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탐모 모드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아코스피어 단계에서 멘탈 깨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아코스피어 시스템은 분명 어렵고 도전적인 건 맞지만, '선을 넘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어려운 건 절대 아니야.


우탐모 / 크탐모라는 어려운 모드를 도전하는 능력자들 정도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난이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갤러리에는 필요 이상으로 아코스피어에 대한 거부감? 공포감? 같은게 있는 것 같고


아마 내 생각엔 예전 올라왔던 아코스피어 원리글 중 행렬을 이용해 설명한 글 때문에 복잡한 수학적 이해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


그런 오해 때문에 충분히 즐길만한 컨텐츠 하나가 아예 스킵되는 것 같아 안타까워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일단 원리만 이해하면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고인물 능력자들이 온갖 창의적이고 멋진 풀이법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글을 시작한다.


그냥 떡 하니 답지를 제시하는 식으로 글을 쓰기보다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작성해 보았다.






자.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즉 밸런서 없이) 심우주 3팩을 진행하려다 보면


제타와 람다는 넘쳐나고 다른 것들, 예를 들어 시는 부족해서 금방 공정이 멈추게 된다.


그렇다면 결국 아코스피어 밸런서라는 것은 아래의 핵심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여정이다.


넘쳐나는 람다를 내가 원하는 시로 어떻게 변환할 것인가?






일단 아코스피어 '접기' (=폴딩) 제작법 여덟 가지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일단 나는 여기서 생각했던게, 왜 식이 8개밖에 없을까? 였다.


아코스피어 8개 중 2개를 순서 없이 뽑는 방법은 28개인데, 식이 8개밖에 없다는 것은


식 8개만으로도 변환이 가능하도록 저 식들에 어떠한 규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여덟 개의 아코스피어들은 '분극'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해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그 규칙이란 건 간단한데, 모든 식들은 아래와 같이 그룹 A, 그룹 B 하나가 그룹 A, 그룹 B 하나씩으로 변환하게 되어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악한 에렌델은 아코스피어들의 순서를 조금씩 바꿔서 아래의 규칙을 쉽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위 검정색 글자로 쓴 식과 대조해보자.







자. 그래서 람다를 시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간단히 생각할 수 있는건 1) 식을 사용해 람다를 시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오메가 하나가 재료로 필요하고, 세타 하나가 부산물로 생성되게 된다.


그럼 오메가와 세타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놀랍게도 5) 식을 보면 1) 식과 반대로 세타를 재료로 오메가가 부산물로 생성된다.


즉 폴딩 1)과 폴딩 5)를 함께 수행하면 오메가와 세타가 양변에서 상쇄되어 없어지고 그룹 A 아코스피어들만 남길 수 있다!








이런 식의 상쇄가 또 있을까? 물론 있다. 폴딩 3과 4를 더하면 아래와 같이 그룹 A 아코스피어 내에 다른 변환을 얻는다.






위의 식들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식 1+5)나 식 3+4)는 그룹 A 내에서의 변환이 가능하다는 것일 뿐, 여전히 추가 재료와 부산물이 나오는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진짜 마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1+5)식과 3+4) 식을 합쳐보자.






보이는가? 우리가 원하던 대로, 어떠한 부산물과 어떠한 추가 재료 없이 넘치는 람다를 파이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아래 그림으로 정리해보자.


아래 파란색 사각형을 오른쪽으로 '접는다'고 생각하면 1+5 식에 의해 람다와 엡실론이 시와 파이로 변한다.


그리고 아래쪽으로 '접는다'고 생각하면 3+4식에 의해 람다와 시가 앱실론으로 변한다.


오른쪽으로 한번, 아래쪽으로 한번 접으면 람다를 파이로 변환시킬 수 있다.


'folding' (접힘) 이라는 단어는 참 절묘하게 잘 지은 것 같다.





이러한 변환은 당연히 모든 아코스피어에 대칭이다.


모든 유도과정을 다 쓰기는 복잡하니 아래 그림 두개로 정리하겠다.


총 여덟 가지의 대각선 방향 변환과정을 똑같은 원리로 찾아낼 수 있다.








자. 정말 엄청난 진보지만 아직 퍼즐이 100% 풀린 것이 아니다.


위에서 찾아낸 변환은 대각선 방향으로의 변환만 가능하다.


즉 람다와 파이, 시와 엡실론 사이의 변환은 가능하지만 정작 우리가 원했던 람다를 시로 바꾸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위에서는 식 두개씩 조합하면서 한 가지 그룹만 남기고 상쇄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번엔 식 4개를 조합하면서 반대 그룹이 하나씩 나오도록 만들어보자.





이것이 우리가 원하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다.


일단 람다를 파이로 바꾸고, 만들어진 람다와 파이를 시와 엡실론으로 변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람다, 파이, 시, 엡실론이 모두 있으면 분극을 이용해 반대쪽 그룹 아코스피어도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당연히 람다와 시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아코스피어에 대해 대칭이다.


다시 말해 각 아코스피어가 최소 2개씩만 있다면, 내가 넘쳐나는 임의의 아코스피어로부터 내가 원하는 임의의 아코스피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까지가 아코스피어 시스템의 원리이고, 이제 분배기를 만들어보자.


위 그림에서는 각 변환 (1) - (8), (K) - (N)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있는지를 나타냈지만


실제 분배기를 만들때는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타가 넘쳐나는 경우 어떤 제작법을 수행해야 하는가? 라고 하면


제타를 오메가로 바꾸는 변환 (5) 에 있는 3번, 5번, 6번, 7번 접힘 제작법을 수행하거나


제타, 오메가를 세타, 감마로 바꾸는 변환 (M)에 있는 1번, 3번, 6번, 8번 접힘 제작법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깔끔하게 각 폴딩마다 대응되는 여섯 가지의 변환이 존재한다.






내가 만든 청사진 보면 중력학 실험실 옆에 신호기가 각각 여섯개씩 붙어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1번 폴딩을 담당하는 실험실의 경우 1, 4, 6, 8, K, M 여섯 개의 변환을 처리하는 회로가 있고


변환 필요하다는 신호 중 2개 이상이 on일 경우 작동을 시작하도록 세팅했다.


이 숫자는 본인 아코스피어 개수에 맞춰서 설정 가능하다. 너무 낮게 두면 여덟 개의 실험실이 다 작동해서 net sum이 0이 되므로 적당히 조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