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기 전에 오해를 하나 바로잡기로 하자.
[정보] 증기 VS 태양 VS 원자력 (2020.7)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factorio&no=20177
세줄요약:
1. 증기기관은 자원을 엄청나게 먹는다
2. 태양광은 화력발전을 10분이면 따라잡는다.
3. 원자력의 발전용량당 인프라 비용은 의외로 화력보다 크게 비싸지 않다
>>태양광의 발전용량을 10배 크게 계산하는 오류가 있었음. 태양광 25:21 한 세트의 평균 발전용량은 10.5MW가 아니라 1.05MW이고, 따라서 태양광이 화력을 역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0분 정도임. (연구비 무시)
아이템의 가격 산정
태양광의 화력 역전이 10분이 아니라 두세 시간이라고 하면 납득하겠는가? 초반에 증기기관이 먹는 석탄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는 수준이고(주변에 풍부한 석탄이나 석유가 있다면 중후반까지도), 로봇이 없다면 태양광을 까는 것보다 석탄 광맥 하나를 더 파는 게 빠를 수도 있으며, 원자력 세팅에는 항상 화력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력과 태양광의 최대 단점은 각각 공해와 면적 대비 생산량이지, 자원 문제가 아니다. 계산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그 결과가 과연 의미 있는 것인지가 의심된다.
해당 계산의 가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지적한 바 있으나, 여기에서는 그것에 대한 논의를 더 확장하고,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못한 ‘비용’에 대한 통념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가정에 몇 가지 이의를 제기해보자.
1. 모든 광석의 가격은 같은가?
당연히 아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바닐라에서 원유와 우라늄을 제외하면 모든 자원 채굴에 필요한 과정이 동일하므로 생산 비용은 같으나, 초반에는 철이 다른 자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필요하기에 체감 가격은 훨씬 비싸다. 시작 아이템으로 철 한 상자와 구리 한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철을 택할 것이다. 채취 시간을 철 광석만 절반으로 줄여 준다고 해도(=생산 비용이 절반이라도), 구리 가격을 1로 가정할 때 철이 0.5가 되지는 않는다. 이 가격은 시간에 따라서 변한다. 시간대별로 필요한 자원의 비율이 극적으로 달라지기에, 누구나 초회차에서 생산 과학 팩(보라) 양산 시점에서의 강철 부족과 다용도 과학 팩(노랑)에서의 구리 부족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공간에 따라서도 가격은 변한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광맥이 멀리 있을수록, 광산을 방어하기 어려울수록 해당 광석을 가져오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 커진다.
공정의 복잡성과 건설에 필요한 노력(가장 큰 이유이지만)을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유저가 빠르게 태양광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유를 이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증기 기관 운용비 책정에 있어서 석탄의 가격을 논하는 이유는, 석탄이 고갈되었을 때 광산을 새로 파는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석탄 채굴과 운반 자체는 완전히 자동화되어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태양 전지판 생산에 대량으로 필요한 철 광석의 채굴에도 노동력은 필요 없지만, 일반적으로 시작 지점 자원 중에서 철이 그 압도적인 수요량으로 인해 가장 빨리 고갈되므로, 빠른 태양광 빌드는 오히려 첫 멀티 타이밍을 앞당기게 된다. 광맥 확보를 위한 영토 확장에 들어가는 노력은 군사 기술 연구가 덜 된 초반일수록 크기에 태양광이 화력에 비해 자원 소비량 측에서도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2. 물은 왜 공짜인가?
원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량이 감소하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 정유 공장을 늘리지 않더라도 원유의 생산량은 언젠간 소비량에 따라잡힌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계속 새로운 원유 매장지를 찾아나서야 하고, 그에 수반되는 활동들은 비용으로 다가온다. 반면 물은 펌프만 설치하면 일정한 (+큰) 생산량이 영구적으로 보장된다. 추가적인 관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3. 철 판과 철 광석의 가치는 정말 다른가?
광석을 손으로 제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인벤토리에 어쩌다 들어오게 된 광석은 빨리 버려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광석 자체는 인벤토리 한 칸보다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건물 제작 등에 쓸 수 있는 제련된 철 판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겠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다이소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모든 물품의 생산이 자동화된 극후반 기지에서, 인벤토리에 남아 있는 철 판은 이전의 철 광석과 같은 취급을 받아 물류 폐기 슬롯에 버려질 것이다. 필자는 그 철 판의 가격을 0이라고 간주하겠다. 물류 로봇이 가지고 가다가 어딘가에 몰래 버려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이 시기에는 발전소도 완전히 자동화되어 관리가 필요없을 것이기에, 폐기에 필요한 전력은 고려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아이템의 가격을 낮추는 조건: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 높은 자동화 비율, 추후 관리나 생산 구조 변경의 필요성이 낮음. 이 되겠다.
위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킨 공장에 대해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은 일반화가 가능하다.
팩토리오에서 모든 아이템의 가격은 0이 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아이템의 수요량이 공급량, 즉 접근 가능한 설비의 유효 생산용량을 초과하지 않을 때 해당 아이템은 공짜다. 이 게임에서 가치있는 것은 자원이 아니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건 플레이어의 시간과 정신력뿐이고,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 책정에서는 자원 소모량이 아닌 플레이어의 노동량이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게임에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너무나 당연한 소리가 되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아이템이 대부분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행동이나 시간 투자, 혹은 현실의 재화를 통해서 획득하는 것이기에 그것을 가격으로 환산할 수 있지만, 공장 게임 혹은 방치형 게임에서는 그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다. 팩토리오에서 아이템은 허상이다. 게임에서 과학 팩의 생산을 유도하고 공장을 짓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무언가 복잡하게 얽힌 흐름’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고, 그것을 잘 유지하고 성장시켜 결과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이 게임의 본질이다.
효율적인 공장이란 무엇인가?
정량적으로 계산 가능한 자원/에너지 효율에 대해 논하는 게 아니라면, 이 질문들은 모두 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갈아엎으면서 후회하지 않을까?’ 라는 의미로 정리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시로, 구리 전선을 벨트에 올리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이템 밀도 때문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전자 회로 수요량을 그 구조로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충 철 판 반 줄에 전선 반 줄씩 넣어서 회로를 만들어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전자회로 공급에 지장이 없었다면, 적어도 해당 플레이어는 그것이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공장은 작동하는 동안 문제를 발생시키는 빈도가 최소가 되는 것이며, 설계할 때도 최소한의 피로만 유발한다.이는 전에 논했던 ‘비용’의 개념과도 잘 부합한다. 효율적인 공장은 설계, 건설, 관리에 있어서 귀찮음, 즉 비용을 유발하지 않는다. 각자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에 따라 그 개념은 다르게 적용된다.
플레이어의 노동 비용도 0이 될 수 있다. 전투를 즐기는 유저라면, 바이터 토벌과 영토 확장을 노동이 아닌 놀이로 여길 것이다(언제까지나 그렇진 않겠지만). 설계나 건설 등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진행이 막히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즐겼다면 그 과정은 비용이 아니다.
결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효율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즐겁고 편하다면 그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며, 다양한 시작 세팅 옵션과 편의 모드는 이를 위해 존재한다. 순정 py도 본인이 전 과정을 즐겁게 플레이했다면 거기에 존재하는 아이템의 가격이 바닐라 아이템보다 높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팩붕이들도 앞으로 효율이라는 모호한 단어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표현을 써보는 게 어떨까?
결론이... 감성인 데스웅...
아 태양열 효율이 아니라 효율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네 효울은 허상인 데스웅...
동숲하면서도 효율거리는게 코리안인데?
거기서도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는 걸 효율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너무 정량적으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값만 고려하지 않았나 싶어서 쓴 글임
근데 자원을 낭비하면 자원이 빨리 고갈되고 그럼 플레이어도 광산확장 하느라 바빠지니까 자원소모 그 자체도 비용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 dc App
그건 맞지만 계수가 아주 낮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함. 메인버스도 벨트 낭비고 그리드도 철도 낭비 공간 낭비인데 사용되는 이유가 있음. 이 겜은 자원을 들이부을수록 편해지잖아
이건 아시발꿈 수준의 결론이잖음 - dc App
정량화하기 쉬운 척도를 제시하라면 같은 맵 설정상에서의 플탐 대비 진도 정도?
팩토하면서 가격을 따져야하나 싶음 어차피 초대량생산인뎅
ㅇㅇ이게 내 생각임 정말 가난하게 시작하는거 아니면 가격 붙일 이유가 없음
궁극적으로 게임의 플레이에는 가치가 없으며 무의미한 행동이네
그것도 현생이 팩토보다 가치있을때의 얘기 아닐까...?
팩토보다 현생이 가치가 없노? 씹 ㅋㅋ
좋은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