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다.성인이긴 한데 사건 때 같이 있던 동생이 아동이라서 아동보호사님하고 상담을 받았다.
엄마가 과도 들고 스스로 찌르려고 하다가 미수에 그친 건데,
보호사님이 이런 사건은 일종의 정서 학대라고 하실 때 이상하게 마음이 확 놓이더라.
엄마가 아픈 건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다.
아직도 엄마가 가까이 오거나 하면 움찔거리고 긴장하는 얼굴을 하는데 이런 반응을 엄마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릴 때 눈치 보던 순간들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 솔직히 가난하지도 않아서 그동안 더 힘든 친구들 이야기 들어줄 때 내 이야기도 함께 풀면서 다독여야 할지 조심스럽더라.
눈 제대로 안 맞춰 말한다고 느리게 움직인다고 심부름값 5000원 잃어버렸다고 패더라.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건 극히 일부다. 겨우 유치원생이었는데 머리채 잡힌 상태로 두들겨 맞은 적도 있다.
더 커서는 친구한테 보내는 문자 검사하고 적성에도 안 맞는(엄마가 하고 싶어하던) 통역사 돼라 교대 가라 했으면서
내가 움츠러들기만 하면 왜 그러냐고 혼내더라.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게 누구 때문인데.
아이 키우면서 힘들었고 그 상황에서는 최선이었겠거니 이해도 해 보려 하지만
엄마가 나를 말이 잘 통하는 친구처럼 생각할 때면 어딘가 모르게 반감이 들기도 한다.
최근 들어 '왜 나만 이렇게 비참해'라면서 피해의식처럼 보이는 분노를 쏟아내는데
아빠와 몇 시간 장장 통화를 할 때 진심으로 분노에 찬 눈을 할 때면 두려움과 혐오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혹시 몰라서 통화하는 거 다 녹음해놓은 날도 있다.
아빠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늘 엄마의 분노를 인내할 뿐이고
그런 엄마를 여전히 절대적인 존재로 생각하고 엄마를 이해하고 감싸려 하는 동생들을 보면
내가 안타까워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취를 하면서 더없는 마음의 평화를 경험한 만큼 빠르게 독립하고 최대한 연락을 피하고 싶다.
하지만 동생들을 집에 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썩 좋지 않다.
얘네를 두고 나라도 빠른 탈출을 준비하는 게 맞나.
겉으로는 나름 형편 여유롭고 이상하지도 않은 집에서 그것도 가족들 다 모이는 시기 무렵에 또다시 탈출을 꿈꾼다는 건 철없는 선택일까.
원래는 비혼할까 하다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생겨서 그 사람하고 같이 살고 싶어졌다.
그런데 내 가정사가 발목을 잡지 않을지
나 역시 언젠가 그런 식으로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분노를 쏟는 사람이 되어버리지는 않을지 두렵다.
이런 거 유전이라는 얘기 볼 때면 내가 내 아이한테도 저렇게 할까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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