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해있던 동대 머장은 대대 내에서 빡센 머장이였음. 업무면에서 무조건 완벽해야 하고, FM대로 해야 하는 사람이였으니까 (학군단 출신인데 ..;)


이병 때부터 일병 때까지 내가 많이 어리버리 했고, 처음 전입 왔을 때 코로나 시절이였어서 맞선임은 선별 진료소 파견 나가고 왕고 말년 병장 하나 있었는데 첫 날에만 이것저것 알려주더니 며칠 지나고 나서는 귀찮았는지 알아서 하라며 아예 방치하더라.




기본적인 업무도 제대로 교육 못 받고 하다보니까 이병 때 꽤나 큰 업무 실수를 해서 전입 3주만에 엄청 크게 혼나게 됐고, 그게 트리거가 돼서 그런지 머장이랑 사이가 안 좋아지게 됐음. (기본업무 출귀국자 보류 찍어서 엄청 혼났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주일 내내 나한테 욕하고 고함 지르면서 미친듯이 혼났던 때도 있었고, 계속 혼나고 욕 먹다보니까 사소한 일에도 실수를 하게 돼고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맞선임도 그런 나를 보면서 그냥 자기가 일처리 하는 게 나도 안 혼나고 본인도 편했는지 나한테 알려주기보단 그냥 혼자 스스로 하는 걸 택 했음.


사실상 첫 단추부터 꼬여버린 내 군생활이 일병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실제로 우울증도 걸릴 뻔 하고 너무 힘들었음.




왕고는 알빠노 하면서 전역해버리고, 맞선임은 혼자서 모든 걸 다 하고 나한텐 그냥 기본적인 업무만 시키는 군생활이 반복 됐음.


일병 2호봉 때인가? 아침에 출근해서 머장 자리 청소하는데 메모장에 써져있던 글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미워하지 말자. 싫어하지 말자." 였음.


누가봐도 그 글의 주인공은 나였을 거고, 당시 22살의 나는 그 글만 보고 상처 받고 너무 분했었음.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군대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러는 거지 하면서 좌절했었음.




그렇게 어찌저찌 상병을 달고 맞선임은 말년휴가를 나가게 됐음. 근데 내 상황이 너무 비참하더라. 이제는 맞선임 없이 나 혼자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과 이쯤 되면 내가 문제가 아닌가? 싶었음. 


뭘 하나 하더래도 항상 어리버리 하고 실수를 반복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그런 나를 돌이켜 보면서 머장이랑 왜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을 수 밖에 없는지 깨닿게 됐음.


더는 혼나고 싶지 않다, 나도 인정 받고 싶다 라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됐고 맞선임이 하는 것보다 2배로 열심히 하고 내 자신을 항상 돌이켜보면서 업무하기 시작했음.


그전까지는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전역하고 싶다, 나는 왜 이런 군생활을 해야 하나 하면서 자기한탄만 주구장창 했었거든.




머장도 그런 나를 보면서 놀랬는지 업무도 더 잘 가르쳐주기 시작했고, 가끔씩 농담도 걸기 시작하고 했음. 사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걸 서로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음.


나도 머장이랑 사이가 점점 좋아지면서 혼나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업무 효율이나 업무 숙련도가 눈에 띄게 엄청 좋아졌음. 맞선임이 전역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음. 


가끔 사소한 실수를 하거나 놓치는 부분이 생겨도 머장이 너그럽게 괜찮다, 기한 내에만 잘 처리했으면 됐다, 다음부터는 좀 더 잘 파악하도록 하자 등 유하게 넘어가주기 시작했음. 일에 자신감이 붙고 군생활이 드디어 풀리고 있다는 걸 느끼니까 우울감이 아예 사라지더라. 물론 군생활에 대한 지루함과 전역의 간절함은 여전했지만 ㅋㅋ




머장이랑 사이가 좋아지면서 일에 대한 효울과 숙련도가 점점 좋아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대대 내에서 에이스가 되어있었음.


일병 때까지 대대 내에서 가장 일 못하고 문제 있던 병사로 취급 받던 내가 상병 때는 대대 내 모든 상근병들이 나한테 업무를 물어보는 지경이 됐고, 동대장들 사이에서도 @@이가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요즘 들어서 일 엄청 잘하는 것 같다 등 칭찬만 받았음.


우리 머장이 잠깐 외출 했을 때 타동대 머장이나 부대 간부들이 잠깐 동대로 왔을 때 "@@아 동대장님이 너 칭찬 참 많이 하신다. 너무 믿음직스럽고 이제는 혼자서도 알아서 척척 잘한다고,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 애라고 그러신다." 이러니까 너무 행복하더라. 아 진작에 이렇게 지낼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힘들었을까 하면서 현타 아닌 현타가 왔음.



결과적으로는 전역 할 때까지 머장이랑 사이좋게 잘 지내면서 전역 했고, 전역한 이후에도 1년에 1~2번 씩 커피 사들고 머장이랑 후임들 보러 갔었음. 그러고 동대가 통합 되면서 머장도 다른 곳으로 가서 이제는 연락 드리기에는 좀 애매하게 됐음.



1년 6개월의 상근생활은 결론적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쳤던 건 사실이고 의미 있던 시간들이였던 것 같음. 전에는 너무 가볍고, 어리버리 했다면 지금은 되게 많이 무거워지고 진중해진 것 같다고 느끼고 있음. 물론 더 그래야 하지만 ..ㅎㅎ


후에 후임이 감사를 받게 됐을 때 대대 내에서 최초로 감점 없이 감사 1등 했다고 소식 전해 듣게 됐음. 머장이 후임한테 "@@이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시 보게 된다" 이랬다고 함 ㅋㅋ 후임도 "형 어떻게 이 정도로 할 수가 있어 ..? 나는 절대 못해 .." 이랬던 게 기억난다.



나는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 상붕이 후배님들도 1년 6개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힘들겠지만 다들 파이팅 했음 좋겠다. 모두 모두 응원해요




※ 저는 그래도 머장 꽤 잘 만난 편인 것 같은데, 헬머장은 가차 없이 바로 신고합시다 부당한 건 절대 참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