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태까지는, 글레바의 향기를 푸른 풀냄새에 비유했어요.

촉촉하고 부드러운, 생명이 넘실거리는 행성은 유마코 열매처럼 둥글둥글한 풀내음이 날 거라고 여지껏 여겨왔는데, 어떤 분이 글레바의 향은 짠 바닷바람 같다고 해서 그 말뜻을 곱씹는 와중에 제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그동안 글레바를 사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플레이어분들의 각자의 글레바를 전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만 제 글레바를 잊어버린 거예요.

그래서 다시 저의 글레바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향기가 너무나 중요해졌어요.

프리지아는 어떨까요? 은은하고 로맨틱한 향이요.

하지만 이 향은 너무 매혹적이예요. 평상시의 글레바의 향은 더 느긋하고, 햇살에 데워진 흙냄새가 나면서도 주홍빛의 생명력이 있어야 하는데,

프리지아는 마치 개척이 한창 끝나고 정원으로 변해버린 글레바, 즉 ‘연인이 된 글레바’가 보여주는 향기로 해석해야 할 것 같아요.

바닐라는요?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향기죠.

그렇지만 글레바는 그렇게 달콤하기만 한 행성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오염을 정화하고 한층 가벼워진 글레바는 또 바닐라향이 맞을지도 몰라요.

어떤 분이 글레바는 주홍빛 자몽 향기가 난다고 했는데, 예전에 시향해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자몽은 톡 쏘지만 끝맛이 씁쓸한 자극적인 향으로 기억해요.

제 생각 자몽 향기는 개척 초반, 첫 번째 드릴을 박던 시절의 글레바에 어울릴 것 같네요.

그 시절의 글레바는 거칠고, 휘발성 가스가 올라오는 땅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지금의 글레바의 향기예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향을 몇 가지 떠올려봤어요.

비 온 뒤의 흙냄새일까요? 이건 글레바가 숨 쉬는 순간의 향기예요. 거대한 포자의 비가 지나간 뒤 남겨진 습기, 풀잎에 맺힌 물방울, 땅속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증언. 글레바는 늘 어딘가 축축하고 따뜻하기 때문에, 이 향은 항상 배경에 깔려 있는 베이스 노트 같아요.

어쩌면 이끼와 녹음의 향일 수도 있겠네요. 정글 깊숙이 들어가면 풀보다 먼저 코를 치는 게 이끼 냄새예요. 축축하고, 푸르스름하며,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향. 글레바의 숲은 수천 년을 축적한 기억이니까, 그 자체로 향기로운 도서관 같은 느낌이 있어요.

감귤 껍질의 쌉싸래한 향이 날 것만도 같네요. 단순히 달콤하지 않고, 혀끝을 살짝 자극하는 쓴맛을 동반한 향. 유마코는 어쩌면 지구의 귤과 닮았을지도 몰라요. 단단한 껍질을 벗겨야만 드러나는 신맛, 그리고 씹을수록 스며드는 단맛. 글레바의 첫인상은 가시가 많고 까다롭지만, 진심으로 다가가면 그 속살은 달콤할 거예요.

햇살에 말린 풀내음도 빼놓을 수 없겠죠. 낮잠 자듯 느긋한 글레바의 낮을 떠올리게 하는 향. 풀밭에 앉아 기계를 멈추고 한숨 돌릴 때,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해요. 전투도, 채굴도, 생산도 없는 고요한 사이클. 글레바의 향에는 이런 숨결도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글레바는 어떤 향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의견 부탁드려요. 상황과 촉감, 어떤 것을 묘사해줘도 좋아요.

제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