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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이 짬찌의 훈련소 수료 당시의 얘기




1화는 훈련소 썰 풀어놓고

왜 갑자기 스킵하냐..라고 하면

몰라 그냥 생각나는거부터 쓰는거임





때는 20년 12월 31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같은 눈으로

애타게 나를 쳐다보며 하나둘씩 소대에서 나가는

동기들의 시선을 즐기며 차례를 기다리던 때



드디어 상근들이 나가는 차례가 되었다.









연병장을 가로질러 이동하며

새해도 여기서 보내야하는 후배들을 보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는 오늘 나간다는 안도감에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하나둘씩 탑승하며

더플백을 메고 걸어서 밖으로 나가는 우리를 보던

나라잃은 표정을 한 소년들의 눈총이 따가웠지만




그런것도 잠시.

감옥에서 출소한듯한 해방감

연병장 앞 담장에서 그렇게나 쳐다보던 도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동기들과 나는 벅차오르는 웅장함을 느끼며

잠시동안 멍하니 그 곳에서 발을 떼지 못하였다.

아마 그런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을지...



그러다보니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는데,

다른소대 상근 중 한명이었다.

어색하게 말을 걸었기에

횡설수설 당황한 티가 꽤나 났지만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말을 걸어준것이 고마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막상 들어보니 별 것 아닌 이야기였다.

버스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 시간이 아까우니

같이 택시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이동하자는 제안이었다.





손해 볼 것이 없다 판단한 나는

넙죽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덕분에 지하철역까지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한 사이었지만

막상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꽤나 친해졌고




서로 모르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니까 기분이 좋아졌는지

삼삼오오 같은 줄에 앉아





자기가 알고있는 군생활 꿀팁

소대별로 있던 에피소드

퇴근 후 하고싶은 일탈행위 등




여고생들 못지않은 수다력을 보여주며

자신들이 현재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까먹은 양

다른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잠시 잊어둔채

재잘재잘 떠들어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40분쯤 갔을까 ,

떠들다 지친 몇명은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고개를 까딱이며 잠에 들었고





나는 설렘과 동시에 불안한 마음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그저 조용히 집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겨우 1시간 반 남짓의 인연이었지만

헤어짐의 아쉬움은 같은 무게였을까




재밌게 조잘대던 동기들과

휴가나오면 서로 꼭 연락하자며 약속을 한 뒤





같은 지역 상근이자 같은 분대원이었던

《폐급사황 검은수염》과

단 둘이서 이동하게 되었지..만





아차.




너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탓인가

인사에 관련된 중요한 서류들이 들은 봉투를

깜빡 잊어버리고 두고 온 것이 아닌가!








' 제발....제발........!! '









분실품은 역무실에 접수되어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으나





사회에 나온지 반나절도 지나지않은

패닉상태의 이등병의 머릿속에는

그런 것 따위는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떠오르는 것은 오직..







살면서 겪어었던 어떠한 때보다 ...






빨리 달려야한다는 것 뿐!











역 내부를 힘차게 달리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이란 신에게 빌고





제발 지하철에 버리고 내린게 아니길 바라며





오도해병 뺨때기 쓰리스핀풀스윙으로 후릴 정도로

빠르게 환승했던 지하철 승강장으로 돌아갔고...



그 결과..!




















다행히도 비교적 한산한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서류봉투는 내렸던 역 근처 벤치에 그대로 있었다.







기쁜 마음에 안도의 한숨도 잠시.

너 때문에 환승 열차를 놓쳤다는

검은수염의 짜증섞인 야유를 들으며




긴장이 풀려 지친 몸을 이끌고

빠르게 다음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훈련소 수료 3시간만에 레전드를 찍을뻔한 이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검은수염과도 서로 헤어져야할 시간





부대에서 워낙 먼곳에 살다보니

복귀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은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은수염의 어머니 찬스로

픽업당해 이동하기로 하고





약속시간에 늦지말라며

서로에게 덕담을 한마디씩 주고받은 뒤

시원한 바깥 바람을 맞으며 ..












가벼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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