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호기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함
자기 생각을 댓글로 남겨줬으면 좋겠음
장문 ㅈㅅ
<팩토리오에서 신호기가 쓰레기인 이유>
샌드박스 게임이라는 용어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이 용어를 다른 말로 정의한다면, '목적 지향적 게임' 이 아닌 '과정 지향적 게임'이 될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인 게임들을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유저에게 과정 지향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게임은 자유도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한다. 자유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게임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유저게 게임의 넓은 맵 곳곳을 탐험할 수 있거나, 유저가 게임의 맵을 직접 수정할 수 있거나, 높은 수준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거나, 어떤 목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존재하거나, 유저의 행동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거나, 유저가 직접 게임의 규칙을 재설정해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모든 잘 만들어진 샌드박스 게임은 유저에게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 자유도가 깨지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최적해가 존재하는 순간이다. 유저가 고를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에서 무조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면 모두가 그 선택지를 택할 것이고, 유저는 충분한 자유도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목적 지향적 게임에서 유저에게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목적 지향적 게임은 경쟁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경쟁 앞에서 모두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샌드박스를 표방하는 게임에서 높은 자유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최적해가 존재하지 않도록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아예 최적해가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유저의 성향이나 게임의 상황, 랜덤 변수 등에 따라 최적해가 달라진다면 게임은 높은 자유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적해가 존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게임의 재화, 진행 상태, 혹은 게임 아이템의 조합이 단일 변수가 아닌 여러 변수에 의해 평가되도록 할 수도 있고, 게임에 적절한 랜덤성을 부여해 게임을 플레이할 때마다 최적해가 달라져 추론하기 어렵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팩토리오의 신호기를 보자. 팩토리오의 공장은 어떤 변수에 의해 평가되는가? 물론 공장에서는 여러 가지 물품을 생산할 수 있고 다양한 컨셉 플레이를 할 수도 있지만 결국엔 분당 사이언스 팩 생산량이 공장의 단일 평가 변수로 작동한다. 그리고 팩토리오에서 맵의 크기는 사실상 무한이고 자원의 양은 맵의 크기와 비례한다. 이론적으로는 사이언스 팩 생산량을 무한까지 늘릴 수 있지만 가장 먼저 만나는 장애물은 현실의 CPU 연산 속도이다. 즉 최적의 공장을 짓기 위해선 CPU에 최적화된 공장을 지어야 한다. 이렇게 게임 후반이 단일 변수로 평가되는 것이 팩토리오의 약점 중 하나이다.
최적화된 공장을 지으려면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벨트는 꽉 채울 것, 공장과 투입기는 적게 쓸 것, 투입기는 벨트보다 상자나 공장에서 아이템을 옮길 것, 유체 파이프는 적게 쓸 것, 전력 생산은 태양광을 사용할 것 등등이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장은 무조건 신호기를 최대한 두른 후 공장엔 생산 모듈을, 신호기엔 속도 모듈을 채워넣는 것이다.
하지만 신호기를 그렇게 배치해 완성된 신호기와 공장의 묶음은 거대한 13x13의 정사각형이다. 게임 후반의 모든 공장들은 저 정사각형이 격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그 사이로 드론이 지나가는 모양새가 된다.
다시 말해, 고정적인 최적해가 존재한다. 설계에 자유도 따위는 없다. 그낭 저 망할 13x13의 정사각형 템플릿을 만든 뒤, 그걸 필요한 비율대로 일직선으로 복사하면 끝이다. 높은 생산량을 달성하기 위한 공장들은 제작자가 달라도 매우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자유도가 없으니 게임의 과정 지향적인 특성이 약해지고, 목적 지향적인 특성이 강해진다. 사실 목적을 추구하다 보니 자유도가 없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게임이 재미없어진다는 것.
팩토리오는 이차원 평면에 공장들을 배치하는 게임이다. 공장의 구성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할지가 유저가 하는 유일한 고민거리이다. 팩토리오에 달라지는 스토리,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맵 탐험, 맵 꾸미기 등의 컨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팩토리오는 공장 배치에 대한 자유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게임 후반 디자인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나도 그래서 바닐라 신호기는 갖다버리고 우탐모 신호기가 정식으로 들어와야한다고 생각함
동감 - dc App
V4어쩌고도 비슷한 생각 가지고 모듈을 내장시키는 모드를 만들었는데 이런건 어떰??
https://factorio.com/blog/post/fff-336
내생각도 같은게 비컨은 삭제하고 모듈단계를 늘리는게 더낫다고 생각함
1kspm해봐서 그런지 공감된다
모듈은 진짜 뭐랄까.. 참 계륵같은 놈임.. ups떨어지면 공장줄인답시고 차용하긴하는데 그전엔 손이안가 게다가 엔딩보려고 한참 테크올리고 새공장올리고 난리치는중에 모듈끼워넣고 비율 다시맞춰서 있던 공장 재설계하고싶지도 않고
난 이거 동의 안하는 쪽임. 결국 샌드박스 게임도 규칙 내에서 자유도가 있는거고, 그런의미에서 12비컨을 최적해로써 풀어낼수 있는 방법이 정말 많음. 내가 좁은공간에 많은걸 우겨넣는걸 좋아하는데, 12비컨은 이것의 끝판왕임. 13*13 모듈 말고도, 10*13 모듈도 가능하고, 12*13, 12*12 등 바리에이션은 충분히 많고(이어서)
공장 구조뿐만 아니라 물류도 핵심인 게임으로써, 로보포트 배치를 어떻게 하는지, 기차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벨트를 껴넣을 수 있는 레시피 등등 설계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고,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함
무지성 로봇 1.1kspm으로 일관된 구조의 공장을 만들어본사람으로써, 이겜은 진짜 무지성으로 로봇도배한다고 해결되는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함.
오 나는 그정도 경지까지 안해봐서 잘 몰랐는데 그런점도있네 ㄳ
신호기 도배할때쯤 되면 신호기ㅡ공장 세트가 사실 커다란 조립기계 하나 취급 아니야? 결국 그 세트끼리의 물류 흐름을 설계하는 거라서 디자인의 최적해가 나왔다고는 생각 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