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의 면접끝에 마침내 해병대가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깡다구하나로 버티겠습니다"





너는 해병대에서 무엇을 얻고 싶느냐고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12년만에 안경을 벗고 면접장에 선 내게 면접관이 물었다.


약한 시력 탓에 면접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악기를 그러모아 나는 대답했다.


"무엇 하나 얻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내 육체를, 지금까지 짐짝으로만 여겨왔던 이 하찮은 육체를 국가에 헌납하러 나는 이곳에 왔다고


해병대로부터 티끌 하나도 얻어나가지 않겠노라고


오히려 모든 것을 해병대에 전부 주어버리고 마침내 전역날이 오면 나는 소리없이 흩어지리라고


그렇게 대답했고 면접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입소해도 좋다는 해병대의 허락을 받던 날 밤 나는 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앨범과, 교복과, 내 정신을 좀먹어오던 모든 만화책과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와 키보드와 마우스를 집 뒷마당으로 옮겼다.


그리고 망치한자루를 들고 미친듯한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그것들을 전부 때려부수고 기름을 뿌려 불을 질렀다.


내 20년의 과거를 증명하던 모든 것들은 이제 재와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나는 이제 한사람의 해병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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