다는 아시아 음식 전문점*** 으로 퉁쳐놨습니다.


*불식당은 불란서 식당,

이식당은 이태리 식당,

영식당은 영국 식당,

서식당은 서반아(스페인) 식당,

독식당은 독일 식당을 뜻합니다.

한식당/중식당/일식당의 조어법에 맞춰 적은 것입니다.

이런 식의 조어법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불식당/이식당/서식당/영식당/독식당 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단어는 특정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고, 표현할 개념이 없거나 사용빈도가 낮다면 해당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에도 잘 찾아보면 프랑스식 전문/이탈리아식 전문점이 있긴 합니다만, 제가 본 기억은 별로 없군요.


***보통 한중일 외 동남아 음식까지 포함합니다. 중식 전문점, 베트남식 전문점 같은 경우도 있긴 한데,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입니다.


장르는 유사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 구분합니다.

구분하는 사람의 필요에 따라 더 세부적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세부 구분할 필요가 없을 때는 많은 것을 묶어 하나로 취급합니다.

저한테 맥주는 그냥 맥주지만, 맥주 애호가는 라거/스타우트/에일을 구분합니다.

저는 위스키/럼/보드카가 모두 양주일 뿐이지만, 양주 애호가는 그들을 구분합니다.

저는 인두가 정확히 목 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이비인후과 의사는 상인두/중인두/하인두를 구분합니다.

저는 금융 대출에서 원금균등상환/원리금균등상환을 구분하지만, 사람에 따라 이를 거의 같은 것으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저는 월세/전세/자가 등의 주거형태를 구분하지만, 유치원생 아이에게 이 구분은 의미없고 다 모두 "사는 집" 일 뿐입니다.


장르 또는 범주의 구분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다른가/유사한가가 아닙니다.

다름과 유사함이란 개인의 경험과 식견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이런 점이 다르므로 다른 장르다" 라는 주장은,

그저 해당 게임에 대한 자신의 경험치를 말해줄 뿐입니다.

경험이 많으면 아무리 유사해도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장르 구분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이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장르입니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1) 정보 수신자 입장에서의 유용성

(2) 정보의 일관성


(1) 정보 수신자 입장에서의 유용성이란 이 정보가 수신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냐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인두/중인두/하인두를 구분하는 것은 의학 전문가가 아닌 제게 별로 유용하지 않고 혼란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2) 정보의 일관성이란, 장르의 구분은 일관적이어야 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누구한테는 A와 B가 같은 장르라고 했다가, 다른 누구한테는 A와 B가 다른 장르라고 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입니다.


사실 (1)과 (2)는 상충되는 목표입니다.

사람마다 게임에 대한 경험이 다르니까요.

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나로 묶지 말고

경영류/도시건설류/공장류/생존류

등으로 구분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총싸움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은 총싸움게임을 하나로 묶지 말고

FPS/TPS/캐주얼fps/캐주얼tps (제가 fps를 별로 안해봐서 뭘로 세부구분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등으로 구분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1)을 고려했을 때,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같은 장르에 속합니다.

림월드와 팩토리오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시뮬레이션 게임의 초심자일 것입니다.

초심자이기에 질문한 것이니, 초심자 입장에서 답변하는 것이 맞습니다.


림월드와 팩토리오가 다른 장르라는 것은 시뮬레이션 게임 숙련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다른 게임이다" 라는 주장이 그렇게나 흔하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비교글을 쓰는 사람은 두 게임을 모두 잘 아는 숙련자일 것이고, 본인의 입장에서 답하기 마련이니까요.)


설령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어느 수준일지 정확히 모른다면,

상대가 숙련자보다는 초심자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초등학생한테 대학생 수준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대학생한테 초등학생 수준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2)를 고려했을 때,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같은 장르에 속합니다.

어떤 때는 이 둘이 같은 장르가 되고, 어떤 때는 다른 장르면 다소 혼란스럽겠지요.

시뮬레이션 게임을 특별히 즐기지 않는 일반 게이머 기준으로는 둘을 같은 장르로 놓는 것이 적절합니다.

팩토리오와 림월드는 모두

탑뷰

한판이오래걸림

복잡해서배우기어려움

PvP콘텐츠가없거나약함

싱글플레이위주

건물을건설함

자원을채집함

라는 공통점이 있고,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이는 큰 공통점입니다.

맥주 문외한 입장에서 라거/스타우트/에일의 구분이 사소한 것처럼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랜덤이벤트/자동화 등의 구분은 사소한 것입니다.


물론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같은 장르다" 라고 간결히 말하지 않고 좀 더 상세히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크게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같은 장르지만 경영시뮬레이션 숙련자 입장에서 세부 구분을 하자면 다른 장르다"

라는 긴 설명도 가능합니다.

다만 림월드와 팩토리오 비교글의 많은 부분이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 부분보다는

"경영시뮬레이션 숙련자 입장에서" 부분에 너무 치중되어 있기에 제가 이렇게 글을 작성한 것입니다.


경영시뮬레이션 숙련자는 "림월드와 팩토리오는 장르 자체가 다르므로 비교가 불가능하다" 라고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장르가 같기에 비교를 요청하는 질문이 올라오고, 비교하는 답변이 달리는 것입니다.

정말 장르가 달랐다면, 비교가 정말로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LOL과 팩토리오를 비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게임 안 하는 부모 입장에서 게임하는 자식이 무슨 게임을 하는지 물어볼 때 정도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